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

경기도 용인시의 양천허씨 문중에서 소장하고 있는 조선 중기의 문신인 허적의 초상화.

[개설]

허적 초상은 원래 허적(許𥛚)[1563~1640]이 1628년(인조 6)에 일어난 유효립(柳孝立)의 모반을 고변하여 영사원훈공신(寧社元勳功臣)에 책봉되던 당시 인각되어 공신각(功臣閣)에 봉안되었던 것을 후손이 뒤에 가묘본(家廟本)으로 이모(移摸)하여 소장해 온 것이다.

양천허씨 문중에서 전하는 『양천허씨유사(陽川許氏遺事)』를 보면, 1628년에 광해군의 외척이 되는 유효립이 제천에서 모의하여 역모를 꾀하자 죽산부사로 있던 허적이 역모를 알아차려 조정에 고변하였고, 허적의 아우인 허계가 아들 허선과 함께 음모자를 절박하는 공을 세웠다고 한다.

허적 초상의 이모(移摸)와 관련하여 전하는 이야기에 따르면, 이모했던 화사의 꿈에 허적이 나타나, "내 초상을 자세히 보라. 왼쪽 눈가에 점이 빠져 있느니라."고 하여 이튿날 원본을 보니 정말 점 하나가 있으므로 다시 그려 넣었다고 한다. 1992년 10월 12일에 용인시 향토유적 제25호로 지정되었다.

[형태 및 구성]

전신교의좌상(全身交椅坐像)의 좌안칠분면(左顔七分面)으로 전신은 팔분상(八分像)이다. 검은 사모를 쓰고 있고, 짙은 청록색의 단령을 입었다. 손은 허리 이하에서 공수하였다. 가슴에는 쌍학 흉배를 달았으며, 허리에는 서대(犀帶)를 둘렀다.

얼굴과 이목구비는 세필(細筆)로 윤곽을 잡고, 음영 표현은 세선을 여러 번 긋거나 엷게 선염 처리하였다. 얼굴 윤곽선의 강한 필선이 돋보인다. 그림의 상단에 “양릉부원군허적(陽陵府院君許𥛚)”이라는 화제(畵題)가 있다.

[특징]

의자가 접이식이 아닌 점, 채전과 호피의 형태가 완전하지 않은 등 어색하고 조화롭지 않아 후대에 이모한 그림임이 작품 곳곳에 드러나 있다. 또한 그리 크지 않은 화폭 전체에 그림이 가득 차 있고, 그림의 사방 테두리가 약간 잘려나간 상태로 보인다. 전체적으로 하반신에 비해 얼굴과 상반신이 크게 배치되어 구도가 약간 불안정하다.

[의의와 평가]

허적 초상은 후대에 그려진 이모본으로 같은 공신도상이지만 17세기로 추정되는 허계(許契) 초상·허선(許選) 초상과는 양식적 차이가 현격하여 단순 비교는 어렵다. 허계 초상·허선 초상 두 그림에 비해 화격은 다소 떨어지나 영사공신도와 관련있는 그림이며, 재미있는 설화도 남아 있는 등 흥미로운 초상화이다. 그림의 사모 윗부분이 약간 손실되어 가능한 빠른 시일 내에 보존 처리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