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목 ID | GC0270140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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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 | 民謠 |
분야 | 구비 전승·언어·문학/구비 전승 |
유형 | 개념 용어/개념 용어(일반) |
지역 | 충청북도 진천군 |
시대 | 현대/현대 |
집필자 | 서영숙 |
[정의]
충청북도 진천 지역의 민중 속에서 자연스럽게 만들어져 전해 내려오는 노래.
[개설]
진천군은 충청북도의 서북부에 위치하면서 동쪽은 음성과 괴산, 서쪽은 충남의 천안, 남쪽은 청원, 북쪽은 경기도 안성군에 접하고 있다. 동부와 남부에는 미호천과 그 지류인 회죽천, 백곡천, 초평천 유역에 넓고 비옥한 평야가 발달되어 있어 도내의 유수한 쌀 생산지로 꼽힌다. ‘생거진천(生居鎭川)’이라는 말은 아마도 진천군이 지닌 이러한 넉넉한 생활환경과 무관하지 않다. 그러나 진천군이 원래부터 넉넉한 자연환경을 지닌 것은 아니었다. 미호천의 범람을 막고 조절하기 위하여 백곡저수지, 초평저수지, 무수저수지, 하산저수지, 산척저수지, 석장저수지, 옥성저수지 등 많은 저수지를 조성했고, 이를 통해 물을 잘 다스려 좋은 쌀을 생산해내는 터전을 만들었다. 덕분에 진천에 가면 너른 들과 푸른 물이 잘 어우러진 가운데 저수지에 낚시를 드리운 강태공들을 쉽게 만날 수 있다.
진천의 민요에는 진천 사람들의 삶의 방식이 그대로 소박하게 배어 있다. 민요는 오랜 세월 동안 이들 예사 사람들의 삶의 필요에 따라 불리어져 입에서 입으로 전승되어 내려왔기 때문이다. 진천의 민요는 다른 농촌 지역의 민요가 대부분 그렇듯이 벼농사와 관련된 노래가 중심을 이룬다. 그 중에서 덕산면 용몽리 농요는 2003년 충청북도 무형문화재 제11호로 지정되어 보존되고 있다.
한편 진천 지역은 다른 지역과는 달리 여성의 노래가 거의 조사·채록되지 않은 것 또한 주목할 만한 현상이다. 이는 여성이 노래를 쉽게 부르고 즐길 만한 여건이 제대로 형성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오직 「한양낭군」이라는 한 편의 서사민요가 조사되었는데, 이는 전국적으로 널리 전승되고 있는 「진주낭군」에 속하는 노래이다. 하지만 여성의 서사민요가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문헌에 수록되지는 않았지만 구비문학 답사 보고서를 통해 장편 서사민요로서의 「베짜는 소리」가 지금도 불리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이밖에 진천에서만 전승되는 독특한 노래로는 「방골 큰애기 노래」가 있다. 「방골 큰애기 노래」는 진천군 덕산면 인산리 뒷산 큰애기봉에 얽힌 전설을 담고 있는데, 이는 신랑이 사모뿔을 하나도 꼽지 않은 것을 보고 혼절하여 죽었다는 내용을 노래로 부르고 있다.
또 한 가지 특기할 만한 상황은 진천군이 경기도와 인접해 있어서인지 경기 민요나 경기 잡가에 속하는 노래들이 활발하게 불리고 있다는 점이다. 「양산도」, 「청춘가」, 「유산가」, 「창부 타령」, 「월령가」 등이 그것이다. 이 노래들은 현재 경기 민요와 경기 잡가로서 전문적인 민요 가수의 창에 의해 거의 상투적으로 불리고 있다. 그렇지만 조사 채록된 노래는 가락과 사설이 고정되기 이전 시골 노인이 불렀던 향토 민요로서의 맛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이밖에도 강원도 「정선 아리랑」의 영향을 받아 「초평 아리랑」 또는 「진천 아리랑」이라 할 만한 「아리랑」이 불리는데, 이를 통해 「모심는 소리」나 「논매는 소리」 외에도 「나무꾼 소리」 등이 다양하게 불리고 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진천의 민요가 이처럼 농업노동요와 함께 잡가와 같은 가창유희요가 많이 불렸다는 점은 진천 사람들의 삶의 방식을 그대로 보여 준다. ‘농자는 천하지대본’이라는 긍지를 지니고 농사에 거의 모든 시간을 바치면서도 한편으로는 유행하는 경기 민요와 잡가 한 대목씩은 멋들어지게 부를 수 있는 넉넉한 풍류와 멋을 지니고 있는 이들이 바로 진천 사람들이었다.
[노동요(勞動謠)]
진천 지역에서는 모를 찌는 과정에서부터 밭의 잡초를 호미로 매고 손으로 뜯어내는 논매기에 이르기까지 그때그때 작업에 필요한 노래가 다양하게 구비전승 되고 있다. 「모찌는 소리」, 「모심는 소리」, 「논매는 소리」가 그것이다. 「모찌는 소리」는 “뭉치세 뭉치세 어히야 이모판 뭉치세”라고 하는 ‘뭉치세 소리’를 불렀으며, 「모심는 소리」는 “여기도 하나 에하 저기도 또 하나” 하는 ‘하나 소리’를 불렀다. 「논매는 소리」는 초벌, 재벌, 세벌에 따라 소리가 달랐다. 초벌은 주로 손으로 뜯고, 재벌은 호미로 맸으며, 세벌은 다시 손으로 뜯었다. 이때 호미로 매는 소리와 손으로 뜯는 소리가 구별되어 있으며, 호미로 맬 때에도 긴 소리와 자진 소리가 구별되어 있었다. 하지만 요즘은 자진 소리만 남아 있고 긴 소리는 거의 전승되지 않는다. 호미로 맬 때에는 “오호이 에하오호” 하는 후렴을 뒷소리로 불렀고, 손으로 뜯을 때에는 “오호이 얼럴 상사데야” 하는 후렴을 뒷소리로 불러 구분되었다.
