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목 ID | GC006T0302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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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야 | 지리/인문 지리 |
유형 | 지명/행정 지명과 마을 |
지역 | 전라북도 남원시 산내면 백일마을 |
집필자 | 강정만 |
곶감
감의 껍질을 벗겨 말린 감을 곶감이라 한다. 곶감은 장기간 저장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인데 건시라고도 한다. 곶감은 제사를 모실 때 바치던 계절식품이기도 하며 간식용으로도 애용되었다. 수정과를 만들 때 넣어서 단 맛이 우러나게 하는 용도로 활용되기도 했다. 곶감이 언제부터 사용되기 시작했는지 정확히는 알 수 없지만 조선시대 때 중국에 보낸 예물 목록 중에 곶감이 들어 있는 것으로 보아, 조선시대 때 널리 애용되던 것으로 보인다.
감에는 껍질이 두꺼운 것과 얇은 것이 있는데, 곶감용으로는 껍질이 얇은 것과 당분이 높은 것이 좋다. 1611년에 허균이 바닷가로 귀양 갔을 때, 귀양지의 거친 음식을 먹으면서 예전에 먹었던 좋은 음식이 생각나서 그 음식들에 대한 것을 적어 놓은 책이 있다. 그 책이 ‘도문대작’ 이다. 이 책 중에 지리산의 먹감(오시)이 곶감 만들기에 좋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이것으로 미루어 보면 지리산의 감이 유명했음을 알 수 있다.
(1) 감 따기는 감 다래끼나 간짓대를 이용
곶감을 만드는 법은 몇 단계를 거쳐서 겨울철에 만든다. 제일 먼저 감을 따야 하는데 감을 따는 시기가 적절해야 한다. 보통은 양력으로 10월23일 경인 한로와 입동 사이의 상강 무렵에 잘 익은 단단한 수시감을 딴다. 상강은 서리가 내리는 늦가을로 감이 서리를 너무 많이 맞으면 감이 물러져서 곶감의 재료로는 적절하지 못하게 된다. 산내에서는 음력으로 8월 추석을 지내고 9월 초순경에 감을 따기 시작한다. 곶감에 쓸 감은 물리지 않은 단단하며 큰 감을 택해야 한다. 산내에는 반시감, 대감, 장둥이감 등을 따서 곶감으로 만드는데 찬감이 좋다. 감의 수확시기가 따르면 감의 무게가 가볍고, 수확시기가 늦으면 경도가 낮아져 감을 깎는데 일의 능률이 낮고 말리기 작업에도 불편하다. 그러나 수확시기가 늦을수록 감 자체의 당도는 증가한다.
시골의 감나무는 집안이나 밭 주위에 많이 있는데 나무의 가지를 잘라주지 않아서 키가 매우 높은 것이 일반적이다. 보통 4-5 미터이고, 큰 나무는 9-10미터까지 되기도 한다. 그러므로 높은 나무에 올라가서 감을 따는 일도 큰 일거리이다. 또 감나무는 가지가 약해서 감을 따다 잘못하면 가지가 부러져서 감나무에 올라가 있던 사람이 땅으로 떨어져서 다치기도 한다.
높은 감나무에 올라갈 때는 짚으로 만든 다래끼를 이용한다. 감 다래끼는 주둥이가 좁고 바닥에 넓은 두레박같이 생긴 큰 바구니나 망태처럼 생긴 것인데 여기에 줄을 매달아서 가지고 나무에 올라간다. 나무 가지 위에 비스듬히 기대고서 감을 따 감 다래끼에 가득 감는다.
그러면 빈 다래끼의 줄을 잡아서 감나무 위로 다시 올려서 감을 딴다. 이런 작업을 반복하여 감을 딴다.
감나무 아래에서는 기다란 대나무로 만든 간짓대를 이용하여 감을 딴다. 간짓대는 끝을 반쪽으로 쪼개서 끝 부분을 둥그스름하게 다듬는다. 반쪽으로 조갠 부분의 한쪽은 길게, 다른 한쪽은 짧게 하고, 그 벌어진 사이의 밑에를 끈으로 감아서 간짓대 끝이 더 이상 갈라지지 않게 하고 그 사이도 약간의 간격이 있도록 한다. 그래서 벌어진 틈에 감나무 가지가 들어가게 하여 간짓대를 몇 바퀴 돌리면 가지가 끊어진다. 조심스럽게 간짓대를 땅 아래로 내려 감을 빼내면서 감을 따는 것이 간짓대를 이용한 감 따기다. 딴 감이 100개 되면 이것을 한 접이라고 하고, 100접이 되면 한 동이라고 한다. 보통 산내에서는 한 집에서 한 동이나 두 동씩 감을 땄다.
