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목 ID | GC0050136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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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 | 住生活 |
영어음역 | jusaenghwal |
영어의미역 | housing life |
분야 | 생활·민속/생활 |
유형 | 개념 용어/개념 용어(일반) |
지역 | 전라남도 진도군 |
집필자 | 나경수 |
[정의]
전통적으로 전승되어 온 살림집의 형태와 기능 그리고 그 안에서 이루어지는 전반적인 생활의 모습들.
[가옥 배치와 건축 재료]
예로부터 우리나라에서는 마을은 배산임수(背山臨水)에 터를 잡았으며, 낮은 지대보다는 산자락에 마을이 앉아 있는 경우가 많다. 진도 역시 대부분의 마을들이 뒷산을 배경으로 하고 앞에는 내가 흐르는 곳이 많다. 그러나 역사적으로 진도에서는 수많은 간척사업이 이루어져 왔으며, 그런 때문인지 평지에 자리를 잡은 마을들도 있다. 이러한 평지 마을들은 대부분 간척 사업 후에 조성된 마을들로 보인다.
각 가정집은 우리나라 일반적인 민가가 그렇듯이 남향으로 지어졌다. 이웃과는 담이나 골목을 사이에 두고 쉽게 방문이 가능하게 되어 있다. 마을 집들이 밀집되어 있어 화재에는 매우 취약한 형편이다. 진도의 민가 역시 주변에서 구할 수 있는 자연 재료를 활용하여 집을 짓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우리나라 3대 건축 재료는 나무, 흙, 돌일 것이다. 진도의 일반적인 가옥도 나무와 흙 그리고 돌을 이용하여 지은 집이 많다.
최근에는 건축 재료가 다양해졌다. 특히 벽돌이나 브로크를 많이 이용하고 또는 콘크리트로 골조를 하는 경우도 많아졌다. 또 창호를 낼 때도 예전에는 나무로 만든 문틀에 창호지를 발랐으나 요즈음은 샷시로 만든 문틀에 유리를 쓰는 일이 많다.
[울타리와 가옥 형태]
한국 가옥의 가장 전형적인 특징 중의 하나는 울타리일 것이다. 담장을 가리키는 우리말 ‘울’과 사람 관계에서의 ‘우리’는 동일 어원으로 간주된다. 울타리는 안과 밖을 구별하는 물리적 장치이며, 우리라는 말 역시 우리와 너희는 안과 밖으로 구별되는 심리적 관계이기 때문이다.
진도의 집들 역시 울타리가 많기는 마찬가지이다. 지금은 브로크담이 많지만, 예전에는 돌을 이용하여 담을 만든 집이 많았다. 또 돌과 흙을 섞어 흙돌담을 쌓은 집도 있는데 이럴 경우에는 침수와 붕괴를 막기 위해 위에 용마루나 또는 기와를 덮은 집이 많다. 돌담에 일부러 담쟁이 넝쿨이 기어오르게 해서 허물어지는 것을 막기도 했다.
우리나라는 지역별로 민가의 형태에서 차이가 난다. 남부 지역의 경우는 ―자형 집이 많다. 특히 호남지역은 여름에 습기가 많고 기온이 높기 때문에 통풍 등을 고려해서 ―자형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진도의 민가들은 대체로 초가집이 많았다. 벼농사가 끝난 초겨울에 마람(이엉)을 엮어 지붕을 인다. 지붕 꼭대기는 용마람을 얹는다. 일반적으로 기단 부분은 막돌허튼층쌓기로 되어 있다. 처마를 기준으로 했을 때 빗물이 떨어지는 곳 바로 안쪽에 막돌을 한두 줄로 낮게 쌓고 흙으로 채워 마당보다 약간 높게 집을 짓는 형식이다. 주춧돌은 막돌을 사용하며, 주로 4각 기둥을 세운다.
진도에는 ―자형 홑집이 많다. 홑집이란 용마루 아래 방이나 부엌 등 모든 칸을 배치하는 형태이다. 그러나 진도의 전형적인 가옥 형태는 약간 변형된 양식을 보인다. 그것은 모방 또는 정지방의 배체이다. 3칸 집일 경우, 부엌 앞쪽에 방을 따로 하나 만들어서 사용하는데, 이것을 모방 또는 정지방이라고 부른다. 이는 협소한 건축 공간을 최대한 살리기 위한 것으로, 진도만의 특징은 아니고 호남의 도서지역에서 볼 수 있는 변형된 형태이다.
가옥은 3칸 집, 4칸 집, 5칸 집 등 규모가 다르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기능별로는 방·부엌·마루로 구분되며, 그 쓰임에 따라 형태도 달리 한다. 방은 온돌, 부엌은 맨 땅, 그리고 마루는 나무를 깐다. 또 부엌과 마루는 중천장을 하지 않고, 위쪽에 서까래가 바로 보이도록 노출되어 있는 집이 많다. 또 안방과 마루 앞쪽에 반침이라고 하여 마루를 깔아 편리하게 사용하기도 한다.
