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목 ID | GC0510204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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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 | 歲時風俗 |
이칭/별칭 | 세사,월령,시령 |
분야 | 생활·민속/민속 |
유형 | 개념 용어/개념 용어(일반) |
지역 | 경상북도 영천시 |
집필자 | 문애리 |
[정의]
경상북도 영천 지역에서 해마다 일정한 시기에 되풀이하여 행하는 의례적인 생활 풍속.
[개설]
세시 풍속(歲時風俗)은 원시 농경 사회로부터 인간이 주기적·관습적·의례적으로 생활 행위를 반복해 온 표준적인 행동 양식이다. 또한 한 해를 통해 매달 행해지는 것으로 생활을 단락지어 주는 시간적 단위이기도 하다. 세시 풍속은 계절의 변화 및 농업 생활과 밀접한 관계를 가지면서 전승되어 왔기에, 세사(歲事)·월령(月令)·시령(時令) 등으로도 부른다.
영천 지역은 농촌 지역으로서 농업을 기반으로 한 세시 풍속이 유지되어 왔다. 그러나 현재는 설과 추석을 제외한 세시 풍속들이 다른 여러 지역과 마찬가지로 영천 지역에서도 축소 전승되고 있는 실정이다.
[내용]
1. 정월 세시 풍속
농업 사회에서 한 해가 시작되는 1월은 새해의 농사가 잘되기를 기원하는 풍년에 대한 축원과 나쁜 기운으로부터 가정과 공동체를 수호하고자 하는 점복 의식이 의례에 반영되어 나타난다. 특히 정월은 다른 달에 비해 세시 풍속과 의례가 다양하며 짧은 시기에 집중되는 것이 특징이다.
1) 설
설날 아침에는 차례를 지내기 전에 집안 어른들께 먼저 세배를 한다. 살아 있는 조상에게 먼저 인사를 한다는 의미에서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집안 어른들께 세배하고 떡국을 대접한 후 차례를 지낸다.
차례는 종갓집에서 먼저 지내고, 작은 집으로 옮겨가며 지낸다. 차례를 통해 조상께 한 해의 풍년과 안녕, 가족들의 건강을 기원한다. 집성촌의 경우 마을을 한 바퀴 돌며 이웃 어른들께도 일일이 세배를 하러 다녔다. 이때 여자들은 집안 어른들께만 세배를 하고, 이웃 어른들께는 세배를 가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하루에 세배를 다 끝내지 못하므로 보름 이전까지 세배를 다녔다.
세배꾼들에게는 세뱃돈 대신 엿콩[강정]과 감주, 또는 술을 대접하기도 했다. 어른에게는 술과 음식을 대접하고, 아이들에게는 과자나 세뱃돈을 주며 덕담도 함께 해주었다.
2) 토정비결 보기
영천 지역에서는 정초가 되면 동네에서 한학을 공부한 어른을 찾아가 토정비결(土亭秘訣)을 봤다. 보통 설을 쇠고 나면 가족들의 한 해 신수를 모두 보는데, 근래에는 이런 풍습이 많이 사라지고, 절이나 근처 점집에서 가서 한 해 신수를 본다.
3) 복조리 걸기
복조리 걸기는 전국적으로 행해지는 풍속으로, 지역에 따라 섣달그믐날 밤이나 설날 새벽, 또는 정초에 사서 걸어두는데, 영천 지역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복조리 걸기는 쌀을 조리로 일어 담는 것처럼 한 해의 복을 일어 담는다는 유감 주술적인 믿음에서 생겨난 풍속이다. 오늘날은 조리를 거의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정초가 되면 실제 조리보다 작은 모양의 장식용 조리를 걸어 놓기도 한다.
