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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도라면 매달 한번씩 삼천배는 해야지요
메타데이터
항목 ID GC019A030301
지역 충청북도 충주시 수안보면 미륵리
시대 현대/현대
집필자 김병구

어렵게 뵈었다. 미륵세계사 주지스님 방안에서 차 한잔의 향기 속에 서로 마주 앉았을 때, 너무 젊어서 놀랐다. 하심(下心)으로 자꾸 스님 자신을 낮추어 ‘얼굴을 내밀 존재’가 아니라는 이유로 동영상은 물론 사진도 찍을 수 없었다. ‘기왕에 여기까지 어렵게 왔으니 차나 한잔 하고 가시라’ 하였다. 그래도 무언가 흔적은 남겨야겠기에 MP3를 녹음 상태로 해서 슬그머니 앞에 놓았더니 빙긋이 웃는다. 무안했다. 더 이상 별다른 말은 없었지만 ‘거 뭐 꼭 그렇게까지 하셔야 합니까?’ 하는 눈빛이었다. 하도 뭔가를 남겨야 한다는 강박 관념에 젖은 자체를 측은하게 보는 것 같아 얼굴이 화끈거렸다. 1992년 범어사에서 금정스님을 은사스님으로 모시고 계를 받았다고 한다. 현재는 조계종단에서 일을 보고 있다고 하였다. 거듭되는 질문에 재무국장을 거쳐 감사국장 일을 맡아 보고 있다고 하였다. 스님은 공부를 안 하고 어째 그런 일에 매달리고 있느냐는 질문이 없었음에도 여러 신도들에게 그러한 질문을 많이 받았는지 부연 설명을 하였다. “전국의 사찰에서 공부를 하는 스님들이 있는가 하면 이를 공부에 전념할 수 있게끔 뒤를 보아주는 스님도 필요합니다. 어쩌다 이렇게 되었습니다. 조계종이 작은 규모가 아니지 않습니까?” 2008년 6월이면 직임을 다 버리고 공부를 시작한다고 하였다. 지금은 종단 일 때문에 서울 조계사에 머무는 시간이 대부분이기에 세계사에는 주말에 내려와서 일을 처리하신다고 하였다.

세계사의 대웅전 유리창에는 ‘매월 4째주 토요일 삼천배 법회’라 쓰여 있다. 스님은 이 글귀를 곧 지운다고 했다. 실행을 제대로 하지 못하면서 거짓말을 계속할 수 없기 때문이란다. 스님 복안으로는 대웅전을 건립하면서 참다운 불국이상세계를 실현코자 철야기도 법회와 삼천배 법회를 기획하였다고 했다. 이를 단순히 불교 행사로 보기보다는 또 다른 속내가 있었다. 즉 삼천배를 하려면 최소한 6~7시간 절을 해야 하는데 이는 쉬운 행위가 결코 아니다. 다만 이를 수행하고 나면 ‘사람 살아가는데 자신감이 충만’해진단다. 현대 젊은이들의 나약함을 꾸짖는 동시에 삶의 활력을 불어 넣어주기 위함이라고 했다. 그러나 미륵리 골짜기는 여름과 겨울이 특히 길고 삼천배를 할 공간이 확보되지 못함에 노천의 미륵불 앞에서 하기란 특히 힘들다고 했다. 더불어 매월 음력 보름에는 철야기도 법회가 있다. 이것 역시 주지 스님이 부임하면서 의욕을 갖고 시행하였지만, 유난히 많은 새벽이슬 덕분에 두 세차례 철야 기도를 한 신도의 수가 급격하게 감소하게 되었다. 결국 이 역시 노천에서 행하다 보니 쉴 공간이 부족한데서 오는 결과라고 했다. 그런 와중에도 음력 매월 1~3일까지는 법회를 계속한단다. 사시공양 시간을 이용하여 낮 법회가 지속되고 있고 천일기도도 04:00~06:00, 9:30~11:30, 13:30~15:30, 18:00~20:00 이렇게 하루 4차례 8시간씩 미륵부처님 앞에서 계속하고 있단다. 주지스님이 바쁘기에 기도를 전담하는 스님이 있단다. 헌데 주지스님은 기도스님의 법명도 모른다면서도 태연하다. 허울인 이름 정도에 연연하지 않는 모습은 초탈한 스님 모습의 한 단면인 것으로도 보인다.

세계사(世界寺)’라는 사찰명에 대해서 설명을 한다. 사실 사찰명이 부임할 적에는 사실 무슨 사찰명이 ‘세계사’ 라 하는가?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한 적이 있었다고 한다. 그러다 그 앞에 ‘미륵(彌勒)이란 단어를 붙이자 이보다 좋은 명칭이 없다고 했다. 예전 미륵사지가 방치되었던 시기에 허보살이란 분이 작은 초옥을 짓고 사지에 있는 미륵부처님을 관리하였다. 그 당시 만행 중이던 한 스님이 미륵사지의 지형을 죽 훓어 보더니 감탄을 하면서 “차후 이곳은 세계의 중심 도량이 될 것” 이라며 ‘세계사’라는 사찰명을 지었다고 전해진다. 그 앞에 다시 미륵이란 단어를 붙이니 이보다 좋은 사찰명이 어디 있겠느냐고 반문한다.

하기사 미륵부처님이 이 세상에 출현하면 이 세상은 낙토로 변하고 온갖 재난이 사라지는 세상이 된다고 하는데 모든 사람들에게 희망을 안겨 주고 불국토를 이루어 세계의 도량이 될 것이라는 해석이 더없이 좋다.

[정보제공]

  • •  덕관 스님(남, 미륵세계사 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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