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

조선 후기 경기도 안산군에서 거주한 문신.

[가계]

본관은 영일(迎日). 자는 사앙(士仰), 호는 하곡(霞谷). 정몽주(鄭夢周)의 후손으로, 할아버지는 우의정을 역임한 정유성(鄭維城)이고, 아버지는 진사 정상징(鄭尙徵)이다. 어머니는 한산이씨(韓山李氏)로 호조판서를 지낸 이기조(李基祚)의 딸이다.

[활동사항]

정제두(鄭齊斗)[1649~1736]는 한성부 반석방(盤石坊)에서 출생하였으며, 어려서는 이상익(李商翼)에게 수학하였다. 후에 경기도 안산군 지역으로 이거하였다. 1680년(숙종 6) 32세 때 영의정 김수항(金壽恒)이 경명행수(經明行修)로 천거하여 사포서별제가 되었고, 40세 때는 평택현감이 된 뒤 사헌부장령과 사헌부집의를 역임하였다. 강원도관찰사·한성부좌윤 등에도 임명되었다.

61세 때인 1709년(숙종 35) 강화도 하곡(霞谷)으로 옮겨 살았다. 74세에 사헌부대사헌이 되었고, 78세에 양명학을 한다고 사헌부지평 이정박에게 비판을 받았으나 영조가 비호하면서 무사히 넘어갔다. 1728년(영조 4) 80세 때는 의정부우참찬에 이르렀다.

[학문과 사상]

20여 세 때부터 박세채(朴世采)의 문인이 되었고, 생애 초에는 주자학을 수학하였으나 뒤에 양명학에 심취하였다. 당시 주자학의 권위주의적 학풍에 대해 “오늘날에 주자의 학문을 말하는 자는 주자를 배우는 것이 아니라 곧 주자 핑계를 대는 것이요. 더 나아가 주자를 끌어다 붙여서 뜻을 성취시키고, 주자를 앞세워 위엄을 지어 사사로운 이득을 얻으려는 것이다.”라고 비판하였다.

정제두는 송시열(宋時烈)과 경전의 뜻과 처신의 의리 문제에 대한 논의를 펼쳤고, 스승 박세채를 비롯하여 윤증(尹拯)·최석정(崔錫鼎)·민이승(閔以升) 등과 서신을 주고받으면서 양명학에 대해 논하였다. 양명학의 핵심 이론인 치량지설(致良知說)·지행합일설(知行合一說) 등을 긍정하였다. 스승 박세채는 『왕양명학변(王陽明學辨)』을 지어 비판하면서 양명학을 버리도록 종용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정제두는 “왕양명의 학설에 관심을 갖는 이유는 사사로운 마음에서 나온 것이 아니라 성인의 뜻을 찾아 실지를 얻고자 할 뿐이다.”라고 하면서 결연한 태도를 견지하였다. 특히, 민이승과는 여러 차례 심즉이(心卽理)·치량지·지행합일·친민(親民) 등 양명학의 논제들에 관한 논란을 전개함으로써 양명학과 주자학 두 견해에 대해 본격적인 토론을 펼쳤다.

정제두는 왕수인의 심즉이설을 받아들여 주자의 마음[心]과 이(理)를 구별하는 견해를 비판하였고, 양지의 개념도 지각이나 지식의 뜻과 구별해 성체(性體)의 지(知)요, 본연의 선(善)이며, 곧 오상(五常)[인·의·예·지·신]의 지임을 뜻하는 내용이라고 성의 본체를 해석하였다. 심(心)·성(性)·정(情)의 관계도 성은 양지의 본체이고, 정은 양지의 작용이며, 마음은 바로 양지의 전체이다. 그리고 지행합일설에 대해서도 지와 행을 둘로 나누는 것은 물욕에 가려진 것이며, 양지의 본체에서 보면 지와 행이 하나라고 해석하였다.

정제두는 양명학에 일가를 이루어 강화학파를 형성하였던 인물로, 조선 후기 실학기의 대표적인 학자로 손꼽힌다. 문인으로는 윤순(尹淳)과 심육(沈錥) 등이 있으며, 숙종·영조 당시 명신으로 활약한 최규서(崔奎瑞)·최석정 등과 교유하였다.

[저술 및 작품]

저술로는 『학변(學辨)』·『존언(存言)』을 비롯하여 『중용설(中庸說)』·『대학설』·『논어설』·『맹자설』·『삼경차록(三經箚錄)』·『경학집요(經學集要)』·『하락역상(河洛易象)』 등 경전 주석이 있다. 그리고 『심경집의(心經集義)』·『정성서해(定性書解)』·『통서해(通書解)』 등 송대(宋代) 도학자의 저술에 대한 주석도 하였다.

[묘소]

묘소는 인천광역시 강화군 양도면 하일리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