보통 복조리 장사가 섣달그믐 때 마을에 들어와서 집집마다 두 개씩 복조리를 던져 놓고, 3~4일 후에 돈을 받으러 온다. 복조리를 집안으로 던져 넣으면 복이 들어온다는 믿음 때문에 사지 않을 수 없었다고 한다. 게다가 복조리 값은 흥정을 하면 안 된다. 요즘은 조리질을 하지 않아 복조리 거는 풍습도 점점 사라지고 있는 실정이다.
4) 입춘첩 붙이기
입춘일(立春日)은 천세력(千歲曆)에 정해져 있는데 연초인 경우가 많다. 입춘일에는 집집마다 대문·기둥·대들보·천정 등에 좋은 뜻의 글귀를 붙이는데, 이를 춘축(春祝)이라 한다. 입춘문(立春文)은 대개 정해져 있으나 영천 지역에서도 가장 보편적인 ‘입춘대길(立春大吉)’, ‘건양다경(建陽多慶)’ 등을 쓴다.
또 입춘일에는 오곡의 씨앗을 솥에 넣고 볶을 때 가장 먼저 솥 밖으로 튀어 나오는 곡식이 그 해 풍작이 된다고 하는 속신이 있었다. 이날 농가에서는 보리의 뿌리를 파보아 1년 농사의 풍흉을 점치는데, 일부 나이 든 사람들 사이에서 이어지고 있다. 주로 입춘에 행해졌던 이유는 24절기 중 첫 절기인 입춘이 한 해 농사의 기점이 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입춘에는 각 지방에서 보리뿌리점 외에 입춘점·보리할매점 등 다른 농경의례도 성행했다.
5) 정월 대보름
정월 대보름은 음력을 사용하는 전통 사회에서 각별한 의미를 지닌다. 농경을 기본으로 하였던 우리 문화의 상징적인 측면에서 보면, 달은 생생력(生生力)을 바탕으로 한 풍요로움의 상징이었다.
영천 지역에서는 보름 전날 찹쌀·서숙·콩·기장·팥·멥쌀·밤·대추 등 온갖 잡곡을 준비하여, 보름날 아침 일찍 오곡밥을 짓는다. 정월 대보름날 오곡밥을 일찍 먹어야 한 해 농사를 일찍 짓는다는 믿음이 있다. 오곡밥과 함께 취나물·고사리·미역취·삼베나물·개취 등 온갖 나물을 준비하여 오곡밥과 함께 먹었다.
또한 보름날 오곡밥을 먹기 전에 먼저 과일나무의 열매가 떨어지지 말라고 오곡밥을 가지에 한 덩이씩 붙여 놓는다. 찰떡 같이 붙어서 농사가 잘 되라는 의미이다.
보름날 아침에는 귀가 밝아야 좋은 소식이 많이 전해 들을 수 있다 하여, 아이 어른 할 것 없이 귀밝이술을 마신다. 그리고 보름에는 부스럼이 나지 않게 하려고 밤·잣·땅콩·호두 같은 단단한 과실을 이로 단번에 깨어서 먹었다. 이런 견과류가 준비되지 않았을 땐 엿콩[강정]과 같이 소리 나는 것을 반드시 먹어야 부스럼이 나지 않는다고 여겼다.
밤이 되면 달집을 크게 만들어 태우며, 보름달을 보고 소원을 빌었다. 이때 보름달의 형상을 보고 한해의 풍흉과 운세를 점치기도 했다. 영천시 야사동에서는 대보름날 새벽에 ‘새 쫓기’라하여 새를 쫓아 보내기도 하는데, 이는 농사철에 새로 인한 피해를 예방하기 위한 풍습이다.
