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목 ID | GC0250155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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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 | 柳富者 |
영어의미역 | A Man of Wealth, Ryu |
분야 | 구비 전승·언어·문학/구비 전승 |
유형 | 작품/설화 |
지역 | 경기도 안산시 |
집필자 | 이현우 |
[정의]
경기도 시흥 지역[조선시대 안산군]에서 유부자와 관련하여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
[개설]
「유부자」의 전승 지역이 시흥 지역으로 알려져 있으나 전해지는 지역이 불분명한 설화이다. 다만 호랑이에 대한 내용은 상록구 사동 지역에 전승되는 「소금등거리 소금장수」 설화와 흡사하다.
[채록/수집상황]
1988년 경기도청에서 발간한 『경기도 전설지』에서 발췌하여 1999년 안산시사편찬위원회에서 발간한 『안산시사』 중권에 수록하였다.
[내용]
경기도 시흥 땅에 큰 부자가 살고 있었는데, 그의 성은 유씨였다. 그는 또한 유명한 의원이기도 했는데, 그가 부자가 된 내력은 다음과 같다. 한 번은 그가 중국 가는 사신 일행을 따라가다가 황해도 어느 지경에서 하루 저녁을 쉬는데, 평소와 달리 밤중에 뒤가 마려웠다. 그가 막 변소에 가 앉아 있는데 화등잔만한 불 두 줄기가 훤히 빛나며 다가왔다. “호랑이다! 웬 저런 놈의 짐승이!” 하고 벌벌 떠는데 변소 문턱까지 바짝 다가오는 것이었다.
사람이 있는 것을 알고 하는 행동인지 호랑이는 궁둥이를 들이대고 웅크리고 앉아서 자꾸 돌아다보았다. “네가 날 보고 올라타라는 얘기냐?” 호랑이라 말은 못 하지만 알아듣고 고개를 끄덕였다. “이쯤 된 바엔 도리가 없다.” 일어나서 호랑이의 등에 업혔다. 처음에는 성큼 내닫더니만 차차로 속도를 더하는데, 정말 나는 것 같았다. 삽시간에 몇 십 리나 달렸는지, 그래도 제법 널찍한 깊숙한 골짜기의 바닥에 그를 내려놓았다.
그런데 호랑이가 계를 하는지 큰 놈, 작은 놈 수십 마리가 빙 둘러 앉았는데, 한가운데 앉은키가 사람 키만이나 하고 눈썹이 허옇게 센 것이 입을 딱 벌리고 앉아 있었다. 아마도 어미 호랑이인 듯 했다. 그를 업어 온 호랑이가 몸짓으로 자꾸 어미 호랑이 쪽을 가리켰다. “저걸 좀 봐 달라고?” 달빛에 자세히 들여다보니 시집가는 새색시를 잡아먹은 듯 족두리 낭자의 용잠이 입안에 곤두서 입을 못 다물고 있었다. “내가 이걸 빼 주면 뺄 때 손을 물지 않겠느냐?” “무슨 말씀을 그렇게 하십니까?” 하는 듯 호랑이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눈물을 뚝뚝 떨어뜨렸다.
손을 넣어 더 다치지 않게 조심조심 용잠을 빼낸 다음, 의원이라 상비약은 늘 가지고 다니므로 염낭에서 약을 꺼내 상처에 발라 주었다. 그리고 다부지게 꾸짖었다. “아무리 미물의 짐승이기로서니 신행길의 색시를 잡아먹다니 그런 법이 어디 있느냐! 앞으로는 그런 악독한 짓은 삼가도록 하라. 입 안에 약을 발랐으므로 새벽까지 가만히 있으면 아물 것이니 내일부터는 연한 건 먹을 수 있을 거다.”
모든 호랑이들이 고개를 숙이고 엄숙하게 듣는 게 측은해 보이기까지 했다. 다시 업어 온 놈에게 일렀다. “사람을 이 먼 곳까지 데려왔으면 의당 도로 데려다 줘야 할 게 아니냐?” 그 호랑이는 당연하다는 듯 등을 돌려댔다. 다시 업혀 오면서 생각하니 이 놈이 아까 그 늙은이의 아들인지 손주인지는 몰라도 특사로 뽑힌 놈이므로 그 중에서도 제일 장정인 눈치였다.
얼마를 달려 주인 집 마당에 다다르니 아직 밤이 새지 않았다. 막 댓돌에 올라서려는데 이런 변이 있나. 호랑이가 “어흥.” 하면서 그의 신발 뒤꿈치를 물어뜯었다. “요런 발칙한 놈 같으니! 배은망덕도 분수가 있지.” 손에 잡히는 대로 아무거나 들고서 위협해 쫓고 싶은데 지팡이고 작대기고 아무 것도 없었다. “어흥.” 놈은 여전히 물러가지 않았다.
마침 댓돌 옆에 수박 덩어리만한 돌멩이가 하나 놓여 있었다. 그놈을 들어 얼러대니 비실비실 물러갔다. 그러나 댓돌에 올라서면서 돌멩이를 내려놓으니 돌아서기가 무섭게 또 “어흥!” 하고 덤벼들었다. 아무튼 돌멩이로 얼러대면 달아나고 내려놓으면 또 덤비는 것이었다. 몇 번이나 이 짓을 되풀이하다 결국 할 수 없어 방 안까지 돌멩이를 가지고 들어갔다. 그러자 호랑이는 곧 제 갈 길로 사라졌다.
아무리 담력이 센 사람이라도 밤새 이 곤경을 치른다면 녹초가 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그는 지칠 대로 지쳐 쓰러졌다. 해가 높다랗도록 정신없이 자는데 깨우는 소리가 났다. 선잠을 깨어 눈을 비비며 방안을 휘둘러보는데 “아니 저건 금덩어리 아냐!” 번쩍번쩍하는 황금 덩어리가 방 웃목에 나뒹굴어 있었다. 어젯밤의 그 돌멩이는 호랑이가 건네준 치료비였다.
[모티프 분석]
「유부자」의 주요 모티프는 ‘호랑이를 구완하고 얻은 황금’이다. 유부자가 우연히 시집가는 새색시를 잡아먹고 낭자의 용잠이 목에 걸려서 고생하는 어미 호랑이를 구해주고, 그 보은의 대가로 황금 덩어리를 치료비로 받아서 횡재를 했다는 보은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