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목 ID | GC04500046 |
---|---|
한자 | 民俗 |
분야 | 생활·민속/민속 |
유형 | 개념 용어/개념 용어(개관) |
지역 | 충청남도 천안시 |
시대 | 현대/현대 |
집필자 | 남향 |
[정의]
충청남도 천안시의 민간 생활과 결부된 신앙·풍속·놀이·의례·전승 문화 따위를 통틀어 일컫는 말.
[개설]
민속 연구의 대상과 범위는 대단히 광범위하다. 민간 신앙(民間信仰)·세시 풍속(歲時風俗)·평생 의례(平生儀禮)·민속놀이 등 사회의 바탕을 이루는 문화와 한국인의 일상생활 문화를 포괄한다. 이는 지역의 자연환경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천안시는 충청남도의 동북부에 있다. 동쪽은 충청북도 청원군·진천군, 서쪽은 아산시, 남쪽은 공주시·세종특별자치시, 북쪽은 경기도 평택시·안성시와 접하고 있다. 오늘날은 산업화·도시화로 옛 농촌의 모습을 많이 잃어 버렸지만, 일부 지역을 제외하고는 농경지의 비율이 높은 평야 지대이다.
또한 충청도·경기도·경상도를 잇는 경계 지역으로 교통의 요지이기도 하다. 일례로 과거에 ‘천안 삼거리’는 경상도와 충청도, 전라도 사람들이 한양으로 향하는 길목이었다. 오늘날에도 천안시의 남북 방향으로는 경부선이 지나고 사방으로 도로가 뻗어 있다.
이러한 자연·인문 환경의 영향으로 특별한 세시 의례·민속놀이 등이 전승되었다. 대표적인 예로 거북놀이·줄다리기·볏가릿대 세우기 등을 들 수 있다. 모두 한 해 농사의 풍년을 비는 의례들이다. 또한 오늘날 천안 지역을 대표하는 민속 요소들은 지역의 축제, 문화 상품 등 다양한 방식으로 개발되고 있다. 예컨대 아우내 단오 축제는 동남구 병천면 인근 주민들이 단오에 전통 민속놀이를 체험해 보는 기회를 제공한다. 천안 삼거리 흥타령 문화제도 1987년에 시작되어 꾸준히 지역 축제로 자리 잡아 온 끝에 현재의 천안 흥타령 춤 축제로 변화·발전했다.
[민간 신앙]
민간 신앙은 마을과 가정의 화평을 위해서 베풀어지는 정기적 또는 비정기적인 종교적 행위를 일컫는다.
가정의 무사태평을 기원하는 가정 신앙은 주로 주부들에 의하여 이루어지는데, 대부분의 가정에서는 안방이나 마루의 성주·조상·삼신, 부엌의 조왕, 뒤뜰의 터주·칠성 같은 가신(家神)들을 위한다. 일부 가정에서는 구렁이·족제비를 집안의 재물을 관장하는 신인 업으로 여기기도 한다.
한편, 마을에서도 음력 정월이나 시월상달에 길일을 골라 마을 곳곳의 신령들을 위한다. 천안 지역의 여러 마을에서는 상당(上堂)과 하당(下堂)의 신령을 모셔왔는데, 상당신은 뒷산 중턱이나 꼭대기의 산제당에서 모시는 산신(山神)이고 하당신은 주로 마을 입구의 서낭당·장승·솟대·탑·선돌·둥구나무 등을 통하여 모시는 신이다. 공동 우물이나 샘에서 정제(井祭) 또는 요왕제, 유황제[용왕제]를 지내는 마을도 있다. 다른 지역에서는 마을의 주신(主神)이 마을 안에 좌정하기도 하지만, 천안 지역에서는 대체로 산과 마을 어귀에 마을의 신령들이 자리 잡고 있다.
