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봄볕이 한가로운 3월 중순, 담쟁이넝쿨로 보아 족히 수백 년은 넘었을 옛 돌담길을 따라 굽이굽이 이어진 길게 난 신림면 가평리 가평마을 골목길을 걸었다. 어느 집 돌담 너머에는 따사로운 봄볕을 받으며 복사꽃이 함초롬히 피었고, 그 옆에는 노란 산수유 꽃이 시샘하듯 이른 봄 자태를 뽐낸다. 몇 발짝 옮기지도 않았는데 마당이 몹시 넓어 보이는 어느 집, 활짝 열려 있는 대문간 옆에 커...
-
신림면 가평리 가평마을 고색창연마을체험관 안에 붙은 사진들을 보다가 고색창연테마마을 운영위원장한테 예전부터도 가평마을에서는 정월 대보름에 달집태우기를 했냐고 물어 봤다. 그런데 “근년에 관광객들이 마을에 오고 그러니까 시작을 했어요.” 하고 대답을 한다. 호남으로도 불리는 전라도의 전통 문화는 전라남도와 전라북도라는 차이보다는 동부와 서부의 차이가 훨씬 두드러진다. 판소...
-
신림면 가평리 가평마을 사람들에게 복분자에 대해 물으면, 거의 대부분 돈은 돈인데 가시 돋친 돈이라고 입을 모은다. 복분자 농사가 잘만 되면 다른 작물에 비해 높은 소득이 보장되지만, 농사짓기가 여간 까다롭지 않다는 뜻이다. 복분자나무에는 준치 가시보다 더 빼곡하게 가시가 성하다. 그래서 수없이 가시에 찔려야만 비로소 돈이 된단다. 빗물을 머금은 돌담 때문인지 더욱 고즈...
-
서울에서 온 버스 한 대가 가평리 가평마을 입구 주차장에 도착한 것은 초여름 햇볕이 따가운 정오 무렵이었다. 어린아이부터 노인에 이르기까지 40여 명의 도시 사람들이 고색창연 가평마을에서 복분자도 따고 영화 촬영도 하는 독특한 체험을 하기 위해 인터넷으로 신청을 하여 이번 프로그램에 참여한 것이다. 고창군에서 2억 원을 지원받아 2009년 3월에 개관한 고색창연마을체험관...
-
2009년 10월 24일 가평초등학교 교정에서 제14회 가평초등학교 동창회가 열렸다. 어떻게 연락이 됐는지는 모르지만 월간 『한국화보』 11월호에 행사 장면을 실은 여러 장의 사진과 더불어 훈훈한 내용의 기사가 함께 실렸다. 이날 동창회는 마을 어른들을 모시고 따뜻한 식사 대접을 하면서 인사를 올리는 것으로 시작해서, 오랜만에 만난 동창생들과 어울려 노래자랑도 하고, 동심으로 돌아...
-
중국 최초의 역사서인 사마천의 『사기(史記)』에 ‘중구삭금(衆口鑠金)’이란 말이 나온다. 많은 사람들의 입은 쇠도 녹인다는 뜻이다. 전설의 힘! 오랜 세월을 통해서 수많은 사람들의 입에서 입으로 전하는 전설은 쇠도 녹일 정도로 힘이 강하다. 더구나 복분자 전설은 힘의 원천인 정력을 내용으로 하고 있어 더욱더 흥미롭다. 한여름 어스름해질 무렵, 당산나무 밑에 모여 앉아 놀고 있는 마...
-
초가을 바람이 아직은 덥다고 느껴지던 날, 도동사 뒤쪽 철륭할아버지 옆에 있는 복분자 밭에서 크게 라디오를 틀어 놓고 일을 하고 있는 노부부를 만났다. 노부부는 손에 두꺼운 장갑을 끼고 가지치기를 하고 있었다. 지난번에 사람들과 함께 마을을 방문했을 때, 마을 안에 있는 당산할머니 아래에서 마침 복분자를 따서 손수레에 싣고 오는 농부를 만난 적이 있었다. 까맣게 잘 익은 복분자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