감 따기의 작업이 끝나면 감을 깎는 작업을 해야 한다. 감 깎는 일은 가을밤에 여자들이 주로 하였다. 집안에 둘러 앉아 서로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감 한 동이, 두 동이 즉 10,000개나 20.000개의 감을 작은 칼을 가지고 깎는 일은 보통 고역이 아니다. 감을 깎으면 손과 옷에는 검은 감물이 새카맣게 들기 일쑤이며, 몇날 며칠 동안 이렇게 감을 깎는다.
(2) 곶감꽂이 싸리나무
감 깎은 것을 나뭇가지에 10개씩 꿰는 작업이 기다리고 있다. 나뭇가지는 아무 나무나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싸리나무, 산내에서는 비사리라고 하는 나무만을 사용한다. 비사리나무는 추석이 되기 전인 7,8월에 해다가 준비하여 둔다. 농촌에서는 가을일이 시작되면 일손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가을에는 부지깽이도 덤벙인다, 가을에는 죽은 송장도 꿈지럭한다.’ 는 속담이 가을 농촌의 바쁜 실상을 그대로 표현한 것이다. 이처럼 바쁜 가을이 되기 전에 미리미리 한가할 때 일을 하나씩 처리해두었던 조상들의 지혜를 엿볼 수 있다.
곶감 꽃이 나무로 사용되는 싸리나무는 보통 높이가 2-3m 정도 되고 굵기는 2-3㎝이다.
싸리나무는 곶감나무로만 사용되는 것이 아니라 농촌에서는 매우 많이 사용되었던 중요한 나무이다. 싸리나무로 집의 울타리나 사립문을 만들었고, 집을 지을 때도 벽의 골격을 싸리나무로 만들고 그 위에 흙을 발라 맞벽을 완성했다.
또 싸리를 쪼개서 다래끼, 소쿠리, 발 등 여러 가지 생활필수품을 만들어서 생활하였다.
그리고 냇가에서 고기를 잡을 때는 통살 이라고 하는 발을 만들어서 사용하였다. 또 싸리비를 만들어서 마당이나 골목을 깨끗이 청소하였다. 겨울에는 땔감으로 이용되었다. 싸리나무는 나무속에 습기가 아주 적어서 비 오는 날에 생나무를 꺾어서 불을 지펴도 잘 타며 화력이 강하고 연기도 없다. 연기가 나지 않게 불을 지피는 데는 싸리나무가 좋다.
윷놀이의 윷짝을 싸리나무로 만들었고, 태만하고 불성실한 자녀들을 훈계하는 회초리도 싸리나무로 만들었다. 이처럼 싸리나무의 용도는 무궁무진 하였는데, 곶감을 만들 때에도 사용하였다.
감을 깎은 것들의 크기가 비슷한 것끼리 열 개씩을 싸리나무 한 가지에 꿰는 작업을 한다. 이렇게 작업한 것을 방안의 벽에 기대어 세워둔다.
(3) 감똑 만들기
방안에 감을 꿰어놓은 것이 벽에 기다랗게 세워져 많이 모이면 이것을 정리해야 하는 단계가 된다. 싸리나무에 꿴 감을 건조시키는 이 단계는 감똑에서 이뤄진다. 감똑은 옛날부터 내려오는 자연 건조법으로, 햇볕이 잘 들고 바람이 잘 통하는 곳에 감을 매달아 건조하는 방법이다. 감을 매달기 위해서는 처음에 커다란 기둥을 양쪽에 세우고 천정에는 짚이나 수대 등을 이용하여 지붕을 만들어 비를 피할 수 있게 한다. 천정에서부터 새끼줄을 양쪽으로 길에 여러개 내린다. 싸리나무에 꿴 감을 감똑에 매달린 새끼줄의 홈에 하나씩 하나씩 끼우는 작업을 한다. 새끼줄의 밑바닥에서부터 곶감을 끼우기 시작하는데 이렇게 끼우다보면 그 높이가 키를 넘게 된다. 그러면 끼우기가 어려운데 이때 조심해서 끼워야 한다. 만약 잘못하면 땅바닥으로 쏟아지기도 하여 낭패를 본다. 지게 작대기의 양쪽 홈을 이용하여 감똑에 감 끼우기를 겨우 완성하게 된다. 산내 등을 다니다 보면 집안의 한쪽에 빨간 감들이 감똑에 빼곡히 걸어져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감똑에서 감을 말리는 기간은 정확히 몇 일간이라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감을 만져봐서 끄덕끄덕 마르는 상태가 되어야 한다.