서북구 성성동 영성 마을이나 동남구 광덕면 행정리 구정 마을 등 일부 마을에서는 산신제를 동제로서 지내는 동안 각 가정에서는 마짐시루 또는 마중시루를 통하여 산신의 가호를 집안으로 적극적으로 이끌려고 한다.
[세시의례와 민속놀이]
천안에서 행해지는 대표적인 세시 의례이자 놀이로 거북놀이·줄다리기·볏가릿대 세우기 등을 들 수 있다.
먼저 거북놀이는 추석에 행하는 대표적 마을 공동체 놀이이다. 이는 대체로 경기도와 충청도 북부에서 행하였다. 수수깡과 짚 등으로 거북의 외형을 만들고, 두세 사람이 이것을 쓰고 거북의 흉내를 내며 온 동네를 돌아다닌다.
거북놀이는 대개 청년들이 논다. 청년들은 수수깡으로 치마를 만들어서 입고 다니기도 한다. 이들 행렬과 그 노는 모습은 정월 열나흗날 동네 아이들이 집집이 다니면서 보름밥을 얻어먹는 장면을 연상시킨다. 거북놀이 일행이 지나는 길에 풍물도 함께한다. 방문한 집마다 한바탕 거북이를 놀려주고 충분한 음식을 대접받은 후에야 풍물소리와 함께 집 안 곳곳의 터를 눌러준다.
거북놀이도 여느 민속 주제와 마찬가지로 1960~1970년대 산업화·도시화 때문에 중단된 지역이 많아 주민들의 기억 속에서도 멀어져 갔다. 하지만 천안은 거북놀이가 전승되는 대표적인 지역이다. 지역 주민들의 전통 문화를 보존·전승하려는 노력은 계속되고 있다. 2010년도에는 제17회 전국 청소년 민속 예술제에서 천안 병천 고등학교 학생들이 중심이 되어서 ‘천안의 거북놀이’를 선보였고, 결국 대통령상을 수상하였다. 청소년들의 노력 덕분에 거북놀이는 충청남도를 대표하는 민속놀이 중 하나로 널리 알려지게 되었다.
정월에는 한 해 농사의 풍년을 바라는 마음으로 줄다리기, 노적가리 세우기 등을 행한다. 마을 주민들은 한마음으로 놀이에 참여하였다. 줄다리기는 먼저 집마다 짚을 모아 줄을 드리는 것으로 시작된다. 어느 마을에서든지 정월에 줄을 드리는 모습은 흔히 볼 수 있었다. 이는 남자들의 소일꺼리이기도 했다. 짚이 모이면 도구를 이용하여 지름이 10㎝ 이상 되는 매우 굵은 줄을 만든다. 이 겹줄을 다시 하나로 모아서 암줄과 수줄을 만드는데, 여러 사람이 줄을 당길 수 있도록 각 30m 길이로 제작한다. 굵은 줄은 여러 겹으로 합쳐서 암줄과 수줄의 머리 부분을 만든다. 양 줄의 머리 부분은 흔히 용두라 일컫는다. 암줄의 용두는 가운데가 빈 채로 둥글게 만들고, 수줄의 용두는 암줄에 끼울 수 있도록 곧고 길게 만든다. 암줄과 수줄이 하나로 합쳐졌을 때에 이를 고정시키는 장치를 비녀목 또는 용목이라 하는데, 소나무를 1m 정도 크기로 잘라 만들어서 수줄이 빠져 나올 수 없도록 고정한다.
약속한 시간이 되면 마을 주민들은 넓은 논이나 공터에 모여서 줄다리기를 한다. 줄다리기를 행하는 방식은 마을에 따라 약간 차이가 있다. 편 가르기, 승패 결정, 줄의 처리 등 마을마다 일정한 방식이 있다. 성별(性別)에 따라서 편을 나누었을 경우에 여자편이 이겨야 풍년이 든다는 믿음이 내려오는 마을도 있다. 줄다리기는 시작부터 종료까지 한 해 농사의 풍년을 바라는 주민들의 염원이 녹아 있다.
