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사일이 모두 끝난 늦가을부터 겨울이면 공음면 구암리 구수마을 할머니들은 매일같이 마을회관에 모여서 이야기꽃을 피우곤 한다. 그리하여 구수내가 동학농민혁명의 기포지 마을이기 때문에 관련 이야기 하나쯤은 들어 있을 법도 한데, 동학 이야기는 쉽게 들을 수 있는 이야기가 아니었다. 동학이 사람들의 기억에서 잊힌 지 오래된 사건이라서 그랬을까? 참으로 듣기 어려운 이야기를 조르고 졸라...
구암리 구수마을에서 제일 유식한 사람은 누구일까? 이에 대해 동네 사람들은 하나같이 전윤오[1938년생] 씨를 가리킨다. 그래서 외지에서 온 사람들이 그에게 구수내[구수마을]에 관한 역사나 인근 지역의 역사에 대해 물어 볼라치면 “어찌 다들 나한테만 물어 본다요?” 하면서 쑥쓰러워한다. 하지만 그 기색이 어쩐지 싫지만은 않아 보인다. “구수내라고 헌 것은, 그 전에는 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