영천시 야사동과 영천시 대창면 운천리에서는 보름날 두부를 많이 먹으면 ‘몸 쐐기[가려움증]’가 나지 않는다고 하여 보름에는 두부를 많이 먹는다. 영천 지역 일대에서 농사의 풍흉을 점치기 위한 ‘소 밥주기’나 보름날 하루 종일 개를 굶겼다가 보름달이 뜬 후에야 밥을 주는 ‘개보름쇠기’와 같은 풍습이 일반적으로 행해졌으며, 현재까지 영천 일부 지역에서는 정월 보름을 맞아 동제를 지내는 지역이 있다. 보름날 아침이 되면 동네 아이들이 이집 저집 밥을 얻어먹으러 다녔는데, 이는 대보름날 아침 여러 집을 다니며 밥을 얻어먹으면 한 해 복을 많이 받는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또한 대보름은 공동체 구성원들이 모두 어울리며 동제(洞祭)와 놀이를 통해 결속을 다지는 축제의 날이기도 하다. 공동체 구성원으로서의 소속감과 책임감을 강조한 영천 지역의 대보름 행사로는 동제·줄다리기·꽃나무싸움·지신밟기 등이 있다.
6) 귀신단옷날
정월 16일에는 ‘귀신단옷날’이라 하여 귀신이 집에 들어온다고 밤에 잘 때 밖에 체를 걸어 둔다. 귀신이 와서 체의 구멍을 세다가 날이 밝으면 그냥 돌아가도록 체를 걸어두는 것이다. 만약 귀신이 신을 신어 보고 맞으면, 신발 주인을 데려간다고 하여 신발을 모두 방안으로 들여놓는다.
7) 잡곡볶기
정월 16일에는 ‘좀 볶는다’고 오곡잡곡을 볶는다. 좀이 나지 말라고 콩이나 밀 등의 잡곡을 볶아서 아이들에게 먹으라고 준다.
8) 엄나무 걸기
가시가 큰 엄나무를 정초에 잘라서 대문이나 처마 밑에 걸어 두면 집안에 잡귀가 들어오지 않는다는 속설이 있다. 엄나무는 매년 새 것으로 교체하고, 걸어 두었던 것은 태워 버린다.
근래에는 주거 형태가 변하면서 엄나무 걸기 풍속이 많아 사라졌으나, 농가의 재래식 화장실이나 대문에 걸어 두는 사례가 남아 있다.
9) 동제
정초에 마을 사람 전체가 한 해 동안 마을의 안녕을 비는 제사를 지냈다. 마을의 수호신을 상징하는 오래된 정자나무나 또는 동신이 깃들이고 있다고 믿는 곳에 제수를 차리고 제관을 뽑아서 동제를 지낸다.
제관은 마을에서 탈이 없고 깨끗한 남자를 뽑는다. 제관으로 뽑히면 동제를 지내기 며칠 전부터 마음을 가다듬고 외출을 삼가며 동제를 지내는 날에는 목욕재계한다. 동제를 지내는 시기나 절차, 제수준비, 제수비용 분담방식 등은 각 마을마다 차이가 있다.
2. 2월 세시 풍속
2월에는 액막이나 가신에 대한 의례가 많다. 일 년 동안 가정에 재수가 있기를 기원하며 손을 비비는 비손과 영등제 등이 있다.
1) 영등할머니 내려오는 날
영천 지역에서는 2월을 ‘바람 달’이라고 부른다. 2월 초하룻날은 영등할머니가 내려오는 날이며, 영등할머니는 2월 그믐이 되어야 다시 올라간다고 한다.
그래서 2월 초하룻날 영등제를 지낸다. 보름날처럼 오곡밥을 하고 쑥떡도 찐다. 오곡밥이 다 되면 밥을 뜨기 전에 식구 수대로 숟가락을 꽂고 빈다. 그리고 집에서 사용하는 농사 도구를 갖다 놓고 한 해 농사가 잘 되기를 기원하며, 아이들의 책을 놓고 공부를 잘하게 해 달라고 빈다. 한 해 동안 가족 모두 건강하고 무탈하게 지내기를 기원한다.
2) 섬떡 만들기
2월 초하룻날 쑥떡으로 큰 송편을 하나 빚는데, 이것을 ‘섬떡’이라고 한다. 섬떡 안에 새알을 일곱 개 넣고 크게 세 개 만들어 각각 끄르미[오쟁이]에 넣어서 뒤주·조왕·성주에 갖다 놓는다. 1년 농사가 잘 되기를 기원하는 의미이다.
