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목 ID | GC028C03010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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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 전라북도 고창군 공음면 구암리 구수마을 |
시대 | 현대/현대 |
집필자 | 한미옥 |
구암리 구수마을에서 제일 유식한 사람은 누구일까? 이에 대해 동네 사람들은 하나같이 전윤오[1938년생] 씨를 가리킨다. 그래서 외지에서 온 사람들이 그에게 구수내[구수마을]에 관한 역사나 인근 지역의 역사에 대해 물어 볼라치면 “어찌 다들 나한테만 물어 본다요?” 하면서 쑥쓰러워한다. 하지만 그 기색이 어쩐지 싫지만은 않아 보인다.
“구수내라고 헌 것은, 그 전에는 거북 구(龜)자도 쓰고 해서 구수내라고도 허고. 그래 갖고 글자를 자꾸, 옛날에는 한문 글자를 쓴게 그렇고. 지금은 아홉 구(九)자, 물이 많다고 해서 물 수(水)자 써서 그런가비여. 저수지가 있잖여? 그런게 구암리 마을도 지금 많은 마을이요, 한 야닯인가 아홉인가 되야, 마을이. 구암리가.”
노인회장을 맡고 있는 전윤오 씨는 토박이답게 마을의 지난 역사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구수내라는 마을 지명에 얽힌 내력담이라든지, 어린 시절 할아버지에게서 들었던 동학 이야기와 인근 창촌마을이 조선시대에 세곡을 보관하는 조창이 있던 마을이라 창촌이라 불린다든지 하는 이야기는 물론이고, 빨치산들에 의해 당시에 동네 청년 서너 명이 죽음을 당한 이야기까지 막힘없이 술술 나온다. 그의 이야기를 듣고 있다 보면, 동네 역사에 관해서는 무조건 전윤오 씨부터 찾는다는 동네 사람들의 말이 결코 헛말이 아니었음을 알게 된다.
이뿐만이 아니다. 해박한 역사적 지식과 함께 칠순이 넘은 전윤오 씨는 2005년 12월에 처음으로 컴퓨터를 배우기 시작해 지금은 인터넷을 자유자재로 즐기는 그야말로 신세대 노인이다. 3남 1녀의 자녀들이 모두 외지에 살고 있어서 내외만이 단출하게 살고 있다 보니 자연스럽게 세상 소식을 알기 위해 인터넷을 배우게 됐다고 하지만, 진갑을 넘긴 노인이 인터넷을 한다는 것이 어디 쉬운 일이겠는가. 이렇게 인터넷을 즐기는 전윤오 씨를 두고 최대기 이장님이 한 마디 한다.
“거기도 재주가 좋은 사람이여, 컴퓨터도 허고. 나이 먹어서 인자 배왔어. 인자 배왔는디 아들이 컴퓨터 잘하고 그런게 아, 아버지도 하는 것이제. 그때 나도 같이 배왔는디, 나는 인자…….”
어쩐지 최대기 이장님의 말씀 끝에 전윤오 노인회장님에 대한 부러움이 느껴지는 순간이다. 7000평[2만 3140m²]의 논과 밭을 소유하고 있는 전윤오 씨는 마을에서도 손꼽히는 부농이다. 현재 밭은 다른 사람들에게 빌려주고, 논농사만 자신이 직접 하고 있지만 그마저도 대개는 기계로 하다 보니 별로 힘들 것도 없다고 말하는 전윤오 노인회장님. 해박한 역사적 지식에 최첨단 인터넷까지 자유롭게 다루며 노년을 보내는 전윤오 씨는 구수내뿐만 아니라 아마도 고창군 내에서도 가장 앞서가는 노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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