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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데이터
항목 ID GC019A010301
지역 충청북도 충주시 수안보면 미륵리
시대 현대/현대
집필자 김병구

미륵리는 월악산 국립공원의 들머리에 자리하고 있다. 월악산을 중심으로 크고 작은 산들이 저마다의 색깔을 칠하고 백두대간의 한 축을 이루고 있다. 대체적으로 산이 험악하고 골산(骨山)이라 밋밋함이 없다. 그만치 절경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그렇기에 그 안에는 골짜기도 많다. 송계계곡, 만수계곡, 하늘재계곡 등… 골짜기! 왠지 모르게 사람들에게 안온함을 주는 공간이 된다. 마치 넓직한 공간에 들어서면 자연스럽게 구석으로 몰려가는 심리와 비슷하지는 않을까 한다. 상쾌한 바람이 내려오는 곳으로 자연이 녹아있는 사유(思惟)의 공간으로 다가오기도 한다.

미륵리에 골짜기가 있다. 유명해진 골짜기가 아니라 어느 마을에 가든지 언제든 만날 수 있는 그런 골짜기이다. 마을 사람들에게만 겨우 존재를 알리는 수줍은 새색시의 자태처럼 숨어 있다. 미륵리의 골짜기는 놀이터가 아니다. 미륵리 사람들의 삶이 올올이 배여 새나가지도 못하고 안에서만 빙글빙글 도는 공간이다. 남들은 몰라도 미륵리 사람들은 골짜기 안에서 태어나고 살고 그리고 죽었다. 그 안에서 미륵리 사람들은 즐거워하고 기뻐하고 눈물을 흘리기도 하며 웃음을 짓기도 하였다. 억지웃음 속에 자신을 삭이는 법도 배워 나간 곳이다. 이런 곳이 미륵리에는 골골이 박혀 있다. 흙베루(흙벼루, 토현) 앞의 만수골은 ‘큰 만수’라 부른다. 자연관찰로가 꾸며져 있고 안쪽 깊숙한 곳에는 쇠똥(Slag)이 보여 쇠부리 작업이 이루어졌음을 짐작하게 해준다.

미륵리 주민 이한탁 씨의 증언에 의하면 1970년대 초반까지도 ‘큰 만수’ 안쪽에는 화전민이 있었다고 하였다. ‘큰 만수’ 있으니 ‘작은 만수’도 당연히 있다. 포암산 쪽으로 올라가다 만나는 골짜기는 ‘포암산골’이라 한다. ‘하늘재골’은 교통로로서의 중요성이 일찍부터 주목되어 요충지가 된 곳이다. 하늘재골은 영남에서 한강유역으로 진출하는 교통로로서의 역할을 조령에 넘겨주는 조선 초까지 그 중요성이 계속되었다.

미륵리 사람들이 ‘달멕이’ 또는 ‘달목이’라 부르는 골짜기가 있다. 미륵리의 식수원인 곳이다. 마을 뒤쪽의 월항삼봉에서 부봉에 걸친 골짜기이다. 점말 위쪽에서 월항삼봉 방향으로 ‘진등골’ 앞에 위치하며 사기를 굽던 ‘작은 달목이’도 있다. 이곳에는 석성(石城)의 흔적이 남아 있다. ‘미륵댕이’(마을 사람들은 미륵리사지미륵당, 또는 미륵뎅이라 부른다) 오른쪽에 위치한 골짜기는 ‘샘물골’이며 ‘진등골’은 ‘큰 달목이’와 ‘작은 달목이’ 사이의 골짜기를 일컫는다. ‘작은 달목이’에서 보이는 건너편 골짜기는 ‘까마귀골’ 이라 하는데 이곳에서도 쇠부리한 흔적인 쇠똥(Slag)이 발견되고 있다. ‘노루골’은 미륵당 뒷길을 올라가다가 오른쪽으로 갈라지는 골을 일컫는데 노루목과 같은 지형에서 따온 말인 듯하다.

‘큰 달목골’에서 오른쪽으로 가면 ‘칡덮박골’, 왼쪽에는 ‘풀밋골’이 있다. ‘작은 달목이’에서 왼쪽으로 갈라지는 골은 ‘무개골’. 미륵당 왼쪽 골짜기는 ‘미륵뒷골’. 미륵뒷골 위쪽에는 북나무가 많이 자란다고 해서 ‘북나무골’. 미륵대원 언덕 위쪽의 삼층석탑 맞은편의 골짜기는 ‘불당골’. 그 뒤편은 ‘삼봉골’이라 하였다. 점말의 북쪽 골짜기는 ‘앞산-너머’라 하는데 이곳에는 옹기 굽던 가마가 남아 있다. ‘까마귀골’ 전에 위치한 산등성이에는 ‘수정골’이 있는데 질 좋은 자수정(紫水晶)이 많이 나고 예전부터 자수정을 캐던 광산을 ‘고려굴’이라 부른다.

조사를 하는 과정에서 재미있는 순 우리말을 들을 수 있어 행복하였다. ‘달목이’는 한자어로 바꾸면 ‘월항(月項)’ 즉 ‘달이 뜨는 목’이니 우리말이 보여주는 순함과 직접적 표현이 얼마나 재미있는가? 굳이 몇 글자 수를 맞추려는 의도도 없다. 그냥 앞에 있는 산이니 ‘앞산-너머’ 이다. 얼마나 꾸밈없는 이름인가? 허세를 부리는 이름도 없다. 그저 남김 없는 삶을 산 사람들이 편하게 붙인 이름들이다.

‘칡덮박골’, ‘풀밋골’, ‘까마귀골’, ‘하늘재골’ 등의 정다운 골짜기가 미륵리에 있다. 오늘 잊혀지지 않기 위한 몸부림도 없이 무심하게 있다.

[정보제공]

  • •  이한탁(남, 산림종자연구소 직원)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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