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목 ID | GC05702000 |
---|---|
분야 | 생활·민속/민속 |
유형 | 의례/평생 의례와 세시 풍속 |
지역 | 전라북도 군산시 |
집필자 | 이하범 |
[정의]
전라북도 군산 지역에서 음력 2월 초하룻날에 콩을 볶아 먹는 풍습.
[개설]
십이지일(十二支日)이나 명절이면 농가에서는 콩을 볶아 먹거나 볶은 콩을 밭에 뿌려, 인간이나 농작물에 피해를 주는 갖가지 동식물의 번성을 미리 방지한다. 이처럼 콩을 볶는 것은 부스럼이나 종기의 이방[예방(豫防)], 농작물을 해치는 동식물의 이방, 가옥이나 의복류에 생기는 벌레의 이방, 한 해의 농작물의 풍흉 점치기에 목적이 있다.
콩을 볶는 날은 주로 정월 첫 쥐날[상자일(上子日)]·정월 대보름·2월 초하루이며, 이방의 대상은 새·쥐·두더지·노래기·굼벵이·좀·거머리·쐐기·새삼·부스럼·종기 등이다.
예전의 농경사회에서는 날씨의 변화에 따라 농사의 풍흉이 좌우되었다. 따라서 농사가 시작되기 전에 올해의 농사가 풍년일 것인지 흉년일 것인지를 미리 예견해 보는 민간 습속이 널리 행해져 왔다.
2월 초하루에 행해지는 ‘콩 볶기’ 또한 단순히 콩을 볶아서 먹기 위한 것만이 아니라 콩 볶기를 통해서 올해의 농사가 흉년일지 풍년일지를 미리 알아보는 풍점(豊占)의 일환으로 행해지는 세시 풍속인 것이다.
[연원 및 변천]
콩 볶기가 언제부터 시작되었는지 연원은 알 수 없다. 그렇지만 2월 초하루를 허드렛날 혹은 노비일(奴婢日)이라고 하여 집안에서 허드렛일을 담당하는 이들에게 콩으로 속을 넣은 송편을 만들어 술과 함께 나이 수대로 먹이는 ‘나이 떡’을 해서 대접하는 세시 풍속이 행해지고 있는 것을 보면, 콩 볶기 또한 농사가 시작되면서 시작되었다고 볼 수 있다.
『동국 세시기(東國歲時記)』에 의하면, “정월 상자일에 시골에서는 콩을 볶으면서 ‘쥐 주둥이 태운다. 쥐 주둥이 태운다.’라고 주언(呪言)을 외워 그해 농작물에 쥐의 피해가 없기를 기원한다.”라고 하였다.
또 2월 초하루에는 ‘여소당’이라 하여 집안 대청소를 하였다. 이때 서까래나 집안 기둥에 ‘춘랑 각씨 속거 천리(春娘閣氏速去千里)’라고 하는 내용을 써서 붙이는데, 1년 내내 노래기[春娘閣氏]가 생기지 않기를 기원하는 바람에서 행하는 풍속이었다.
과거에는 생활의 형태에 따라서 이를 극복하기 위한 방편의 하나로 콩 볶기나 춘랑 각씨 등이 행해졌으나, 근래에는 이러한 풍속도 거의 찾아보기 어렵게 되었다.
[절차]
농가에서는 콩을 볶아 먹거나 볶은 콩을 밭에 뿌린다. 주걱으로 콩을 저으며 “새알 볶아라, 쥐알 볶아라, 콩 볶아라.”하는 주문(呪文)을 외운다. 콩을 다 볶은 후에는 볶은 콩을 다시 되에 담아서 볶은 콩의 양이 콩 볶기 전과 마찬가지로 한 되가 되거나 한 되보다 넘으면 풍년이 들고, 볶기 전보다 그 양이 줄어들어 한 되가 되지 못하면 흉년이 든다고 예견하는 풍점을 치기도 한다.
[생활 민속적 관련 사항]
콩 볶기의 목적과 날짜는 지역마다 다소 차이가 있다. 군산 지역에서는 2월 초하루에 콩을 볶아먹는 풍습이 있는데 큰 가마솥에다 콩을 넣고 주걱으로 콩을 저어 가면서 콩을 볶는다. 볶은 콩은 식구들이 나누어 먹는데 아이들은 볶은 콩을 주머니에 불룩하게 넣고 다니면서 먹는다.
콩을 복을 때 주걱을 저으며 “새알 볶아라, 쥐알 볶아라, 콩 볶아라”라는 말을 하기도 하는데, 콩을 볶으면 올해에는 노래기가 생기지 않는다고도 한다. 그리고 콩과 약간의 보리를 섞어서 한 되를 솥에 볶고 다 볶은 다음 되에 담아 한 되가 더 되면 올해 풍년이 들고 한 되가 되지 못하면 흉년이 들어 수확이 적어진다고 한다.
콩 볶기를 할 때 외우는 주언을 보면 “쥐 주둥이 태운다.”, “부스럼 깨물자.”, “콩볶자, 쥐볶자.”, “새삼 밭에 불이야.”, “새삼 볶자.”, “달달 볶아라, 콩을 볶아라. 새알도 볶고, 쥐알도 볶아라. 달달 볶아라.”, “뒤지기도 볶으자, 싸래기도 볶으자, 거머리도 볶으자, 논에 갈 볶으자, 밭가에 새삼도 볶으자.” 등이 있다.
콩 볶기에 대응되는 말이 쥐 볶기·새삼 볶기·새알 볶기·두더지 볶기·거머리 볶기임을 알 수 있다. 곧 콩 볶기는 쥐·새삼·새·두더지·거머리·좀·부스럼 볶기와 같은 말로 유사주술(類似呪術)에 사고의 바탕을 두고 이루어진 세시 풍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