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목 ID | GC0280001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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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 | -丘陵地帶-靑-饗宴 |
영어의미역 | Spring Feast is Held in Barley Green Hills |
분야 | 문화·교육/문화·예술 |
유형 | 개념 용어/개념 용어(기획) |
지역 | 전라북도 고창군 공음면 선동리 |
시대 | 현대/현대 |
집필자 | 김정숙 |
[개설]
보리는 밀, 쌀, 옥수수 다음 가는 세계 제4위의 곡물이다. 떫은맛이 있고 성질이 차가워서 체온을 조절해 주며 체액을 형성하는 기능이 있다. 보리는 겨울 동안 추위를 이겨 내고 결실을 맺는 곡물로서 냉한 기운을 가지고 있어 더위를 이길 수 있는 식품으로 수박과 함께 여름에 더 많은 사랑을 받은 곡물이다. 남동아시아에서 재배가 시작되었는데, 우리나라에는 고구려의 주몽이 남쪽으로 올 때 지니고 내려왔다는 기록이 『삼국유사(三國遺事)』에 수록되어 있다.
보리는 대중이 쉽게 다가가, 자연스럽게 자연과 친화성을 갖게 될 수 있는 식물 경관이다. 1차 식량 산업을 탈피하고 이제 전국 경관 관광 농업의 1번지로 우뚝 선 고창 지역에서 2004년 4월부터 학원농장에서 개최하기 시작한 고창청보리밭축제는 고창복분자축제, 고창수산물축제, 고창모양성제, 고창수박축제, 고창해풍고추축제, 고인돌축제, 국화축제와 함께 고창군의 대표 축제로 자리 잡고 있다.
짧은 기간 안에 전국 최우수 농촌 축제로 선정될 만큼 고창청보리밭축제는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뒤흔들어 놓았는데, 이것은 보리가 수없이 많은 시작품의 소재가 될 정도로 한국인의 끈질긴 생명력과 자연에 동화되는 한국인의 정서와 잘 어우러지기 때문이다. 고창청보리밭축제는 자원의 생태 관광 발전 가능성을 엿보게 한다는 점 때문에 더욱 각광을 받고 있는 축제이다.
[초록으로 물든 세상 속으로 들어가다]
고창청보리밭축제가 열리는 학원농장의 청보리밭은 국무총리를 역임한 진의종이 1960년대 초반 고창군의 광활한 미개발 야산 지대 330,578㎡ 정도를 개간하여 만든 것이다. 1960년대에는 뽕나무를 식재하여 잠업을 했고, 1970년대에는 목초를 재배하여 한우 비육 사업을 하다가 1980년대로 들어서며 보리와 수박, 땅콩 등을 재배하였다.
그리고 1992년 초에 설립자의 큰아들인 진영호가 귀농하여 정착하면서 보리와 콩을 대량으로 재배하고, 화훼 농업을 병행하면서 관광 농업을 시작하였다. 이어서 2000년대로 들어 점점 더 관광객들이 많아지고 경관 관광이란 새로운 욕구에 부응하기 위해 봄에는 보리를 심고, 가을에는 메밀을 심어 농가 소득을 올리고 있는데, 이것들이 만들어 내는 농장의 풍경이 상상을 뛰어넘을 정도로 아름다워 2004년 말 전국 최초로 농장 주변이 경관농업특구로 지정되었다.
경관 농업이란 농지와 농작물을 활용하여 아름다운 볼거리를 연출하고 농경지와 농업의 가치를 높여 문화로 소득을 창출하는 농업의 한 분야이다. 학원농장은 창의적인 발상으로 국내에서는 최초로 경관 농업이란 새로운 분야를 개척한 데 이어, 변화에 대해 과감한 행동과 경제적 이익만을 위한 지나친 개발을 하지 않으려는 중용의 자세를 갖추고, 자연과 인간의 조화를 중요시 여기며 자연 그대로의 순수함을 유지하고 있다.
이렇게 학원농장이 주변의 자연 경관과 잘 어우러지는 보리와 메밀을 대규모로 재배하여 많은 관광객들의 관심과 사랑을 받자, 고창군에서 이를 더욱 확대 발전시켜 지역 발전을 이루어 보고자 농장 일대 약 6.61㎢를 경관농업특구로 지정했던 것이다. 또한 지역별로 특색 경관 작물을 집단으로 재배하여 농촌의 경관을 아름답게 하여 농촌을 관광지화 하고 재배 작물을 통해 축제를 개최하기 위해 101,100㎡의 농작지에 6억 6000만 원의 보조금을 지급하였다.
이후 넓고 아름다운 보리밭이 사진작가들과 여행 동호인들에 의해 알려지면서 자연스럽게 관광객이 증가하다가 행정력으로 질서 유지를 해야 할 정도에 이르렀다. 이에 방문객들의 불편을 해소하고 지역 문화를 체계적으로 소개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하자는 취지에서 2003년 8월 지역 주민과 고창군청이 합의하여 축제를 개최하기로 하고, 2004년 4월 제1회 고창청보리밭축제를 개최하여 전국에서 28만여 명이 다녀가는 대성공을 이루었다.
