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목 ID | GC0560184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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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 | 家庭信仰 |
이칭/별칭 | 가신 신앙,가택 신앙 |
분야 | 생활·민속/민속 |
유형 | 개념 용어/개념 용어(일반) |
지역 | 전라남도 화순군 |
집필자 | 서해숙 |
[정의]
전라남도 화순군에서 집안 곳곳의 가신(家神)들에게 가족의 건강과 무사안일을 기원하는 신앙의 총칭.
[개설]
가신은 집을 지켜주고 가족들에게 건강과 행복을 주는 신으로 집안 곳곳에 자리하고 있다. 이러한 가신을 믿는 부녀자들의 신앙을 통해 집은 신이 살고 있는 신성한 의례 공간이 되기도 한다. 즉, 집을 단순히 먹고 자는 행위의 차원을 넘어 가족들에게 좋은 일을 안겨다 주는 보다 긍정적인 삶의 공간으로 인식하는 것이다.
화순군에서는 성주, 조상, 삼신, 조왕, 철륭, 칠성, 지신, 측신, 문신, 용신 등을 가신으로 모시고 있다. 이러한 가신 신앙은 수 천 년의 역사를 가지고 전국에 걸쳐 고루 잔존해온 민간 신앙의 하나로 화순군에서만 모시는 독특한 가신은 발견되지 않는다. 그러나 각 가신에 대한 신체와 신앙 행위를 통해 변별성을 확인할 수 있다.
[화순군 가정 신앙의 양상]
화순군에서는 성주와 삼신이 각 집안의 중심을 이루고 있다. 성주와 삼신 신앙은 현재까지 강하게 잔존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쉽게 소멸되지 않을 것으로 보이는 가정 신앙이다. 사람이 사는 집이면 어느 곳이나 존재하는 성주와 아이 낳는 것을 관장하는 삼신은 가족을 이루며 살아가는 집에서는 당연히 모시는 가신이기 때문이다.
1. 성주
성주는 주로 안방 윗목이나 마루 안쪽에 음식을 차려놓고 모신다. 그리고 매년 정기적으로 설, 보름, 추석 같은 명절과 집안 제사나 가족의 생일 때 모신다.
2. 삼신
삼신은 아이를 낳는 것을 관장하는 가신이다. 대체로 안방에 모시는 형태를 보이지만 화순군에서는 작은방에서 모시기도 한다. 명절 때는 성주상 밑에 차린다. 아이를 낳은 뒤에 차리는 삼신상은 안방과 작은방을 혼용하여 차리는 특징이 있다.
3. 조상
조상의 영을 가정에 모시는 것을 일컫는다. 부녀자들이 주로 모시는데, 조상을 위해서라기보다 실질적으로 자녀들의 무사안녕을 위해 모신다고 한다.
조상을 모시는 신체(神體)로는 조상 단지나 세존 주머니에 쌀을 담는 두 가지 양상으로 나타난다. 예전에는 한 집에서 두 가지 신체를 모두 모신 경우도 있었지만 대체로 조상 단지나 세존 주머니 둘 중 하나만 모신다. 특히 조상 단지에는 베를 ‘돈’이라 하여 단지 위에 얹어놓거나, 베로 단지를 싸두기도 한다. 더 나아가 ‘옷 입힌다.’하여 단지의 뚜껑과 몸을 각각 헝겊으로 싸두기도 한다. 또한 올벼심리를 한 짚을 단지 위에 얹어 두었다가 추석이 지나면 태워버린다. 세존 주머니는 베를 짤 때 처음 짠 ‘가슴내기’로 만든다.
조상은 맏며느리 집에서만 모시는 경우가 일반적이기 때문에 집집마다 존재하지는 않는다. 조상을 모시는 사례를 살펴보면, 결혼한 지 몇 해만에 자식도 없이 돌아가신 큰어머니를 위한 경우이거나 집안에 우환이 끊이지 않아서 모시는 경우이다. 이에 대한 부녀자들의 믿음은 지금까지 절대적이다.
4. 철륭과 칠성
철륭과 칠성은 모시는 장소나 목적이 서로 혼재되어 복합된 양상을 띠고 있다. 철륭이나 칠성은 대체로 집 뒤꼍에 위치한 장독대에서 모신다. 간혹 칠성은 집 뒤꼍에 칠성각을 세워서 모시거나 마당에서 모시기도 한다.
철륭과 칠성은 자식이 군대를 가거나 학교를 가거나 시험 보러 갈 때, 집안에 좋지 않은 일이 있을 때 모신다. 이러한 경우는 조왕과 성주에서도 나타나지만 조왕은 부엌에서 성주는 안방에서 모시므로 다르다고 할 수 있다. 모든 가신이 자식의 건강과 안녕에 목적을 두고 모시지만 대체로 자식에게 공 드리는 형태는 칠성, 철륭, 조왕에서 고루 나타난다.
5. 조왕
조왕은 부엌에서 모시는 신격으로 집안의 핵심적인 신으로 인식하고 있다. 화순군에서 ‘조왕공’을 드리는 집안은 따로 있다고 하며, 문복쟁이가 조왕을 모시라 하면 모시는 것으로 인식하고 있다.
[의례적 특징]
화순군의 가신은 조상을 제외하고 뚜렷한 신체(神體) 없이 건궁으로 모신다. 전라남도 해안 지역에서는 성주를 성주독이나 대나무에 한지를 매달아 놓는 형태로 모시지만 화순군에서는 그러한 신체가 보이지 않는다. 다만 매년 명절이나 제사, 그리고 생일 때 성주상을 차려 모신다. 삼신 역시 단지와 바가지 같은 신체 없이 모신다. 지앙은 삼신을 일컫는 말이지만 조상 단지를 ‘지앙 단지’라고 부르기도 한다. 이 ‘지앙 단지’의 지앙은 제석을 가리키는 것으로 보인다.
집안 곳곳에 좌정한 가신들에게는 새벽녘에 길어온 정화수를 기본으로 상을 놓는다. 성주, 삼신, 조왕, 칠성, 철륭, 측신을 모실 때 모두 정화수를 받쳐 놓지만 성주와 삼신에게만 음식을 차려놓는 특징이 있다. 성주는 집을 지키는 신이라 하여 명절과 제사 때 제사상 보다 성주상을 먼저 차리고 그 밑에 ‘지앙상’ 또는 ‘지앙밥’이라고 부르는 삼신상을 차려 놓는다.
[현대적 변화]
현재 가정 신앙은 의식의 변화, 가옥 구조의 개선 등으로 점차 사라져가고 있다. 개개인에 의해 이루어지는 혈연 중심의 신앙이기 때문에 다른 집단적 신앙보다 더 빠르고 쉽게 소멸되는 것으로 보인다. 현재까지도 가정 신앙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찾아보기 어렵지만 몇몇 사례를 보면 집안의 독특한 환경과 신앙하는 개인의 믿음 체계, 그리고 가족들에게 해를 끼치게 될까 하는 불안감 등이 가정 신앙을 유지하게 한 원동력으로 나타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