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목 ID | GC0280157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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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 | -工藝 |
영어음역 | Jippul Gongye |
영어의미역 | Strawcraft |
분야 | 생활·민속/민속 |
유형 | 개념 용어/개념 용어(일반) |
지역 | 전라북도 고창군 |
시대 | 현대/현대 |
집필자 | 이숙희 |
[정의]
전라북도 고창 지역에서 짚풀을 이용하여 미적 가치를 부가하여 제작하는 조형 예술.
[개설]
짚풀 공예란 농사를 짓고 나서 얻은 부산물인 볏짚과 보리 짚 등을 이용하여 짚신, 삼태기, 망태 등 생활용품을 만들거나 메뚜기나 동물 같은 것을 본떠 만드는 조형 예술이다. 볏짚을 이용한 공예는 우리 민족만큼 치밀하고 가지 수를 많이 만들어내는 민족이 없다. 그중 가마니는 여러 가지 용도로 사용되었고, 집집마다 한 겨울에는 가마니를 비축하는 일이 중요했다. 추수가 끝나고 다시 봄이 올 때까지 새끼를 꼬고 멍석을 엮고 가마니를 짜고 짚자리를 매었다. 짚풀 공예는 물질문명의 발달과 변화로 지금은 사라져 가고 있으므로 박물관이나 가야 볼 수 있는 것이 되었다.
[짚풀 공예 장인]
2010년 현재 고창군 고창읍 도산리 고인돌마을 주민 이기상 옹이 가마니와 멍석을 짠다. 고인돌마을은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죽림리 고인돌군과 인접한 마을로 정보화 마을을 운영하면서 체험과 숙박을 원하는 사람들에게 제공하고 있다. 체험 프로그램으로는 선사 체험과 황토 염색 체험, 짚풀 공예 체험 등을 하고 있다. 이 때 이기상 옹이 짚풀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2010년 현재 고창군 고창읍 월암리에서는 조병률 옹이 이엉을 엮고 있다. 조병률 옹의 솜씨는 용마름에서 잘 나타난다. 용마름은 이엉을 엮는 것과 달리 기술이 필요하다. 우리나라에서 용마름을 엮는 몇 사람 가운데 하나이다. 근래에 들어 초가집의 풍경은 보기 힘들어도 그 초가지붕을 손수 만드는 사람이 아직 우리 곁에 있다. 조병률 옹은 초가집의 지붕이나 담을 이기 위해 꼭 필요한 이엉을 엮으며 인생을 엮어 가고 있다. 조병률 옹은 훈훈한 정이 흐르고 사람 냄새 물씬 풍기던 그 시절이 더욱 그리워 이엉 엮는 일을 계속하고 있다. 흰머리 수북하여도 거칠어진 손마디가 쑥쑥 아리는 날에도 기억 속에 있는 사람을 그리워하며 이엉을 엮고 있다.
[짚풀 공예품]
전라북도 고창 지역을 대표하는 짚풀 공예품으로는 가마니와 멍석, 이엉 등이 있다.
1. 가마니
가마니는 1900년대 일본에서 들어와 우리들의 곡물 창고의 주인으로 자리를 잡아 1960년대까지 가장 많이 쓰인 농경 도구이다. 지금은 삼으로 만든 마대라는 용어로 통하지만 가마니를 쓰던 당시에는 대부분 농산물을 짚으로 짠 가마니에 담아 보관하였다.
가마니는 베를 짜는 것과 마찬가지로 먼저 새끼로 날을 만들고 짚을 씨로 하여 돗자리를 치듯 하여 울을 깊게 한 후 양쪽 가장자리를 꿰어 만든다. 가마니를 짤 때 우선 필요한 것은 짚을 손으로 꼬아 만든 새끼줄이다. 가마니를 짜는 시기는 대개 가을일이 끝나고 난 겨울철에 온 가족이 함께 모여 새끼를 먼저 꼬는 일부터 시작하였다. 가마니를 짜려면 집 안이 짚 검불로 어지럽게 되고 덜컹거려서 시골에서는 대개 함경도식 웃방을 비워서 전문적으로 가마니를 짜거나 새끼를 짜는 방으로 사용했다. 아침술을 놓기 바쁘게 허술한 옷을 입고 윗방으로 들어가서 진종일 가마니를 짜고 난 농가 부녀자들은 그 윗방에서 나올 즈음에는 기운이 빠져 후줄근해서 나온다. 그리고 밥술 들 힘도 없다고 투덜거리다가 밥상머리에서 물러앉기 바쁘게 요란하게 코를 골아대면서 깊은 잠에 빠지곤 하였다.
겨우내 짜 놓은 가마니들은 창고에 차곡차곡 쌓아 놓았다가 이듬해 가을에 사용했다. 간혹 창고에 쥐가 드나들면서 가마니 한 귀퉁이를 구멍 내어 곡물을 담을 때 그 구멍으로 곡물이 쏟아져 내리면 얼른 볏짚을 꿍쳐 쥐고 그 구멍을 틀어막았다.
