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렉토리분류

자신이 선택한 삶 이전항목 다음항목
메타데이터
항목 ID GC019A030603
지역 충청북도 충주시 수안보면 미륵리
시대 현대/현대
집필자 김병구

민박이란 말을 들을 때에는 후덕한 인심이 풍기는 뉘앙스가 있다. 단순히 저가의 숙박 제공이 아닌 그 지역의 고유문화와 풍습, 인심을 맛보는 곳이란 선입견도 이젠 옛말일 듯하다. 이상정 씨가 부인 오혜련 씨와 함께 운영하는 송림민박도 처음 건축하였을 때는 새집이어서 많은(?) 손님들이 찾는 곳이었으나 지금은 건물의 노후 뿐 아니라 새로운 서양식 펜션이라는 주택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남으로 인하여 미륵리 민박집들은 그야말로 ‘초라한 여인숙’ 정도로 전락하였다. 국립공원 지역이 아닌, 미륵리로 들어오는 입구에 해당하는 사문리에는 세련된 모습의 카페와 펜션이 속속 건축되어 하나의 촌을 이루고 있는 실정이다. 90년대 초반만 하더라도 민박은 주민들의 용돈이라도 마련하는 수단이 되었지만, 지금은 이름만 걸어 둔 상태라 하였다. 요즘 민박집은 침대, TV, 욕실 및 주방은 물론 인터넷이 설치되어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미륵리의 대부분의 민박집은 노후 건물을 개·보수하기에 만만치 않은 돈이 필요하기에 그저 인심 하나를 무기로 버티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고 한다.

그나마 이도 오래갈 것 같지 않다고 한다. 유류비용이 천정부지로 오르고 있어 여름철에는 난방비 부담이 적어서 가능하지만, 겨울철에는 한두 명이 오면 사정을 구하여 수안보로 나가서 숙박할 것을 권유하는 형편이란다.

따스한 봄날, 그의 가족은 다섯 번째 봄을 맞고 있다. 작은 텃밭에 주로 쌈채를 심는다. 가족이 먹기에는 다소 많은 양이지만 그의 집을 찾는 손님의 몫도 있다. 그는 인터넷과 침대는 없어도 무엇보다 듬뿍 정을 줄 수가 있어 행복하고 저들의 마음을 헤아려 주며 한 지붕 밑에서 하룻밤을 같이 보내는 이들이 있어 더할 나위 없이 행복감을 느낀단다.

그는 충주시 공무원이다. 그렇기에 대부분의 집안 일이 주말에 이루어지는데 청주에서 학교를 다니는 자녀들도 함께 와서 한몫을 하기에 그 시간만큼은 가족의 소중함을 다시금 느낀단다. 그의 부인도 마을 주민들과 어울리면서 배우게 된 산나물과 버섯에 대한 해박한 지식들을 털어 놓으며 민박을 찾는 이들에게 자랑삼아 이야기도 한다고 한다. 욕심내지 않고 살아가는 법을 배우는 중이라고 하였다. 『펄떡이는 물고기처럼』의 저자 스티븐 C 런딘 박사의 ‘비록 당신이 어떤 일을 하는가에 있어서는 선택의 여지가 없다하더라도 당신이 어떤 방법으로 그 일을 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항상 선택의 여지가 있다’ 라는 말처럼 그의 가족이 좀 더 편안한 도시의 안락한 생활을 버리고 힘들고 어려운 생활을 택한 이유 역시 그들이 전원생활을 꿈꾸어 왔기에 그 선택의 시기를 조금 앞당겼을 뿐이라고 하였다.

그를 보면서 자신의 삶을 자신이 선택하고, 선택한 이후에는 과감히 밀고 나가는 모습이 굉장히 부럽다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었다.

[정보제공]

  • •  이상정(남, 47세, 충주시청 기획행정국 기획감사과 공무원)
등록된 의견 내용이 없습니다.
네이버 지식백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