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목 ID | GC028A01050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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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 전라북도 고창군 신림면 가평리 가평마을 |
시대 | 현대/현대 |
집필자 | 서해숙 |
예부터 우리나라 사람들은 여느 집을 막론하고 집 안에는 성주, 지앙, 조왕 외에 다양한 가신(家神)들이 자리하고 있다고 믿었다. 칠성, 철륭, 조상, 업 등이 그것이다. 가신들에 대한 신앙은 부녀자들의 자발적인 종교적 신심에 의지하기 때문에 그 양상이 사람마다 제각각 달라서 무질서한 듯해 보이지만, 신앙 행위에서는 그들만의 질서와 공식이 발견된다. 특히 가정 신앙은 무속적 성향이 두드러지나, 명절이나 제사 때 모셔지는 방식을 보면 무속과 유교적 제의가 적절하게 조화를 이루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또한 가정 신앙은 한 집안의 어머니에 의해 모셔지는 만큼 모성애에서 그 신앙의 원천을 찾기도 한다. 이러한 신앙은 시어머니에서 며느리로, 친정어머니에서 시집간 딸에게 전이되면서 답습되었다.
[자식들을 위해 빌고 또 빌고]
칠성은 자식의 무병장수를 관장하는 신으로, 주로 칠석날 아침에 일곱 칠성님네를 위해 미역, 밥, 팥떡을 차려 놓는다. 그리고 밤중에는 해가 뜨는 동쪽으로 물 한 그릇을 떠 놓고 동서남북으로 절을 한다. 이렇게 하기 위해 먼저 목욕재계하고 깨끗한 옷으로 갈아입는다.
신림면 가평리 가평마을에서는 차순임[1927년생] 씨를 비롯해서 몇몇 마을 사람들이 칠성을 모셨다고 한다. 비록 과거에 모셨다 할지라도 제보자들은 자식들을 위해 정성스럽게 모신 것이므로, 남에게 말하는 것을 꺼려하였다. 말을 하면 자신들이 쏟은 정성이 반감된다고 믿기 때문에 그러할 것이다.
차순임 씨는 집을 새로 지으면서 3년 전부터 칠성을 모시지 않는다. 그러나 칠성을 모시지 않는다고 해서 그녀의 자식을 위한 신념과 믿음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대신 절에 가서 공을 들이는 것으로 대체되었을 뿐이다.
철륭은 집터를 관장하는 신으로 흔히 집 뒤안을 가리킨다. 철륭은 단지나 동우[동이]와 같은 특별한 신체 없이 설, 보름, 추석과 같은 명절 때 장독대에 철륭상을 차려 놓는 것으로 모신다. 그러나 제사 때는 모시지 않는다. 철륭상은 명절 음식을 장만한 그대로 차려 놓고 거기에 술을 한 잔 부어 놓는다. 명절이 되면 먼저 성주상을 차린 뒤에 이어서 지앙상, 조상상을 차리고 나서 철륭상을 차려 놓는다. 그리고 철륭상 앞에서 간단히 비손한다.
차순임 씨는 예전부터 동지 때는 철륭상에 동지죽을 차려 놓았다. 이렇게 차리는 것을 차순임 씨는 “철륭하나씨가 팥죽을 좋아하기 때문이다.”고 말한다. 동지 외에 칠석날에는 장독대 위에 물을 떠 놓았으나 집을 새로 지으면서 하지 않는다.
매꼬지댁으로 불리는 김기영[1914년생] 씨 집에서는 지금도 장독대 위에 물을 떠 놓는다. 철륭에 동지죽을 올리기 앞서 동지죽이 팔팔 끓을 때 조금 떠서 집 안을 돌면서 동쪽, 남쪽, 서쪽, 북쪽 순서로 뿌린다. 그러고 나서 상을 차려 놓는다.
집 안에서는 조상을 모시기도 하는데, 이러한 조상의 신체를 일러 가평마을에서는 ‘지앙단지’라 부른다. 오늘날까지 지앙단지를 모시는 집을 찾아볼 수 없으나 과거에는 더러 모셨다고 한다. 지앙단지는 주로 애를 낳지 못하는 집이나 아이가 귀한 집에서 주로 모셨으며, 안방 시렁 위나 귀퉁이에 못을 박아서 그 위에 올려놓는데, 단지 안에는 쌀을 담아 놓는다. 단지 안의 쌀은 매년 깨끗한 날을 받아 그 해 수확한 첫 쌀을 제일 먼저 갈아 놓는다. 쌀을 갈기 전에는 목욕재계하고 깨끗한 옷으로 갈아입는다.
업은 집안의 재복을 가져다주는 것이라 한다. 가평마을에서는 구렁이를 업이라 하는데, 업이 보이면 집안이 좋지 않다고 한다. 이러한 업을 ‘대명’이라 부르기도 한다. 매꼬지댁은 실제 업이 보여 망했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고 한다. 잘 사는 부잣집 영감이 아팠는데, 큰 대명이가 집 안 시렁 위를 타고 나가더니 이후 영감이 죽었다고 한다. 실제 업이 보이면 찹쌀죽을 쑤어서 곳간에 놓아두고 비손하면 대명이가 와서 먹는다고 한다.
이외에 제사나 명절 때면 자식 없이 죽은 혼신을 위해 마을 앞 길가에 지푸라기를 놓고 그 위에 밥, 국, 물을 차려 놓기도 한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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