겨울이 길을 떠나면서 열어 둔 봄 항구에 푸르게 펼쳐지는 보리 바다를 보고 정서를 순화시키고 감동까지 어우러지게 하는 고창청보리밭축제. 먹는 보리에서 보고 느끼고 찍고 감동하는 보리로 바뀌는 계기가 된 학원농장 청보리밭에는 사실 자극적인 재미는 없다. 특별한 것도 새롭게 볼 것도 없다. 그러나 보이지 않아도 보이고 그리지 않아도 그려지는 추억의 밑자락 푸른 구릉지가 있다.
드넓은 0.99㎢의 보리밭 샛길로 걸어 들어가는 관광객들의 발자국은 푸른 보리 알갱이와 함께 여물어 가고, 보리 이파리가 부딪치는 소리는 파도 소리처럼 들린다. 마치 바다 한가운데를 걸어가는 듯하다. 보리밭 샛길 따라 콧노래를 부르며 걷다 보면 보리밭 샛길 사이로 과거라는 시간이 우주를 건너오고 미래라는 시간이 우주를 건너가는 것이 보이는 것 같다.
[추억 속으로 빠져들다]
관광객의 사랑과 함께 출렁이는 봄의 향연장 그 푸른 물결 속. 공기와 햇빛 속에서 파도햇살이 지은 보리농사. 생명의 근원이며 푸성진 햇살 잔치에 익어 가는 보리 알갱이에 관광객들은 셔터를 눈으로 누르고 마음으로 찍지만, 그 풍경 저편에는 아련한 보릿고개의 추억이 어려 있다. 지독히도 가난하던 시절, 묵은 곡식은 다 떨어지고 보리는 아직 여물지 않은 4~5월, 배고픔에 고통을 받던 시절 힘겨움을 함께해 준 고마운 곡물이 바로 보리였다.
경관 농업으로 자리 잡은 청보리밭에 도시민들이 추억에 잠기는 것은 그 때문이다. 청보리밭에는 어머니의 품처럼 따뜻하고 초록이 주는 아늑함이 있다. 고향으로 돌아가고 싶은 귀향 본능이 생긴다. 그리고 이제 보리밭은 보릿고개의 식량 공급이 전부였던 시절을 접고 휴양 휴식지로 각광을 받는지도 모른다. 그렇게 청보리밭은 도시의 공해에 시달리고 각종 스트레스에 밀려오는 피로감을 풀고 싶은, 초록의 바다에 풍덩 빠져 답답한 가슴을 씻어 내고 싶은 현대의 부모들에겐 고향처럼 포근함으로 안겨 오고 자녀들에게는 동화 속 주인공이 되어 보게 하는 현장 학습 장소로 한 폭의 수채화를 그리고 있다.
[보고 느끼는 축제에서 참여하는 축제로]
2004년 첫 축제 때 28만여 명의 관광객이 몰려들어 31억 원의 관광 수입을 올린 고창청보리밭축제! 이후에도 고창청보리밭축제에는 관광객들이 몰려들고 있다. 이것은 바람에 흔들릴 때마다 푸른 물결이 도시민들의 지친 눈을 맑고 시원하게 할 뿐만 아니라 구릉지가 보여 주는 아름다움 때문이다.
자연 체험적이고 환경 친화적인 관광 개발에 대한 요구가 새롭게 증대되고 있는 요즘, 자연 친화적인 경관농업의 선두에서 생태 관광의 특성을 지니고 있는 청보리밭이 앞으로 확실한 생태 관광이 되기 위해서는 교육적 환경 조성이 필요하기도 하다. 그리고 이제는 생태 관광에서 문화·예술 관광으로 탈바꿈하여 더 많은 관광객이 모여들 수 있도록 새로운 변화를 시도해야 한다.
현재 학원농장에서 운영하고 있는 체험형 프로그램은 ‘보리밭 밟기’, ‘봄나물 캐기’, ‘보리밭 샛길 걷기’, ‘보리피리 불기’, ‘보리 그슬려 먹기’, ‘연날리기’ 등이 있다.
전통 놀이로는 ‘지게’, ‘투호’, ‘윷’, ‘굴렁쇠’, ‘널뛰기’ 등 민속놀이 기구와 시골 장터가 운영되고 있다. 독특하고 인상적인 체험 활동은 아니지만 자연에 가까운 활동이 큰 의미를 부여한 교육과 활동보다 자연의 소중함을 생각하고 자연과 가까워짐을 느낄 수 있다.
관광객들에게 교육의 의미를 줄 수 있는 새로운 체험형 프로그램도 필요하지만, 옛날부터 보리밭은 시의 소재가 되었던 만큼 시 백일장, 시낭송회, 그림그리기, 사진콘테스트를 열고, 원두막을 지어 음악회와 연극 공연까지 하는 축제로 바꾸어져야 한다. 또한 차별화된 농촌 테마 마을 및 청정 농산물 테마 파크를 조성하는 등 더 다양한 프로그램과 관광 상품을 개발할 필요가 있다. 앞으로 고창 보리밭 지역을 ‘생물권 보전 지역’으로 등록할 수 있도록 경관과 생태계 보전을 개발하고 관리한다면 더 많은 관광객이 축제에 참가할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세계문화유산인 고창고인돌축제와 함께한다면 고창청보리밭축제는 세계적인 축제로 거듭날 것이라 확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