이외에 진천군에서는 「보리타작 소리」를 제외하고는 수확에 관련된 노래는 그리 풍부하게 전승되지 않는다. 단지 수확한 벼에서 검불을 골라내는 「키질하는 소리」와 알곡을 가마에 세어 담을 때 부르는 「말질하는 소리」가 전승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밭매기 소리」는 주로 여성들이 불렀으나 그 조차 활발하게 불리어지지는 않았다.
이외 여성들의 주된 일이었던 길쌈이나 제분에 관련된 노동요가 전승된다. 진천 지역에서는 길쌈 중에서도 무명길쌈이 특히 많이 행해졌는데, 그에 따라 목화에서 씨를 빼며 부르는 「씨아질 노래」, 실 뭉치에서 실을 자아내며 부르는 「물레질 노래」, 실을 베틀에 걸어 직물을 짜내는 「베짜기 노래」가 모두 불리어졌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다른 지역 여성들이 길쌈을 하면서 많이 불렀던 서사민요는 풍부하게 전승되지 않는다. 기타 여성들이 부른 노래로는 「방아찧는 소리」가 주목할 만하다. 「방아찧는 소리」는 지금은 거의 자취를 찾을 수 없는 디딜방아를 찧으면서 부른 노래로 여성들만의 모임에서만 나올 수 있는 솔직하고 대담한 사설이 많이 나온다.
[의식요(儀式謠)]
진천 지역에서는 농사를 지을 때 부르는 소리가 풍부한 반면 의식을 치르며 부르는 소리는 그리 풍부하지 않다. 정월 초에서 대보름까지 마을과 가정의 안녕을 축원하며 부르거나 백중 전 보리 걸립을 하면서 부르는 「고사 소리」, 죽음에 당도하여 일생을 돌아보며 자신을 길러주신 부모의 은혜를 생각하는 「회심곡」, 장례의식요로서 상여를 운구하면서 부르는 「상여 소리」, 무덤의 흙을 다지면서 부르는 「회다지는 소리」 등이 전승되고 있다. 상여소리는 길의 넓이나 상태에 따라 다양한 소리가 불려지는데, 보통 “어헤 에하” 하는 뒷소리에 맞춰 소리를 한다. 「회다지는 소리」의 경우는 “에-- 헤-- 달-- 구” 하는 뒷소리에 맞춰 부르기에 「달구질 소리」라고도 하며, 앞소리는 잡은 터가 명당이 되어 후손들이 대대손손 부귀영화와 복록을 누릴 것을 기원하는 사설로 이루어져 있다.
[유희요(遊戱謠)]
진천 사람들은 놀면서 어떤 노래를 불렀을까. 진천 지역에서는 특히 추석에 거북놀이를 하며 「거북놀이 노래」를 불렀다. 거북놀이는 경기 충청 지역에서 주로 전승되어 왔는데, 충청 지역에서도 음성과 진천이 거북놀이의 전승 지역으로 꼽히고 있다. 현재 음성 지역에서는 거북놀이와 「거북놀이 노래」를 거의 복원 재생하여 민속놀이로 재현하고 있다. 이에 비해 진천 지역은 시골 노인들의 증언을 통해서만 그 놀이의 모습을 추정할 수 있을 뿐이다. 특히 추석에 거북놀이를 한 것은 거북이가 십장생 중의 하나로 무병장수한 동물로 알려져 있기에 거북이를 통해 가족의 무병장수를 빌 수 있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진천 사람들은 명절 이외의 시간에 여가를 즐기면서 주로 경기민요나 잡가를 많이 불렀다. 이는 진천 지역이 경기도 안성과 인접해 있으면서 경기민요의 영향을 많이 받았기 때문이다. 이에 속하는 노래가 「월령가」, 「유산가」, 「노랫가락」, 「창부 타령」, 「청춘가」, 「어랑 타령」, 「양산도」, 「성주풀이」 등이다. 이들 노래는 현재처럼 민요 가수에 의해 고정화된 가락과 사설이 아닌, 시골 노인들에 의해 불렸던 원래의 모습을 찾아볼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특히 그 중에서도 진천에서 많이 조사된 잡가 중의 하나가 「범벅 타령」이다. 「범벅 타령」은 남편을 두고 샛서방을 둔 한 여자의 흥미로운 이야기를 담고 있는 노래로서, 여자가 샛서방을 주기 위해 열두 달 범벅을 빚는 것이 중심 모티프를 이루고 있다.
[의의와 평가]
충청북도는 우리나라의 도 가운데 유일하게 바다가 없는 내륙도이면서 사방으로 서로 다른 도와 경계를 이루고 있는 접경 지역이다. 그래서인지 민요 역시 각 지역 민요가 혼융되는 특색을 이루고 있다. 진천의 민요는 그중 경기도 소리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경기도에서 주로 부르는 ‘하나 소리’를 「모심는 소리」로 부른다든지, 경기민요와 잡가가 가창유희요로 활발하게 불리는 점 등이 이를 말해준다. 그러면서도 이들 소리를 그대로 받아들인 것이 아니라 진천 지역의 정서와 토리에 맞게 변형해 부름으로써 진천 지역 특유의 넉넉함과 풍요로움이 노래의 사설과 가락으로 정착되어 있음을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