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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장에서의 만남3 : 들꽃 할머니들
메타데이터
항목 ID GC014B030103
지역 경상남도 양산시 하북면 지산리 구판장
시대 현대/현대
집필자 이종락

토요일과 일요일, 공휴일 등 등산객이 있는 날에는 만남의 광장 한쪽에는 푸성귀를 가지고 나와서 팔고 있는 할머니들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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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성귀를 파는 할머니

토요일인데도 할머니는 단 두 사람밖에 보이질 않는다. 알고 보니 다들 들꽃 축제가 열리는 서운암으로 가고 거동이 불편한 할머니만 만남의 광장에 남았다. 강복숙(76) 할머니도 가지 못했다. 그는 6·25 참전 용사인 김명관 할아버지와 부부지간이다.

혹여 먼지라도 묻을세라 투명 비닐에 넣은 나물들이 한 봉지, 두 봉지 가지런히 놓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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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명 비닐에 넣은 나물

“이거는 울릉도 취나물, 여서는 부추깨이나물이라 카는데 여기 밖에 없다. 이거는 제피(초피를 여기서는 제피, 산초라 부르기도 한다), 쑥, 돌나물, 고소(고수나물), 다래 넝쿨, 다래 넝쿨이 보드랍다. 재배한 거는 없고 다 손수 뜯어온 기라. 약 사 묵지 말고 이것 묵으면 된다.”

제철 나물이며 채소가 그만큼 몸에 좋다는 말일 게다. 이런 나물들은 한 봉지에 상추는 천원, 쑥, 고수, 취나물, 돌나물은 2천원, 제피는 4천원에 팔고 있다. 제피는 5천원 받아야 되는 거란다. 옆의 할머니에겐 호박 말린 것과 고구마 줄기 말린 것도 보인다. 이렇게 해서 생긴 돈으로 약도 사 먹고 차비도 하고 놀러도 다닌다고 한다.

그는 이 나물들의 조리법에 대해 “제피는 데쳐 놓으면 양이 많을 끼다. 쑥은 지금 늙어서 국은 못 끓여 먹고 대신 떡을 해 먹으면 좋고, 고소(고수나물)은 전을 부치든지 조래기 해 놓으면 맛있다. 스님들이 머리 맑아진다고 먹는다. 냄새 난다고 하지만 먹으면 향긋하다. 돌나물은 물김치를 담가 먹어도 되고 요구르트에 갈아 먹으면 좋은데.”라는 설명을 곁들인다. 그러면서 지산마을의 자랑을 꺼낸다. “살기는 좋다. 공기도 좋고, 물도 좋고, 인심도 좋고……”

철마다 다른 푸성귀가 나올 것 같아 물어보았다. “여름에는 쫌 있으면 죽순 나면 그거하고 콩잎하고 가져 나오고, 가을되면 오만 거 다 있다. 겨울에는 곶감 팔고 감도 가꼬오고.”

흔한 고사리가 보이지 않아 다시 물어본다. “고사리는 여 없다. 쪼깨끔 해서 저거들 먹고. 산이 깊어서 고사리 없다.”는 대답이 돌아온다.

취나물과 고소를 한 봉지씩 산다. 할머니는 “제피도 좋은데 와 안 살라카노?”하면서도 “자! 이거는 엉개다. 엉개 넣어 주꾸마.”하면서 엄나무 여린 잎을 덤으로 넣어 준다.

덤이란 사람을 기분 좋게 한다. 적어도 우리나라에서는 말이다. 집에 엄나무 한 그루를 산에서 옮겨 심었는데 거기에서 뜯은 거란다. “우리는 안 먹고, 돈 벌라꼬 안 먹는다. 먹어뿌면 안 된다. 팔다가 안 팔리면 우리 먹고……” 짚신장사는 늘 헌 짚신만 신는다고 했던가. 이야기를 나누면서도 연신 지나가는 사람들을 향해 “사 가소. 2천원입니더.”를 외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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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도사 경내로 통하는 조그만 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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