한편, 볏가릿대를 세워서 농사의 풍년을 기원하는 마을이 있다. 볏가릿대는 노적가리·벼장대·유지기·화적(禾積)·화간(禾竿)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불린다. 명칭에 나타나듯 이는 농사의 풍년을 상징한다. 정월 대보름날 아침이면 일꾼들은 공터에 모여서 볏가릿대를 어디에 세울 것인지 의논한다. 장대 전체를 짚을 엮어서 장식하기도 하고 그 꼭대기만 장식하기도 한다. 장대 꼭대기에는 씨오쟁이[씨앗을 담는 그릇]를 매달고 동아줄을 여러 개 묶어서 땅에 고정한다. 이처럼 정월 대보름에 세운 볏가릿대는 이월 초하룻날 고사를 지낸 후에 내린다.
그 밖에 정월 보름날 달맞이를 하는 풍습으로 봉화놀이를 행하는 마을이 있다. 이는 청년들이 삼삼오오 산마루에 올라가서 땔나무에 불을 놓고 소원을 비는 풍습이다. 일반적으로 잘 알려진 달집태우기와는 차이가 있는 천안 지역의 달맞이 풍습이다.
논농사가 한창일 때는 마을마다 두레를 조직한다. 칠석이나 백중에는 “두레 먹는다.”라고 하여 두레의 공동 작업을 끝내고 모여서 함께 먹고 놀기도 하고 이웃 마을과 함께 농기싸움, 깃대싸움을 벌이기도 했다. 이는 두 마을의 두레패가 어느 장소에 마주치면 서로 시비를 걸고 싸움을 일으키는 것을 말한다. 먼저 꿩의 꽁지깃으로 만든 농기 장식인 장목을 빼앗는 쪽이 이긴 것으로 승패를 가늠했다.
[민속 문화의 재창출]
여러 지방 자치 단체와 관계 기관들에서는 천안의 민속 문화를 재창출하려는 다양한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예컨대 병천면·성환읍 등 과거에 오일장이 성했던 지역들을 중심으로 하여 관광 자원 개발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지역 축제로 자리 잡은 아우내 단오 축제를 들 수 있다. 이는 천안시 동남구 문화원인 아우내 문화원이 관할하는 여덟 개 면의 주민들이 참여하는 지역 축제로, 아우내장의 번영을 목적으로 시작되었다. 줄다리기, 씨름, 윷놀이 등 여러 종목의 민속놀이를 겸하므로 ‘병천 단오절 민속놀이 경연 대회’라고 불린다.
천안시에서는 병천장을 홍보하고자 특화 거리를 지정하고 순환 버스를 운행하여 관광객을 모으고 있다. 이러한 노력 끝에 주말과 장날에는 5,000명 이상의 사람들이 순대 거리를 찾고 있다. 장꾼들의 주린 배를 채워 주었던 장터 음식이 오늘날 지역을 대표하는 향토 음식으로 자리 잡았다.
한편, 천안시에서는 1970년대에 삼용동에 천안 삼거리 공원을 조성하였다. 천안 삼거리는 북쪽으로는 서울, 서쪽으로는 전라도, 남동쪽으로는 경상도와 나뉘는 분기점에 있어 길손의 발길이 끊이지 않던 곳이다. 과거 삼거리 부근에는 주막이 즐비하였다. 이러한 지리적인 접근성에 덧붙여 능수버들의 유래, 「천안 흥타령」 민요의 소재로 더욱 유명해졌다. 이러한 문화 요소를 배경으로 본래 천안 삼거리가 있는 위치에서 500m 정도 떨어진 곳에 공원을 조성하였다. 1987년에 천안 삼거리 흥타령 문화제라는 이름으로 시작된 천안 흥타령 춤 축제는 오늘날까지 지속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