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목 ID | GC0660149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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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칭/별칭 | 미어(謎語) |
분야 | 구비 전승·언어·문학/언어 |
유형 | 개념 용어/개념 용어(일반) |
지역 | 충청남도 예산군 |
시대 | 현대/현대 |
집필자 | 이명재 |
[정의]
충청남도 예산 지역에서 비유를 통해 어떤 사물의 성질이나 이치를 정의하여 물으면 그것을 알아맞히는 언어 표현 놀이.
[개설]
수수께끼는 문제를 내는 사람과 맞히는 사람이 함께 구연(口演)하여 가는 쌍방식 문답 놀이이다. 인류가 언어를 사용한 먼 옛날부터 사회 속에서 자연 발생한 수수께끼는 은유를 통하여 사물의 특징이나 성질을 간결하게 묻고 상대는 그 사물을 알아맞히는 놀이의 특성을 띠고 있다.
수수께끼의 뜻이 미어(謎語)라는 한자어로 풀이되는 것처럼, 수수께끼는 헷갈리게 하여 쉽게 맞출 수 없도록 만들어진다. 그래서 상식적인 질문과 상식적인 답안이 성립하지 않는다. 이것이 수수께끼의 핵심이며, 일부러 헷갈리게 하는 비유적 질문을 통해 상대방에게서 엉뚱한 답변이 나오도록 유도한다. 이런 까닭에 헷갈리는 질문을 받은 상대는 비유적 질문에 해당하는 사물을 찾으려고 상상력을 끌어올리고, 질문자의 의도가 무엇인지를 파악하고자 머리를 쓴다. 때로는 사물의 이름을 맞혀야 하고, 때로는 숫자나 문자를 맞혀야 하며, 때로는 반어와 역설, 재치와 난센스의 웃음을 찾아야 하고, 때로는 고도로 감춰진 비밀의 문을 열어야 한다. 이런 까닭에 예부터 수수께끼는 언어유희를 통한 오락적 기능뿐만 아니라 아이들의 언어와 지혜를 열어 가는 교육적 기능을 수행하였다.
[채록/현황]
2001년에 간행된 『예산군지』와 2006년에 발간된 『고덕면지』, 2009년에 발간된 『오가면지』에는 예산 지역에 떠도는 수수께끼가 채록되고 수록되었는데, 그 양이 적고 채록 장소와 시기 및 구연자에 관한 내용이 누락되어 있다.
[예산의 수수께끼]
각종 기록에 채록된 예산 지역의 수수께끼로는 먼저 사물의 성질과 특성을 다루는 수수께끼를 들 수 있다. 수수께끼와 그 답을 문답식으로 예를 들면, 다음과 같다. 가까우면 보이지 않는 것은? 눈썹. 가슴에 털 난 것은? 옥수수. 검어도 검고, 희어도 검고, 붉어도 검은 것은? 연탄. 겨울에만 나오는 사람은? 눈사람. 기둥 하나에 지붕을 얹어 지은 집은? 우산. 긴 몸에 귀 하나 달린 것은? 바늘. 깜깜이 아래 홀쭉이, 홀쭉이 아래 찍찍이, 찍찍이 아래 낭떠러지는? 얼굴. 꼬리 하나에 머리가 둘인 것은? 콩나물. 꼬집어도 아픈 줄 모르는 사람은? 인형. 낮에는 산이 되고 밤에는 들이 되는 것은? 이불. 누구나 똑같이 먹는 것은? 나이. 늙어 가며 살찌는 것은? 배람박[벽]/담벼락. 늙어야 고와지는 것은? 고추. 늙을수록 젊어 보이는 것은? 사진. 마셔도 배부르지 않은 것은? 공기. 들어가는 곳은 하나인데 나가는 곳은 둘인 것은? 바지. 말 못 하는 선생님은? 책. 못 먹으면 서고 먹으면 주저앉는 것은? 쌀자루. 물만 먹고 사는 것은? 콩나물. 보고도 먹지 못하는 떡은? 그림의 떡. 빨간 주머니에 금돈이 가득한 것은? 고추. 살도 뼈도 없는데 손가락만 다섯인 것은? 장갑. 쓰레기만 먹고 사는 것은? 쓰레기통. 아버지는 청춘인데 아들은 백발인 것은? 목화. 얼굴은 젊으나 맨날 허리를 구부리고 있는 것은? 할미꽃. 어려서는 네 발로 기고, 크면 두 발로 다니고, 늙으면 세 발로 다니는 것은? 사람. 여름이면 얇아지고 겨울이면 두꺼워지는 것은? 옷. 잎사귀에서 꽃 피는 것은? 파. 장님도 볼 수 있는 것은? 꿈. 젊어서는 푸른 옷을 입구, 늙어서는 붉은 옷을 입구, 금전을 많이 가지고 있는 것은? 고추. 젊어서는 푸른 주머니에 은전 열 냥, 늙어서는 붉은 주머니에 금전 열 냥은? 고추. 하얀 단지 속에 백서방과 황서방이 사는 것은? 계란.