또 담 위에도 ‘까마귀밥’이라고 하여 밥·나물·고기·떡 등을 넣은 끄르미[오쟁이] 세 개를 만들어 올려 놓는다.
3). 조무생이별[좀생이별]로 점치기
2월 초엿새에 ‘조무생이별’을 보는데, 조무생이별이 달과 좀 떨어져서 가면 그 해에는 고추와 목화가 잘 된다는 속설이 있다.
3. 3월 세시 풍속
3월의 절기로는 청명(淸明)과 곡우(穀雨)가 있고 삼짇날 봄놀이가 대표적인 세시 풍속이다.
1) 삼짇날
음력 3월 3일은 삼짇날이라고 한다. 철새인 제비가 강남에서 겨우살이를 끝내고 일만 리를 날아오고 산과 들에는 새싹이 움돋고 만물이 소생하는 계절이다. 이때쯤에는 나비가 날기 시작하는데 노랑나비를 먼저 보면 행운이 오고 흰나비를 먼저 보면 상복을 입는 징조라 한다.
영천시 야사동에서는 삼짇날이 되면 나뭇잎으로 점을 보는데 마을의 고목에 잎이 한꺼번에 피면 그 해에는 비가 많아 풍년이 든다고 믿고, 잎이 드문드문 피면 물이 적어 흉년이 된다고 걱정했다.
영천시 고경면에서는 진달래꽃이 피면 동네 사람들끼리 닭을 사서 계장을 끓이고, 진달래를 뜯어다가 쌀가루에 반죽을 하여 화전을 지져서 함께 먹었다. 쑥을 뜯어 애탕(艾湯)을 끓여 먹으면 보약과 같다 하여 지금도 삼짇날이 되면 애탕을 끓여 먹는다.
2) 한식(寒食)과 청명(淸明)
하늘이 차츰 맑아진다는 뜻을 지닌 청명은 음력으로는 3월에, 양력으로는 4월 5~6일 무렵에 든다. 청명과 한식은 같은 날이거나 아니면 청명 다음날이 한식이 된다.
일 년 중 하늘이 가장 맑은 날이라는 청명에는 풋나물과 산채를 먹는 풍습이 있다.
한식은 설날·단오·추석과 함께 4대 절사(節祀)라 하여 산소에 올라가 성묘를 한다. 또한 이 날은 ‘손 없는 날’, ‘귀신이 꼼짝 않는 날’로 여겨 산소에 손을 대도 탈이 없는 날이기에 산소에 개사초(改莎草)[잔디를 새로 입힘]를 하거나 비석 또는 상석을 세우거나 이장을 하기도 한다.
4. 4월 세시 풍속
4월은 부처님오신날이 들어 있는 달로서 연등절(燃燈節)로 통칭되기도 한다.
1) 초파일
음력 4월 8일은 부처님오신날이다. 이날을 초파일 또는 욕불일이라 하고 1985년부터 공휴일로 제정되었다. 초파일이 다가오면 절에서는 등을 만들기에 바쁜데 요즘은 공장에서 대량으로 제작한 것을 사용하기 때문에 등이 다양하지 못하다.
영천 지역에서는 초파일이 다가오면 집에서 가까운 사찰이나 영천에서 비교적 큰 사찰인 은해사(銀海寺)와 신흥사, 은해사 거조암(居祖庵) 영산전(靈山殿) 등을 찾아가 연등을 달며, 초파일에는 아침 일찍부터 이들 사찰에서 불공을 드린다.
2) 날씨로 점치기
“4월 대풍(大風)은 맥풍(麥風)이다”라고 하여, 4월에 바람이 많이 불면 보리가 풍년이 든다고 믿는다.