벽은 나뭇가지나 대나무를 쪼개 기둥들 사이에 수평으로 발을 엮은 다음 그 위에 짚을 잘게 썰어 흙과 반죽을 한 후에 바른다. 형편이 나은 집에서는 흙벽 위에 회벽을 덧바르기도 한다. 또 진도에서는 건물 측면이나 후면에 거의 처마 높이까지 돌과 흙을 번갈아 쌓아 지붕의 하중을 받도록 하는 죽담벽 구조도 많이 나타난다.
안채와는 별도로 집안에 부속 건물을 짓기도 한다. 부자집에서는 남자들이 주로 사용하며 손님을 맞는 사랑채를 따로 짓기도 하고, 또 집 뒤쪽에 제사나 명절에만 사용하는 사당을 지은 집도 있다. 그러나 일반적인 민가의 경우에 부속 건물은 헛간이나 또는 외양간으로 쓰기 위해 짓는 경우가 많다. 특히 헛간의 경우는 대부분 흙과 돌을 번갈아 쌓아올린 죽담벽 구조가 많으며, 출입구에 문을 달지 않는다. 대개 헛간 그 안에 화장실을 만들어 사용한다.
[주거 생활과 공간 활용]
우리말에 남자를 바깥양반, 여자를 안사람이라고 부른다. 이는 가정 속에서의 역할분담을 전제로 한 명칭이다. 따라서 가정 안에서도 남성 위주의 공간과 여성 위주의 공간이 별도로 배치된다. 일반적인 민가에서도 부엌과 대청마루는 주로 여성의 소관이며, 안방 역시 주부가 주로 관장한다.
집에서는 휴식과 식사, 양육, 그리고 여러 가지 가사일들이 이루어진다. 그래서 여성의 일이 많은 것이다. 이러한 생활에 필요한 형태로 집의 공간이 활용된다. 주거 생활, 특히 집의 공간이 쓰이고 있는 사례를 보면 우리 민족의 지혜가 농축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예를 들면 부엌에서 불을 한번 때서 솥에는 밥을 짓고 그 불로 온돌을 덥혀 난방을 한다. 또 안방에서는 잠자고, 밥 먹고, 놀고, 새끼도 꼬며, 심지어 제사를 모시기도 한다. 말하자면 기능 복합을 통해 사용률을 최대한 높이고 있는 사례이다. 물론 진도의 경우도 예외는 아니다.
안방에서는 주로 식사를 하고 잠을 잔다. 안방의 관리 주체는 남자보다는 여자이다. 그래서 여자들 역할과 관련된 가재 도구들이 안방에 있다. 우선 안방에는 옷을 보관할 수 있는 장롱, 화장에 필요한 경대, 이부자리 등이 있다. 또 벽장이나 선반을 만들어 여러 가지를 보관하기도 한다.
벽에는 횃대를 걸어 철에 맞는 옷들, 그래서 금방 입을 수 있는 옷들을 걸어두며, 철 지난 옷들은 장롱에 보관한다. 우리나라의 장롱은 대체로 크기가 작다. 우리의 전통적인 한복은 걸어두는 것이 아니라 보관할 때 접어서 넣어두기 때문인데, 이 역시 작은 공간을 최대로 살리는 지혜의 하나이다. 잠잘 때는 이부자리를 펴고, 밥을 먹을 때는 상을 편다. 펴고 접을 수 있도록 이부자리며 밥상이 고안된 것은 시간대 별로 안방의 기능을 활용하기 위한 방법이다.
진도에는 부엌에 딸린 방을 만들어 사용하는 집이 많다. 대개 모방이라고 부르는데, 아이들이 잠을 잔다. 또는 대가족일 경우는 부모가 늙으면 안방을 자식 부부에게 물려주고 모방으로 옮긴다. 안방에서는 젖먹이 아이를 데리고 부부가 잠을 자고, 모방에는 젖을 뗀 아이들이 할아버지·할머니와 함께 잠을 자기도 한다.
부엌은 취사를 하는 곳이다. 그래서 취사에 용이한 구조로 배치되고 또한 취사와 관련된 것들이 많다. 부엌의 한쪽 벽에는 사랑이라 하여 그릇을 보관할 수 있도록 시렁 형태를 만들어 두었다. 불을 지필 수 있는 부뚜막을 만들어 솥을 걸었다. 그리고 한쪽에는 땔감을 놓아두고, 또 항아리를 두어 식수를 길어 보관한다. 물을 많이 쓰고 또 불을 때는 곳이기 때문에 바닥은 흙으로 되어 있다. 요즈음은 취사의 방식이 많이 달라지고 또 온방 형태가 바뀌었기 때문에 입식으로 부엌을 개조한 가정이 많다.