둘째, 사물의 행위와 동작에 관련한 수수께끼이다. 가도 가도 뒤따라오는 것은? 그림자. 가래 들고 다섯 놈이 웅덩이 파는 것은? 밥 먹기. 건넛산을 보고 절하는 것은? 디딜방아. 걸어다니며 도장 찍는 것은? 발자국. 기계 없이도 굴을 잘 파는 것은? 두더지. 날마다 눈물 짜는 것은? 행주. 낮에는 올라가고 밤에는 내려오는 것은? 이불. 넓은 바다에 도마뱀이 내려와 물을 다 빨아먹는 것은? 등잔. 눈으로 보지 않고 손으로 보는 것은? 맥/맥박. 똥구멍으로 찌르면 혀로 나오는 것은? 자물쇠. 들어갈 때는 빳빳하고 나올 때는 말랑말랑한 것은? 껌. 뜨거운 눈물을 흘리는 것은? 촛불. 매 맞으면서 피어나는 것은? 성냥불. 머리로 들어갔다가 옆으로 나오는 것은? 주전자. 배 째고 알 낳는 것은? 석류. 슬픈 날 치장하는 것은? 상여. 아침저녁으로 멱 감는 것은? 그릇. 얻어맞고 목욕하는 것은? 빨래. 자기 집을 지고 다니는 것은? 달팽이. 죄 없이 매 맞는 것은? 팽이. 죽어도 밥만 주면 살아나는 것은? 시계.
셋째, 언어유희를 이용한 수수께끼이다. 각은 각인데 모양이 없는 각은? 생각. 개는 개라도 물지 않는 개는? 번개. 금은 금인데 못 쓰는 금은? 임금. 길은 길인데 아무도 가기 싫어하는 길은? 저승길. 닭의 나이는? 81세[구구 하고 우니까]. 문은 문인데 떠돌아다니는 문은? 소문. 사람이 먹는 제비는? 수제비. 소리 없는 방울은? 솔방울. 세상에서 제일 작은 강은? 요강.
넷째, 한자풀이 또는 파자(破字)놀이를 응용한 수수께끼이다. 끝없이 긴 낱말은? 무궁(無窮). 기둥을 물고 있는 글자는? 중(中). 여자가 갓을 쓴 글자는? 안(安). 나무가 갓을 쓴 글자는? 송(宋). 아들이 갓을 쓴 글자는? 자(字). 산으로 둘러싸인 글자는? 전(田). 하늘보다 높은 글자는? 부(夫).
다섯째, 재치나 재담에 관련한 수수께끼이다. 깨뜨리지 않고는 소리 낼 수 없는 것은? 침묵. 젊어서나 늙어서나 늙었다는 소리만 듣는 것은? 할미꽃. 요나라는 누구에게 정복당했나? 이불나라. 지렁이는 밟으면 왜 꿈틀할까? 아파서. 피를 뽑아야 좋아하는 것은? 벼. 한국 사람이면 다 하는데 외국 사람은 못하는 것은? 한국말. 철수는 떡을 해서 왜 큰집만 갖다 줄까? 작은집은 변소니까. 총을 쏠 때 왜 한쪽 눈을 감을까? 두 눈 다 감으면 안 보이니까.
[특징/의의]
예부터 수수께끼는 기록하는 이들한테서 곁가지로 취급되어 왔다. 실없는 말장난, 아이들이나 재미있어 하는 놀이 정도로 본 것이다. 이런 까닭에 20세기에 들어서야 겨우 수수께끼집 몇 권이 출간된 정도였다. 그리고 놀잇감이 넘쳐나는 현대에는 수수께끼의 수요층인 아이들로부터 멀어졌다. 그러나 21세기에도 수수께끼는 널리 이용되고 있다. 수수께끼가 지닌 반어와 역설에 기댄 풍자와 재치와 기지, 언어유희로부터 뿜어져 나오는 해학과 웃음은 코미디 프로그램의 핵심이다. 지혜를 겨루는 문답식 퀴즈 프로그램에서도 수수께끼의 형식을 빌려다 쓰면서, 능청스럽고 의뭉스럽게 감추는 애매성의 요소를 첨가함으로써 딱딱할 수밖에 없는 퀴즈 프로그램에 재미와 활력을 불어넣는다. 질문과 답변으로 이어지는 학생들의 학습 방법이 수수께끼의 형식과 같으니, 수수께끼의 비틀어가는 질문 요소를 이용해 학생들의 두뇌 개발 프로그램으로 활용하기도 한다. 마치 조선시대의 서당이 현대에 와서 학교가 된 것처럼 이제 수수께끼는 퀴즈, 문답이라는 이름으로 새로운 의미와 장르를 창조하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