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제 이장 박용기(46세) 씨는 현재 다섯 가지의 일을 하고 있다. 마을의 이장이고, 농요보존회 총무이고, 운봉박씨 충주파의 총무이고, 정미소의 주인이고 농사를 짓는 농군이다. 정미소와 농사일은 가업이니 어쩔 수 없이 해야 하지만, 마을일, 농요보존회의 일, 종친회의 일은 좋든 싫든 맡게 된 일이다. 그가 이렇게 많은 일을 하게 된 것은 사실 그의 능력 때문이기도 하고 젊음 때문이기도 하다. 또 그만큼 마수리와 마제를 잘 아는 사람도 없기 때문이다.

박용기 씨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서울에 가서 직장생활을 했다고 한다. 중간에 정보사 수송부에서 잠시 군대생활을 했다 한다. 그런데 1994년 아버지가 돌아가시면서 마제로 돌아오게 되었다. 농사를 지을 사람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는 마제로 귀향해서 가업인 정미소를 운영하고 논농사와 과수 재배를 하며 가정을 이끌었다 한다. 박용기 씨의 집은 할머니까지 계셔서 4대가 함께 사는 대가족 가정이다. 동네 사람들은 박용기 씨도 대단하지만 시어머니와 시할머니를 모시고 있는 박용기 씨 부인의 공도 대단하다고 치하한다.

박용기 씨는 지금 하는 일 중에서 마을 이장의 일과 마수리 농요보존회의 일에 가장 많은 힘을 쓰고 있었다. 농사와 방앗간 일이야 벌써 15년째니 문리가 트여 별 어려움이 없지만 마을일과 보존회의 일은 그때그때 상황에 따라 대처해야 할 일이 많기 때문에 어려움이 많다고 한다. 이들 일이 사람들 관리하고 의견을 수렴하고 갈등을 조정하는 일이라 준비와 진행에 항상 신경을 써야하기 때문이다.

마수리에서는 마을 이장이 농요보존회 총무를 맡도록 규정되어 있어 박용기 씨는 이들 일을 벌써 9년째 하고 있다. 정확히 1995년부터 1997년까지 3년간 마을 이장 겸 보존회 총무를 했고, 2003년부터 현재까지 6년째 다시 이장과 총무를 맡고 있다. 중간에 1998년부터 2002년까지 5년 동안은 박재석 씨가 이장과 총무를 했다. 박용기 씨가 보존회 총무를 맡은 1995년부터는 보존회의 모든 일들을 기록하여 행사 참여, 경비 지출 등에서 합리적으로 운영하려고 노력했다고 한다.

공연이 있을 때면 보존회 총무가 할 일이 굉장히 많아진다고 박용기 씨는 말한다. 준비와 행사로 일이 나눠지는데 준비에는 최소한 2~3일, 많게는 1주일 정도 걸린다고 한다. 우선 임원 회의를 두 번 정도 가져 준비와 행사의 흐름을 결정한다. 그리고 임원 각자는 맡은 분야에 대해 책임을 지고 준비한다. 행사 하루 이틀 전에는 농요전수관에 모여 공연 연습을 해 보며 최종 점검을 한다. 행사 당일에는 아침 6시 30분에 행사 안내 방송을 한다. 그리고 농요를 틀어 분위기를 띄운다. 7시에는 악기와 동원 기구를 챙기고, 음식과 음료를 준비하며 참여 인원에 대한 점검에 들어간다. 식사를 마친 대원들이 8시까지 마을회관 앞에 모이고 행사 장소로 출발한다. 그리고 현장에 도착해서는 공연장을 점검해야 한다. 마이크를 준비하고,(유선 1, 무선 5) 소품과 도구를 배치하고, 공연 시간 등을 행사 진행자와 논의하고 결정한다. 행사는 경우에 따라 다르지만 짧으면 20분, 보통은 40분, 길게 하면 1시간 정도 걸린다.

행사 후 돌아오는 것도 큰일이다. 악기와 동원 기구 챙기랴, 함께 식사 하랴, 대원들 기분 맞추랴, 이 모든 일이 보존회 총무의 일이다. 또 마을로 돌아와서는 뒷정리하랴, 공연에서 있었던 일과 지출 경비 정리하랴, 일이 끝이 없다. 그렇다고 농사와 방앗간의 일, 이장의 일을 남이 해 줄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마수리 농요 외부 행사가 있을 때 박용기 총무는 정말 손이 열 개라도 모자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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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용기(남, 46세, 마제 이장·농요보존회 총무·운봉박씨 충주파의 총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