5. 5월 세시 풍속
5월은 바쁜 농번기이다. 이때는 쌀농사를 짓는 지역에서는 특징적인 세시가 많지 않고, 단오(端午)가 가장 큰 세시 풍속이며 절일이다.
5월 5일 단오일에 창포에 머리를 감고 집에 부적(符籍)을 붙여 귀신을 쫓았다. 아이들은 들판에 익은 밀을 뽑아다가 불에 그슬려 먹었고, 또 단오쑥이라 하여 쑥과 익모초를 뜯어 말리기도 했다. 말린 쑥은 다발로 묶어 벽에 걸거나 문 옆에 세워 두었는데 집으로 들어오는 귀신을 쫓는다는 의미이다.
1) 창포물에 머리 감기
부녀자들은 단옷날 창포를 삶은 물로 머리를 감았는데, 이날 머리를 감으면 머리에 윤이 나고 탈모가 되지 않는다고 했다. 또 천궁잎을 삶아서 머리를 감기도 하고, 천궁 잎을 꽂으면 액땜을 한다고 잎을 잘라서 머리에 꽂고 다닌다.
2) 그네뛰기와 씨름
부녀자들은 마을 인근의 나무에 그네를 매고 그네뛰기를 하였으며, 남자들은 씨름을 했다.
3) 단오쑥
단옷날 익모초나 쑥을 뜯으면 약이 된다고 하여, 이날 쑥과 익모초를 뜯어서 말리는 풍습이 있었다.
4) 쑥떡 먹기
귀쑥은 쑥의 일종인데. 매우 찰진 쑥으로 귀쑥과 모시풀을 이용하여 떡을 해 먹었다.
5) 상추 이슬로 분 바르기
가루분이 없을 때는 단오 날 상추에 맺힌 이슬을 모아서 고체 분을 녹여서 바른다. 그냥 물로 분을 바르는 것보다 이슬을 이용하여 분을 바르면 얼굴이 고와진다고 여겼다.
6. 6월 세시 풍속
6월은 모내기와 같은 중요한 농사일이 몰려 있으므로 농사와 관련된 의례가 많다.
1) 밀떡 해먹기
6월이면 밀 수확이 모두 끝난 때이다. 수확한 밀을 빻아서 밀떡이나 수제비를 만들어 먹거나 국수나 떡을 쪄 먹는다.
2) 복달임
6월부터 무더위가 시작되면서 더위를 잊기 위해 지역마다 다양한 복달임을 하게 된다. 영천시 야사동에서는 한여름 더울 때는 폭포 같은 곳에 가서 물을 맞으면 몸에 좋다고 하여 물을 맞으러 간다. 복날에는 개를 잡아 보신탕을 끓여먹거나, 칼국수를 해먹는다. 복날 드는 비용은 마을 사람들로부터 추렴한다.
삼복이 들어 있는 절기는 한창 농사짓는 시기로, 이때 만약 비가 오지 않고 가물면 기우제격으로 오일장이 서는 장소를 옮겼다고 한다. 그 이유는 지역민들 사이에서 “개울가에 장을 세 번 보이면[세우면] 비가 온다”는 속설을 믿기 때문이다.
영천시 대창면 운천리에서는 삼복에 참외나 수박을 사다가 복달임을 한다. 보통 개고기는 복이 되기 전에 미리 먹기 때문에, 복날에는 수박과 참외 등 계절 과일을 먹어 더위를 떨쳤다고 한다.
영천시 청통면 범재마을에서도 삼복에 참외나 수박을 먹고, 일꾼들에게는 말복에 주인들이 격려하는 뜻으로 개나 닭을 잡아 주고 하루 쉬게 해 주었으며, 삼복을 모두 챙겨 먹었다고 한다.
영천시 고경면에서는 농사짓는 사람들에게 삼복은 큰 명절로 여겨져 이날 하루 농사일을 멈추고 쉬었다고 한다.
