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목 ID | GC028C01030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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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 전라북도 고창군 공음면 구암리 구수마을|마래마을 |
시대 | 현대/현대 |
집필자 | 박경숙 |
공음면 구암리의 1년은 여느 농촌 마을과 비슷하다. 연초에는 영농 경작을 준비하는 단계이다. 마을에서는 마을의 안녕과 농사의 풍작을 기원하는 당산제를 지내거나 마을 총회를 통해 영농기술에 대한 정보를 교환한다. 2월이 되면 본격적으로 한 해를 시작한다. 그리고 봄이 되면 씨앗을 뿌리고, 한여름에는 당산나무 그늘이나 마을회관에서 수박이나 백숙으로 삼복더위를 식힌다. 가을 수확철이 되면 잠자기도 바쁠 만큼 분주한 시간을 보낸다.
이렇게 바쁜 시간을 보낸 뒤에 겨울이 되면 마을회관에 모여 한가로운 시간을 보낸다. 지금은 흔하지 않지만 동지죽을 쑤어 조상께 올리고 마을 사람들과 나누어 먹기도 한다. 여러 가지 세시 음식이 사라지면서 그 자리를 1회용 커피 믹스가 대신하는 것도 요즘의 농촌 마을 풍경이다.
1월에는 한 해의 농사를 경영하기 위해 집집마다 영농 설계를 하며, 농업 기술 센터에서 실시하는 영농 교육 등을 받는다.
2월에는 마을 어른들이 제일 손꼽아 기다리는 설날이 있다. 자식들과 손주들이 찾아오기 때문이다. 설날을 위해 말려 둔 쑥을 꺼내 쑥인절미를 만든다. 옛날처럼 집에서 직접 인절미를 만들지는 않지만 정성껏 준비를 한다.
3월에는 논 갈기, 밭 갈기를 비롯해 각종 씨앗을 파종하는 시기이다. 구암리 구수마을에서는 대규모의 특용 작물보다는 고추, 파, 마늘 등 전형적인 밭농사와 벼농사를 위주로 농사를 짓고 있다. 음력 2월 초하루 구암리 마래마을에서는 당산제를 지내고 짚으로 큰 줄을 만들어 줄감기를 한다. 마을 이름이 ‘당산’이라고도 불리는 구수마을 역시 당산제를 지냈으나 오래 전에 당산나무를 베어내면서 당산제도 지내지 않고 있다.
4월에는 고추 모종을 사다가 고추밭에 옮겨 심는다. 구수마을은 대부분 노지 방식으로 고추농사를 짓는다. 예전에는 담배 농사도 많이 지었지만 지금은 두 가구만 짓는다. 4월 말에는 동학농민혁명 무장기포기념제가 마을에서 열리기 때문에 행사장 주변을 정비하고, 죽창 만들기, 농악 놀이 준비 등에 이어 행사에 참여하기도 하는 등 아주 바쁘게 보낸다.
5월에는 자연이 신록을 그려 내고 꽃을 피운다. 모내기를 하느라 바쁘게 보내며, 마늘 파종에 들어 갈 때이다.
6월에는 고창군 전 농촌 지역에서 복분자 따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복분자는 고창의 특산물로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다른 작물보다 소득이 높기 때문이다. 많은 공정을 거치지 않고 단기간 고수익을 높일 수 있다. 모든 농작물이 그러하듯 지나친 가뭄이나 장마가 말썽을 부리지 않을 때 더욱 풍년이다. 복분자를 딸 때 또 다른 풍경을 볼 수 있다. 집집마다 ‘복분자 술 담그기’에 들어간다. 이때는 고창읍내 슈퍼나 대형 마트에서 술을 사는 사람들이 줄지어 서 있다. 어쩌다 마트에 늦게 가는 날이면 술이 떨어져 못 사는 경우도 있다. 이 밖에도 보리와 담배를 수확할 때이다.
7월에는 비배 관리[벼 이삭 준비], 고추 따기에 여념이 없다. 고추를 따야 되는데 일손이 없어 고추를 못 딸 때도 있다.
8월에는 고추 따기, 무와 배추 파종, 조상묘 벌초, 백중 행사로 바쁘다. 고추를 다 따고 무나 배추를 심어 다음 한 해 동안 먹을 김장 배추를 심는다. 너무 더워 일을 못한다는 삼복더위에는 쉬어야 한다. 8월에는 열리는 백중 행사에는 마을 사람들이 한 자리에 모여 음식을 장만하고 각자의 덕담을 풀어 놓는다.
9월에는 추석이 들어 있다. 낟알이 하늘의 달처럼 꽉 차도록 기원하고 송편을 빚어 먹으면서 온 가족이 함께 모여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추석이 지나면 고구마를 수확한다.
10월에는 벼 수확을 끝낸 후 마늘을 심는다. 또한 까치가 먹을 것만 남겨 놓고 감을 딴다. 감을 따는 것도 늦가을 일거리이다. 홍시는 겨울에 비타민을 제공해 준다.
11월은 김장철이다. 김장을 할 때는 서로 품앗이를 한다. 보통 김장을 하기 위해서는 15일 정도 준비 기간이 필요하다. 미리 마늘을 까놓고, 새우젓이나 잡젓 등을 끓여 놓으며, 배추ㆍ무ㆍ파 등을 다듬어 놓는다. 미리 준비할 것들이 많아 집집마다 서로 도와 가면서 김장을 하는 모습들을 지금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그리고 보리를 심는다. 보리 재배 면적이 줄어들고 있지만 아직까지 구수마을에서는 많이 짓는 편이다.
12월에는 동짓날이 들어 있다. 이날 집집마다 동지죽을 쑨다. 마을 사람들은 가족들의 건강을 빌면서 동지죽을 나눠 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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