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

고려 전기 전라북도 고창 출신의 문신.

[가계]

본관은 무송(茂松). 할아버지는 검교태자첨사(檢校太子詹事)를 지낸 유고성(庾告成)이고, 아버지는 검교태자태사(檢校太子太師)를 지낸 유언경(庾彦卿)이다. 큰아들은 유응규(庾應圭)이고, 좌복야(左僕射)를 지낸 유자량(庾資諒)이 손자이다. 고려 고종 초 장원급제 하고 지방의 안찰사와 동남도도지휘부사(東南道都指揮副使)를 역임한 유석(庾碩)이 증손자이다.

[활동 사항]

유필(庾弼)은 지금의 전라북도 고창군 성송면 하고리에서 태어났다. 학문이 뛰어나고 천성이 강직하여 아첨을 하지 않았으며, 소박하면서도 꾸밈이 없어 세상에 널리 알려졌다. 과거 급제 여부는 확인이 어려우나 두 번이나 동지지공거를 맡아 과거를 주관한 것으로 보아 과거시험에 합격하여 출사한 것으로 추정된다. 1143년(인종 21) 금나라에 사신으로 파견되어 만수절(萬壽節)을 축하하였으며, 1147년(의종 1) 추밀원지주사(樞密院知奏事) 이부(吏部)의 부장관인 시랑(侍郎)에 올랐다. 1148년(의종 2) 과거를 관장하던 부고시관인 동지공거(同知貢擧)로 진사시를 주관하였고, 이어 왕명의 출납과 왕을 호위하며 지키고 군기를 맡아 보던 추밀원부사(樞密院副使), 1149년 경적(經籍)과 축문(祝文) 작성 등에 관한 일을 관장하던 비서성(秘書省)의 비서감(秘書監), 1150년 지추밀원사(知樞密院事), 1151년(의종 5) 왕명과 조칙의 선포 및 정사를 맡은 관청인 지문하성사(知門下省事)로 임명되었다. 당시 유필은 “정서(鄭敍)가 대령후(大寧侯)와 친교를 맺고 자기 집에 불러다가 잔치를 베풀고 논다 말하고, 그 죄는 용서할 수 없다.”고 주청하여 정서를 유배 보내도록 하였다. 같은 해 병부의 최고 관직인 참지정사판병부사(參知政事判兵部事), 정2품인 중서시랑평장사(中書侍郞平章事)에 이르렀다.

1152년(의종 6) 정사의 기록과 사서 편찬 업무를 맡아 본 사관의 종2품 관직인 수국사(修國史)를 겸직했고, 지공거로 과거를 주관했으며, 태자태사(太子太師)에 제수되었다. 태자의 교육은 재상이 담당해야 한다는 김존중(金存中)의 건의 때문이었다. 1155년(의종 9) 문하시랑평장사 수문전대학사 판이부사(門下侍郎平章事 修文殿大學士 判吏部事)로 있다가 사망하였다. 일찍이 의종이 환관 정함(鄭諴)을 합문지후(閤門祗候)로 임명했으나 유필이 반대하며 고신(告身)에 서명하지 않았다. 왕이 여러 차례 유필을 설득하였으나 왕명을 따르지 않았다. 이런 연유로 정함은 유필이 죽을 때까지 그 관직을 받지 못하였다.

[상훈과 추모]

시호는 공숙(恭肅)이다. 의종의 묘정(廟廷)에 배향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