(4) 곶감 접기
다음 단계는 감이 건조가 되면 감똑에서 10개씩 꽂혀 있는 감을 싸리나무채 방안이나 실내로 들여와서 곶감 모양으로 만들어야 한다. 10개씩 꿰어 있는 감을 하나씩 하나씩 손질을 해야 하는데 감꼭지 부분과 밑 부분을 이이저리 만져 감의 속으로 밀어 넣어 둥그스름하면서 반듯하게 만드는 작업을 일일이 해야 한다. 이런 작업을 하면서 감 10개를 차곡차곡 싸리나무의 한쪽으로 밀어놓는다. 이때 감의 선별작업을 마지막으로 해야 한다. 곶감을 접는다고 하는 이 과정 속에서 만약 작은 감이 들어 있으면 빼내서 크기가 일정한 것끼리 모아서 곶감을 접어야 한다.
이렇게 하여 곶감을 접은 후에는 곶감을 5개씩 양쪽으로 양분시키면서 그 사이에 손가락 하나 들어갈 정도의 간격을 남겨둔다. 그런 후에는 칼로 싸리나무의 양쪽 끝을 국화꽃처럼 만들어서 나무를 잘라낸다. 이 작업이 마무리되면 새끼줄에 10개씩 꿰어 있는 곶감을 10꼬지씩 엮어나간다. 곶감 10개씩 10꼬지이면 감이 100개가 되는데 이것이 곶감 한 접이다. 이렇게 하면 일차적으로 곶감 접기는 일단락된다.
(5) 곶감 분내기
다음에는 곶감의 분내기 작업 단계이다. 곶감을 더 건조시키면 겉 표면에 흰 가루가 돋아 나는데 이것을 곶감의 분이라고 말하고 한자로는 시상 또는 시설이라고 한다. 곶감의 흰 가루는 감이 건조될 때 감속의 당분이 밖으로 나와 흰 가루가 된 것으로서 주요성분은 포도당이다. 감을 건조하여 곶감을 만들 때, 감의 수확 시기와 건조 방법에 따라 흰 가루의 양이 달라지는데, 이것은 곶감의 품질에 영향을 준다. 곶감의 분이 하얗게 적당히 나면서 곶감이 큰 것이 상품이다. 곶감의 흰 가루는 감속의 당분의 밖으로 나와 형성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흰 가루가 많이 발생된 곶감 일수록 감속의 당분이 많이 빠져나온 것이므로 곶감 자체의 당도는 낮게 된다. 그러나 흰 가루는 곶감의 수분을 일정하게 유지시켜 부드럽게 하여 썩는 것도 방지하므로, 흰 가루가 전혀 없는 곶감은 좋은 곶감이라고 할 수 없다.
곶감 분내기 작업은 한 달 이상 걸린다. 겨울 저녁에 마당에 내놔서 서리를 맞추면서 얼리는 작업을 한다. 마당에 내가 걸어두었던 곶감을 다시 궤짝이나 두지(표준어로는 뒤주)에 넣어두었다가 다시 내다 널어서 건조시키는 과정을 반복한다. 뒤주에 넣을 때는 바닥에 짚이나 감을 깎고 난 후의 감 껍데기를 한층 깔고서 곶감을 넣고, 또 그 위에 짚이나 감 껍데기를 놓고 곶감을 놓고, 이렇게 하여 저장했다가 다음 날 다시 내가 널고 하는 과정을 반복한다.
곶감을 접었는데도 좀 덜 마른 것은 처마 밑에다 걸어서 더 말리기도 하였다. 마당이나 처마 밑에 곶감을 걸어서 말리다보니까 옛날에는 곶감 도둑이 들어서 곶감을 훔쳐가기도 했다. 이런 곶감의 건조 과정을 반복하다보면 하얗게 분이 나기 시작하고 그러면 곶감을 사다가 파는 중간 상인들이 집안을 들락거리면서 흥정을 하기 시작한다. 그렇지 않으면 몇 접씩 인월장이나 마천장에 가지고 나가서 팔기도 한다. 대체로 중간상인들에게 넘어가는 일이 많다.
요사이의 시세로 말하면 곶감 한 접에 20,000원, 30,000원 정도씩 거래된다. 곶감 100접인 한 동을 하면 2백만 원이나 3백만 원의 목돈을 만지게 된다. 하지만 가을부터 시작하여 몇 개월 동안 온갖 손이 갔던 것에 비하면 그렇게 흡족한 가격은 아닐 수 없다.
옛날에는 꽃과 함께 떨어지는 도사리낙과는 ‘감똑이’ 라 하여 주워 먹었다. 감또개는 감을 썰어 말리거나 홍시를 펼쳐서 말린 것으로 보통 곶감 만드는 것보다 질이 좋지 않은 재료로 만든다. 시루떡에 이것을 넣어 만들기도 한다. 감떡은 찹쌀과 곶감을 갈아서 대추와 잣, 호두를 넣고 경단처럼 만들어서 꿀을 바른 떡이다. 이외에도 감장아찌가 있다. 최근에는 감식초를 많이 생산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