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목 ID | GC028C03020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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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 전라북도 고창군 공음면 구암리 구수마을 |
시대 | 현대/현대 |
집필자 | 한미옥 |
정덕례 [1944년생] 씨는 열아홉 살인 1963년에 전라남도 영광의 우평마을에서 이곳 구암리 구수마을로 시집을 왔다. 그래서 택호가 ‘우평댁’이다. 그녀는 2남 4녀의 자녀를 두었다. 남편과는 일찍 사별하고 자녀들이 모두 외지에서 사는 바람에 구수내에서 혼자 살고 있다.
“옛날에는 있었어. 옛날에 이 동네는 없어도 우리 큰집에 있었어. 옛날에는 시렁마다 얹거 놓고 지앙단지, 지앙님네가 참 중요하제. 거시기 덕림아짐네 집허고 우리, 우리 큰집허고 밲에 없었어. 인자 다 돌아가시고 없어.”
정덕례 씨는 마을에서 유일하게 지앙단지[조상단지, 신주단지라고도 하며, 조상을 단지에 모시고 공을 드리는 것으로 대개 단지 속에 쌀을 넣어 둔다]를 모시고 있다. 이 지앙단지 속에 쌀과 삼색의 실을 넣어서 안방 시렁[선반] 위에 보관하고 있는데, 매년 햅쌀이 나오면 단지 속의 쌀을 꺼내고 새 쌀을 넣어 둔다. 쌀을 갈아 넣을 때는 정성을 다하기 위해서 반드시 목욕재계하고 가는데, 이렇게 해서 쌀을 갈아 두면 1년 내내 좀이 슬지 않는다고 한다.
“[단지에] 쌀 담아서, 해마다 새 곡식 나믄 담어. 추석 전에 나제. 제일 몬자 성주에다 바쳐야제. 지앙단지에다가 나락 새로 해 논 놈. 농사 지어 갖고. 전에 있었던 쌀은 거시기, 그거 비어서 밥 해 먹고 새 곡식을 담어. 그거는 먹어 인자. 성주에다 바친 놈을, 지앙에다 바친 놈을 버릴 수가 없는 것이여. 밥 해 먹어. 그러고 인자 새 곡식을 담어. 부서 놓고, 그놈 인제 담제, 새 놈을. 농사 진 놈을. 지앙 따로 있고 성주는 따로 있어. 성주상으로 요러고 놓고 지앙상은 이렇게 놓고 그래. 지앙님네는 우리 애기 낳고, 그런 것, 거, 지앙님네가 좋게 다 해 주시고. 그런, 지앙이고. 성주는 우리 조상, 모다, 그런 사람들이제. 삼신이라고도 허고. 지앙님네 삼신이라고도 허고. 성주는 따로 있고, 지앙님네 따로 있고.”
자식을 위해 모시는 지앙단지. 정덕례 씨가 이런 지앙단지를 처음부터 모셨던 것은 아니다. 본래 시어머니가 모시던 지앙단지였는데, 시어머니가 작고한 뒤 큰동서가 이어서 모셨다고 한다. 큰동서와는 한 집에서 같이 살았는데, 이후에 정덕례 씨가 분가하면서 자신도 새로이 지앙단지를 모시게 되었다고 한다. 4남 4녀의 자녀들이 모두 무탈하게 자라서 제각기 자리를 잡고 살고 있으니, 아마도 지앙단지를 잘 모신 어머니의 정성 때문이었을 것이다.
마을에서 유일하게 지앙단지를 모시고 있는 정덕례 씨. 지금은 자녀들이 모두 외지에 나가 살고 있는 탓에, 소일거리로 작은 농사나 짓고 인근에 품일을 해 주며 혼자서 지내고 있다. 자녀들이 자라는 동안에도, 성인이 되어 타지에서 모두들 제 밥벌이를 하며 건강하게 살아갈 수 있는 것도 모두 지앙단지 덕분이라고 생각하는 정덕례 씨는 가을 추수가 끝나면 햅쌀을 단지 속에 넣으면서 자식들을 위한 공을 들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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