이러한 가마니는 산업화가 시작되면서 삼으로 만든 마대에 밀려났다. 그 마대는 뒤이어 출현한 크라프트지와 합성수지에게 밀렸고, 또다시 출현한 플라스틱에 밀렸다. 이 때문에 농촌 어른들 사이에서 산업화의 발달은 인간의 노력을 크게 줄어들게 하였다. 멍석 또한 비닐이나 석유 화학 제품에 밀려 쉽게 볼 수 없게 되었다. 이제 새끼를 꼬고 가마니를 짜며 함께 정담(情談)을 나누던 모습은 옛 추억 속으로 사라지고 말았다.
2. 멍석
멍석은 대개 장방형으로 짜는데 길이는 약 3m, 폭은 보통 1.8m 정도로 짠다. 네 귀퉁이에 손잡이 모양의 고리를 만들기도 한다. 다소 굵은 새끼줄을 세로로 길게 늘어뜨린 뒤 가로로는 짚을 넣어가며 촘촘하게 엮는다. 그 작업이 쉽지 않아 능숙한 사람이라도 한 장을 완성하려면 여러 날이 걸린다. 때로는 둥근 형태의 멍석을 짜기도 하는데, 그중에서도 작은 것은 맷방석이라고 하여 맷돌질을 할 때 밑에 까는 용도로 사용하였다.
농경 사회에서 멍석의 쓰임새는 다양했다. 멍석은 곡식을 말리는 데 많이 사용하였다. 가을이면 마당에 멍석을 깔고 그 위에 벼, 고추, 콩, 수수 등을 말리는가 하면 집안의 행사가 있는 날이면 마당 전체에 멍석을 깔고 손님을 맞이하기도 하였다. 또한 집안이나 동네에서 못된 짓을 저지르거나 난폭한 행동을 하고도 뉘우칠 줄 모르는 자가 있으면, 문중이나 동네 회의를 거친 뒤 어른 앞에서 멍석에 말거나 뒤집어 씌워 놓고 동네 사람들이 뭇매질을 하여 버릇을 고쳐 주기도 하였다.
전통 혼례 때에도 멍석 위에서 신랑과 신부가 맞절을 하고, 상가 집에서도 상주의 슬픔을 나누기 위해 밤을 지새우는 문상객들이 멍석 위에서 술판을 벌였다. 명절이나 농한기가 되면 마을 앞 광장이나 여염집 마당에서 윷판을 벌일 때도 꼭 멍석을 깔아 판을 벌였다.
3. 이엉
예전에는 가을걷이가 끝나고 살얼음이 얼 때쯤이면 꼭 해야 하는 일이 김장 하는 일과 지붕 이는 일이었다. 이엉을 엮을 때 필요한 용마름은 짚을 틀어 터진 갓처럼 만든다. 새끼를 중심으로 짚을 틀어 왼쪽에서 튼 짚은 오른쪽으로, 오른쪽에서 튼 짚은 왼쪽으로 만들어 가는데, 짚의 끝을 가지런히 추려 좌우의 짚을 서로 단단히 맞물려야 튼튼한 용마름을 만들 수 있다.
지붕을 이는 날이면 기분이 설렌다. 그것은 무엇보다도 지붕을 새로 이고 나면 온 집안에 따뜻한 느낌이 들고, 또한 썩은 짚을 걷어낸 집안이 깨끗하고 단정하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초가지붕은 열전도율이 낮아 여름에는 시원하고 겨울에는 포근한 특성을 가지고 있다. 또한 우리가 그리워하는 풍경 가운데 초가집 위에 달덩이처럼 둥근 박이 탐스럽게 여물어가고, 마당에는 빨간 고추가 햇볕을 받아 더욱 붉어지는 모습도 이 초가집이어야만이 그 느낌을 찾을 수 있다.
30여 년 전만해도 우리 농촌의 집들은 대부분 초가지붕이었는데 이제는 그 흔적을 찾아볼 수 없다. 초가지붕이 새마을운동에 밀려 차츰 슬레이트 지붕으로 개량되었고, 슬레이트 지붕이 이제는 양옥으로 변해서인지 마을에 들어서면 사람 사는 냄새가 나질 않아 안타깝다. 초가지붕은 우리의 애환과 아름다운 추억을 고스란히 간직한 채 역사 속으로 사라졌고, 이제는 민속촌에서나 그 모습을 볼 수 있을 정도이다.
[의의와 평가]
장인의 손은 무형의 재산이며, 보존하는 방법은 기술의 계승이라고 볼 수 있다. 그리고 그 무형의 기술의 대한 가치를 인정하고 계승할 수 있도록 사회적 관심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이기상과 조병률 옹에 대한 관심은 지역의 가치 상승을 가져오고, 그것은 고창 지역의 자긍심으로 자리 잡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