7. 7월 세시 풍속
7월이 되면 농촌에서는 밭매기와 논매기가 거의 끝나고 비교적 한가해지는 시기이다. ‘어정 7월 동동 8월’이라는 속담처럼 어정거리며 한 달을 지낸다는 의미이다. 7월에는 칠석과 백중이 있다.
1) 칠석
7월 초이레 칠석(七夕)은 양수인 홀수 7이 겹치는 날로 길일에 해당된다. 이날은 옥황상제의 노여움을 받아서 헤어진 견우와 직녀가 1년에 한번 오작교를 건너서 만나는 날인데, 이들의 애틋한 사랑에 하늘도 감동하여 비가 내린다고 한다.
칠석날에는 칠석차례라 하여 햇벼가 익으면 사당에 천신(薦新)하고 마을에서는 우물을 깨끗이 청소하고 우물고사를 지내기도 한다. 칠석은 수명신(壽命神)으로 알려진 칠성에게 수명장수를 기원한다.
이 날 각 가정에서는 고사를 지내거나 장독대 위에 정화수를 떠 놓고 가족의 무병장수와 가내의 평안을 빈다. 가정에 따라서는 절에 가거나 무당을 찾아가 칠성맞이 굿을 하기도 한다.
2) 백중
백중(百中)은 음력 7월 보름에 드는 속절(俗節)이며, 백종(百種)·중원(中元), 또는 망혼일(亡魂日)이라고도 한다. 망혼일(亡魂日)이라 한 까닭은 망친(亡親)의 혼을 위로하기 위해서 술·음식·과일을 차려 놓고 천신(薦新)을 드린 데에서 비롯되었다.
백종(百種)은 이 무렵에 여러 가지 과실과 채소가 많이 나와 ‘백 가지 곡식의 씨앗’을 갖추어 놓았다고 하여 유래된 말이기도 하다. 백중은 농민들이 봄에 씨앗을 뿌리고 가을 추수를 하기 전에 잠시 휴식을 취할 수 있는 날이다.
주로 농사를 지었던 영천 지역에서는 일의 고됨을 달래고 이웃과의 친목 도모를 위해 백중 행사가 거행되었다. 또한 망혼일이라 하여 조상들을 위해 절에 가서 불공을 드리기도 했다. 예전에 영천 지역에서는 7월 중순경 백중 즈음에 품앗이로 하는 세벌논매기가 모두 끝이 난다. 마을의 세벌논매기가 끝나는 날 일꾼들은 소를 타고 마을로 들어온다. 논 주인은 음식을 준비해서 일꾼들을 대접하고 일꾼들은 마당에서 북도 울리고 논매는 흉내도 내며 놀기도 하였다.
8. 8월 세시 풍속
8월은 농사일이 거의 끝나 수확을 앞두고 있는 시기이다. ‘5월 농부, 8월 신선’이라는 말처럼 8월은 모든 것이 풍성한 계절이다. 햇곡식이 나오는 수확의 계절로서 조상에게 감사하는 의례인 추석이 가장 대표적인 세시 풍속이다.
추석(秋夕)은 한가위, 중추절(仲秋節) 또는 중추가절(仲秋佳節)이라고 한다. 한가위의 ‘한’은 ‘하다[大·正]’, ‘가위’란 ‘가배(嘉俳)’, 즉 ‘가부·가뷔’의 음역(音譯)으로서 ‘가운데’란 뜻으로. 한가위란 ‘가을의 한가운데, 정(正)가운데’란 뜻을 가지고 있다.
추석 무렵에는 백과가 만발하기 때문에 농촌에서는 최고의 명절로 친다. 추석 제의는 수확한 곡식을 조상에게 바치는 농경 의례로서, 그 해 수확한 쌀로 송편을 빚고 온갖 과일을 장만하여 조상을 위하는 차례를 지낸다.
