항목 ID | GC0780129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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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 | -肖像 |
영어공식명칭 | A Portrait of My Sister |
분야 | 구비 전승·언어·문학/문학 |
유형 | 작품/문학 작품 |
지역 | 강원도 철원군 |
시대 | 현대/현대 |
집필자 | 이현준 |
[정의]
강원도 철원 출신 소설가 유재용이 1978년 『문예중앙』 겨울호에 발표한 단편소설.
[개설]
「누님의 초상」은 한국 현대 소설사에 족적을 남긴 철원 출신 작가 유재용의 대표작이다. 광복 후 이념과 이익에 따라 각 계층의 욕망이 충돌하던 혼란과 비극의 공간이었던 김화군 창도를 배경으로 한 가정의 역사적 비극과 질곡을 그려 낸 작품이다.
[구성]
「누님의 초상」은 1인칭 관찰자 시점이다. 소년인 ‘나’는 누님과 형님의 이야기를 독자에게 전하고 있다. 「누님의 초상」은 흔히 ‘가족 소설’이라고 칭하는 유재용 소설의 전형을 보여 주고 있다. 관찰자 시점인 탓에 객관화된 시선을 따라가게 되는데, 독자로 하여금 균형 있게 인물들이 살았던 사회와 사건들을 바라볼 수 있게 도와준다.
[내용]
‘나’는 누님이 요즘 태어났다면 좋았을 것이라 생각한다. 누님은 항상 수석을 놓치지 않았고, 해방을 1년 앞두고 일본으로 유학까지 간다. 하지만 여름방학 때 집에 와서는 돌아가지 않는다. 이유는 정확하지는 않지만 형님이 유학 시절 독립운동을 하여서 일본군으로 끌려가지 않을까 온 집안이 시끄러운 탓이었다고 짐작할 뿐이다. 장손이 전쟁터에 끌려갈까 봐 아버지는 순사 부장을 찾아가 광산에라도 취직시켜 줄 것을 부탁하지만 재산을 헌납하든지 딸을 위안부로 보내라는 비웃음을 받는다. 하지만 어렵사리 자수성가로 모은 땅을 아버지가 내놓을 리 없었다. 그럼에도 어느 날 갑자기 형님이 광산에 사무직으로 취직이 된다. 알고 보니 누님이 일본 유학 시절 사귀었던 일본인 경찰서 서장 아들에게 부탁한 덕이었다. 하지만 이 일로 좋지 않은 소문이 났고, 누님은 집 안에 갇히는 몸이 되었다.
해방이 되고 누님은 거리에 나갔다가 일본 놈하고 붙어먹은 화냥년이라고 쫓기게 되었다. 형님은 자신을 구하기 위하여 그랬던 것이라고 설득하여 사람들을 돌려보낸다. ‘나’의 가족이 살던 철원은 삼팔선 이북이 되면서 소련군이 들어왔고, 형님은 소련군들을 환영하고 연설까지 한다. 하지만 철원에 있는 고급 중학교에서 역사를 가르치다가 말을 잘못하여 파면당하고, 쫓기듯 월남하여서 경기도 S시에서 중학교 선생을 하게 된다. 이 때문에 월남 가족으로 낙인찍혀 누님은 보안서에 끌려가고, 집과 재산을 몰수당한다. 하지만 이때도 집을 구한 것은 누님이었다. 어느 날 소련군 장교와 찾아온 누님은 가족에게 몰래 돈까지 쥐여 주며 월남할 수 있게 도와준다.
누님의 도움으로 형님이 있던 S시까지 온 가족은 잠시 안도한다. 하지만 형님의 행적을 아는 형사의 눈을 피하여 모든 가족이 서울로 이사를 하게 되고, 곧이어 6·25전쟁이 터지고 만다. 형님은 죄를 면제받으려고 북한 의용군에 지원한다. 형님이 떠나고 진천에 있는 외갓집으로 가지만, 진천도 월남자들은 인민재판을 열어 처형할 것이라는 소문이 떠돌았고 모두 공포에 휩싸였다. 그때 기다리던 누님이 나타났다. 소련군 장교와 헤어졌다는 누님은 이번에는 인민군 고급 장교와 함께였고, 가족은 안도를 할 수 있었다.
이후 누님은 인민군을 따라 후퇴하였다. 의용군에서 탈출하여 돌아온 형님은 의용군에 지원한 것이 문제가 되어 학교에 복직도 하지 못하게 되었다. 하지만 이내 중공군이 다시 밀려 내려왔다. 이때 형님은 반대로 국군 소위 계급장을 달고 전쟁에 참여하였고, 두 달 만에 유골이 되어 돌아왔다. 틈만 나면 여동생 향숙에게 신세를 갚고자 하였던 형이 그렇게 죽고, 누님도 30년 가까운 세월 동안 소식이 없다. 이때 ‘나’는 위기에 처하여 있는 누님을 구해 줄 수 있는 기회가 자신에게도 오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한다.
[특징]
유재용은 「누님의 초상」을 발표하면서 작가 노트에 「누님의 초상」을 출발점으로 하여서 작가 자신이 직접 체험한 과거 속 인물들, 고향에서 실제로 보고 듣고 겪은 사람들을 소설로 다루어 보겠다는 구상을 밝힌 적이 있다. 바로 유재용 ‘가족 소설’의 출발을 알리는 대표 작품이 「누님의 초상」임은 주지의 사실이다.
[의의와 평가]
창도는 당시 금강산선이 서는 중간 역이었다. 광산으로 인하여 제조업과 금융업이 발달하였고, 유재용의 아버지 역시 이를 통하여 자수성가한 인물이었다. 하지만 광복 이후 창도가 삼팔선 이북 지역이 되면서 지주 가족이라는 이유로 많은 고초를 겪어야 하였다. 유재용의 많은 작품이 자신의 가족사에 대하여 서술하고 있다. 일제 강점기나 광복 이후 철원 지역을 배경으로 한 소설에서 지주는 주변 인물로 그려진 반면, 유재용의 소설에서는 중심인물들로 그려진다. 다른 소설에서 볼 수 없는 관점에서 광복 이후와 6·25전쟁 당시 철원과 한국 사회의 모습을 더 깊이 있게 이해할 수 있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