마루는 마래 또는 대청이라고 하며 저장을 위한 공간이다. 그래서 특히 곡식을 저장하기 위한 용기들이 많이 놓여 있으며, 여름에는 중천장이 없고 통풍이 잘 되기 때문에 방보다 시원해서 마루에서 가족들이 지내기도 한다. 마루에는 곡식을 저장하는 외에도 밖에 두기에 곤란한 여러 가지 생활 도구들을 보관하기도 한다. 대개 마루에는 선반을 많이 만드는데, 선반 위에 이러한 생활 도구들을 두었다가 필요하면 내어 쓰고 다시 올려놓고 한다. 따로 사당이 없을 경우, 대청마루에서 제사를 모시는 가정도 있다.
또 진도에는 마래 한쪽에 나무로 짜서 만든 뒤주를 만들어 놓기도 한다. 곡물을 보관하는 특별한 장치이다. 바닥에 바로 도정하지 않은 곡물을 부어두었다가 필요할 때 도정을 한다. 문은 대개 판자를 쓰며, 위에서 아래로 내려 걸리게 만들어진다. 그래서 판자에 번호를 붙여 순서를 정해둔다.
헛간은 다용도 공간이다. 그 속에 화장실을 만들어 쓰기도 하고, 퇴비를 썩히기도 하며, 여러 가지 농기구 등을 보관하기도 한다. 또 소를 키우는 가정에서는 헛간채를 이용하여 외양간을 만들고 쇠죽을 끓일 수 있는 가마솥을 걸어두기도 한다. 또 외양간에는 별도로 방을 들여 머슴이나 아이들이 잘 수 있도록 한 집도 있다.
옥내의 경우가 아닌 울타리 안쪽 옥외의 활용도 여러 가지다. 우선 집에서 햇볕이 가장 잘 드는 곳에 장독대를 만든다. 진도에서는 장독대를 대개 장꼬방이라고 한다. 여기에는 장류를 비롯하여 젓갈류 등을 옹기그릇에 담아 저장한다. 또 약간 여유 있는 땅이 있으면 그 곳을 일구어 소채와 양념류로 쓸 수 있는 상추·마늘·가지·고추 등을 심는다.
진도의 특징이기도 하지만, 집집마다 마당 한 켠에 화단을 만들지 않은 가정이 거의 없다. 다른 지역에서는 쉽사리 눈에 띄지 않는 현상 중의 하나이다. 진도 사람들이 화초를 좋아하는 증거이기도 하겠지만, 이러한 여유야말로 진도를 예향으로 만들어온 가장 기층적인 하나의 사례일 것으로 보인다.
[신앙생활과 의례]
우리나라의 집은 산 사람만 거주하는 것은 아니다. 가정에는 죽은 조상이나 여러 가택신들이 함께 거주한다. 돌아가신 조상들은 제삿날이나 또는 명절에 돌아와서 봉사를 받는다. 그래서 각 가정에서는 제사상이나 차례상을 차려 선영 봉사를 한다.
남성에 의해서 주도되는 이러한 조상 숭배 말고도 여성들이 주체가 되어 집에서 모시는 여러 신들이 있다. 이를 가택신앙이라고 한다. 이러한 신들은 그 거주처가 별도로 정해져 있다.
마루에는 집에서 가장 높은 신격으로 믿어지는 성주가 대들보 밑에 위치한다. 가정의 형편에 따라 다르기는 하지만, 항아리나 동이를 두어 신체로 삼으며, 그 속에는 벼농사가 마무리된 10월경에 쌀을 담아 둔다. 또 대들보 밑에 시누대를 몇 줌 한지로 묶어서 걸어두고 성주의 신체로 삼은 예도 있다.
안방에는 조상단지를 모신다. 진도에서는 제석오가리 또는 지석오가리라고 부른다. 집안에 요절한 여자가 있을 경우 그녀를 위해 모시기도 하고, 또 흔하지는 않지만 4대 봉사와 같은 차원에서 돌아가신 4대조까지 그릇을 마련하여 모시는 가정도 있다. 조상단지 속에도 쌀을 담는다.
부엌의 안방 부뚜막에는 조왕을 모신다. 조왕그릇이라 하여 조그마한 사발을 놓고 그 위에 판자로 덮개를 해둔다. 조왕은 중국에서 들어온 불의 신[火神]이다. 주부는 새벽에 일어나 머릿목욕을 하고 정화수를 길어와 새 물을 담는다.
이러한 구체적인 신체를 가지고 있는 가택신도 있지만, 뒷곁에 터주신, 화장실에 측신, 외양간에 마신, 대문간에 문신 등이 있다고 믿어지기도 한다. 또 특별히 자식이 군대에 간 경우 등에는 칠성공을 드리기도 하는데, 장독대에 별도로 사발을 놓아두고 새벽마다 정화수를 길어와 물을 갈고 그 앞에서 자식의 건강을 빌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