영천 지역에서는 7월이 지나고 8월 초순부터 벌초를 시작해서 8월 보름 이전에 모두 끝낸다. 8월 보름에는 송편을 빚어서 제사를 지내며, 송편 외에도 시루떡이나 다른 종류의 떡을 여러 가지 준비하기도 한다. 떡과 함께 밥을 올려 차례를 지낸다. 다른 곡식들은 이때쯤 햇곡이 나오고 과일도 햇과일이 나오지만, 쌀은 햅쌀이 나지 않을 때도 있다. 이때에는 묵은 쌀을 쓰기도 한다.
9. 9월 세시 풍속
9월은 한로(寒露)와 상강(霜降)이 들어 찬 이슬과 서리가 내리는 시기이다. 제비는 돌아가고 기러기가 찾아오는데, 들에는 국화가 피고 단풍이 절정을 이루는 시기이다. 9월에는 국화전과 국화주를 먹는 중양절과 제사 날짜를 모르는 조상과 후손이 없는 귀신들에게 합동으로 제사를 드린다.
1) 중양절(重陽節)
음력 9월 9일은 중양절 또는 중구(重九)라 한다. 3월 3일, 5월 5일과 같이 양수(陽數)가 겹친 날로 신라 때부터 내려오는 명절인데, 지금은 이름만 남아 있다.
3월 삼짇날에 돌아온 제비가 중양일에 다시 강남으로 돌아간다는 날이다. 중구일에는 제사의 날짜를 잘 모르거나 자손이 없는 혼령들을 위한 제사를 지내기도 한다.
2) 국화전 부치기
봄에 진달래꽃으로 화전을 해 먹듯이, 가을이 무르익는 이날에는 국화로 국화전을 해 먹고, 추어탕을 끓여 먹었다. 향기가 좋은 국화를 넣어 국화주도 담가 마셨다. 이 시기에 아이들은 메뚜기를 볶아 먹기도 했다.
10 10월 세시 풍속
10월을 상달[上月]이라고 부르는데, 추수가 끝나고 풍요로움을 누리게 되므로 고대에는 이 시기에 제천 의식(祭天儀式)이 행해졌다. 따라서 10월에는 추수에 대한 감사 의례가 주로 행해졌으며, 묘사(墓祀)와 고사(告祀), 안택(安宅)이 이달에 행해진다.
1) 묘사
시제는 일 년에 한 번 묘에서 5대조 이상의 조상에게 제사를 지내는 문중 의례이다. 이를 시제(時祭)·시향(時享)·시사(時祀)·묘제(墓祭)라고도 한다. 명절에는 차례를 지내고, 절기에 따라 산소를 관리하며, 가을에는 묘사를 지낸다.
영천시 야사동에서는 대개 보름 안에 묘사를 지낸다. 묘사는 산소마다 찾아다니며 지내는데, 제사에 모시는 조상의 산소까지 빠뜨리지 않고 다닌다. 한 번에 못 지낼 경우에는 날짜를 나누어 지내기도 하고, 무리를 나누어 여러 산을 한 번에 둘러보기도 한다. 각 산소마다 쓸 제수를 따로 조금씩 준비해 가서 묘사를 지낸다. 묘사를 지낼 때 가장 윗대 첫 번째 조상 묘소에 제사 지내기에 앞서 산신제(山神祭)를 지낸 뒤 묘사를 지낸다.
현재 영천의 대다수의 지역에서 추석 즈음 벌초를 하는데, 벌초와 동시에 윗대 조상 묘소를 찾아 제사를 지낸다. 따로 정해진 날짜에 묘사를 지내는 문중도 있지만, 도시화와 산업화를 거치면서 묘사 역시 간소화되어 가는 추세이다.
2. 고사
추수를 다 끝내고 10월에 날을 받아서 고사를 지낸다. 성주 단지 옆에 흰 시루떡[백찜], 술, 삼색 나물 등을 준비해서 아침에 여자들이 주관하여 지내며, 소지는 올리지 않는다.
11. 11월 세시 풍속
11월은 농한기에 접어들어 수확한 농작물을 저장하고 겨울을 준비하는 시기이다. 또한 동지(冬至)에는 액을 막고 복을 기원하는 다양한 세시 풍속이 성했는데 가장 대표적인 것이 팥죽 쑤기이다. 동지가 되면 팥죽을 쑤어 삼신, 성주에게 빌고 모든 병을 막기 위하여 팥죽을 먹거나 사방에 뿌려 잡귀를 몰아 낸다.
영천 지역에서는 동지 때 팥죽을 쑤어 먼저 성주에 퍼서 올린 후에 가족들끼리 먹는다. 예부터 10일 안으로 드는 애동지에는 애들에게 좋지 않다고 해서 팥죽을 쑤지 않는다. 팥죽에는 찹쌀 수제비를 넣고 쑤는데, 찹쌀 수제비를 나이 수만큼 먹으면 좋다는 믿음을 가지고 있다. 또한 팥죽을 먹으면 어지럼증이 없어진다는 얘기도 있다. 팥죽을 쑤면 먹기 전에 액을 쳐낸다고 하여 바가지에 팥죽을 퍼서 숟가락으로 큰 방 문 위에 뿌리기도 하고, 화장실과 부엌 등 집안 곳곳에 숟가락으로 팥죽을 뿌려 액을 쫓는다.
12. 12월 세시 풍속
12월은 본격적인 농한기에 해당한다. 12월을 섣달 또는 서웃달이라 하며, 12월 말일을 섣달그믐이라 한다. 일 년의 마지막 날인 12월 말일에는 묵은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이하기 위해 밤새도록 불을 켜 두어 잡귀가 들어오지 못하게 한다.
1) 묵은세배
섣달 그믐날 저녁에 사당에 절을 하고 어른들에게도 절을 했는데, 이를 묵은세배라 한다.
2) 수세(守歲)
섣달그믐에 잠을 자면 눈썹이 하얗게 된다고 아이들에게 잠을 자지 말라고 한다. 그래서 그믐날 밤에는 장기·바둑·화투·윷놀이 등을 하면서 놀거나, 옛날이야기를 들으면서 밤을 지새우는데, 이를 ‘수세’라고 한다.
3) 불 밝히기
새해를 맞이하여 좋은 일이 많이 생기길 기원하는 뜻에서 섣달그믐 밤에는 집안의 불을 모두 밝혀둔다. 조상신을 모시기 위해서 불을 밝혀 두는 것인데, 이 불은 상어기름으로 밝혀 둔다.
[의의와 평가]
세시 풍속은 민족적 보편성에다 지역적 특수성이 반영되어 오랜 세월 속에 의례·제의·주술·오락이 가미되어 정착된 것이다.
이러한 세시 풍속도 시대의 변화에 따라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농경 문화에 기반 한 한국의 세시 풍속은 사회 구조의 급격한 변화 속에서 설날, 추석 등 일부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사라진 풍속이 되고 있는 추세이다.
현재 영천 지역에서 구체성을 가지고 중요하게 행해지는 세시 풍속으로는 설과 추석을 들 수 있을 것이다. 그 외 계절별 세시 풍속 가운데 실체로서 드러나는 행위는 사라졌다 하더라도 지역민들의 관념 속에 남아 전해지는 세시 풍속들은 적지 않음을 알 수 있다.
정초의 세시 풍속인 복조리 걸기나 입춘첩 붙이기, 영등할매 모시기, 조무생이별로 점치기, 날씨로 점치기와 같이 관념 속에 잔존하고 있다가 필요에 따라 행위로 구체화되어 나타나기도 한다. 정월 대보름이나 삼짇날·한식·단오·복달임·동지와 같은 계절성이라는 절대성을 함축하고 있는 세시 풍속들은 여전히 영천 지역민들의 삶과 밀착되어 나타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