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

조선 제22대 왕 정조가 1797년 8월 행차[행행]에서 시흥 지역의 경치를 노래하고 인재를 찾는 심경을 읊은 시.

[개설]

「풍기렵렵해문회(風旂獵獵海門廻)」는 조선 제22대 왕 정조가 지은 칠언시(七言詩)로 “바람 깃발 휘날리며 해문을 돌아오니”라는 첫 구절로 시작된다. 정조의 이름은 산(祘)이고, 자는 형운(亨運), 호는 홍재(弘齋)이다. 할아버지는 영조이고, 아버지는 장헌세자(莊獻世子)[사도세자(思悼世子)], 어머니는 혜경궁 홍씨(惠慶宮洪氏)이다. 1762년(영조 38) 장헌세자가 비극적으로 죽자 일찍 죽은 영조의 맏아들 효장세자(孝章世子)의 후사가 되어 왕통을 이었다. 1776년(영조 52) 영조가 죽자 25세의 나이로 왕위에 올라 25년간 재위하다 1800년(정조 24) 세상을 떠났다.

「풍기렵렵해문회」는 제10차 원행(園行)인 1797년(정조 21) 8월 행행(行幸)에서 지었다. 8월 16일 정조가 김포 장릉(章陵)을 참배하고 부평을 지나 인천으로 가는 도중에 읊어서 부아(府衙)에 걸도록 하였고, 인천부사 황운조(黃運祚)로 하여금 쓰게 한 시이다. 시흥 지역의 대표적인 산인 소래산과 군자봉의 경치를 노래하고 지역의 인재를 찾고자 하는 뜻을 드러낸 것으로, 정조 어제(御製) 문집인 『홍재전서(弘齋全書)』에 수록되어 있다.

『홍재전서』는 정조가 세손(世孫)으로 있던 1765년(영조 41) 지은 시에서부터 승하(昇遐)한 1800년(정조 24)까지 남겼던 시문(詩文)을 글의 종류에 따라 분류, 편집하여 규장각(奎章閣)에서 편찬하고 간행한 책이다. 수차례의 정리를 거쳐 1814년(순조 14) 184권 100책의 활자본으로 간행되었다.

[구성]

「풍기렵렵해문회」는 칠언시로 한 구(句)가 일곱 글자로 된 한시(漢詩)이다. 칠언시는 4구로 구성되는 칠언절구(七言絶句), 8구인 칠언율시(七言律詩), 구의 수가 일정하지 않은 칠언고시(七言古詩) 등 세 가지 형태가 있다. 이 가운데 「풍기렵렵해문회」는 칠언절구이다.

[내용]

『홍재전서』 권 7[詩 3]에 소개된 것으로 내용은 다음과 같다. 시흥 지역의 명승인 소래산과 군자봉의 경치를 노래하고, 지역의 인재를 찾고자 하는 정조의 뜻을 드러냈으며 첫 구절의 풍기(風旂)는 날아오르는 용과 내려오는 용을 그린 붉은 깃발이다.

바람 깃발 휘날리며 해문을 돌아오니[풍기렵렵해문회(風旂獵獵海門廻)]

소래산 좋은 경치에 눈이 번쩍 뜨이네[수색소래안홀개(秀色蘇來眼忽開)]

높다란 군자봉을 서로 가리켜 보이어라[군자봉고입지점(君子峰高入指點)]

혹 그 안에 숨은 인재가 있지 않을는지[당비중유은륜재(儻非中有隱淪才)]

[특징]

표현과 형식 면에서 정조가 안산 관아를 밤에 도착하여 머물고 쓴 7언시 「밤에 안산의 아헌에 임어하다[夜御安山衙軒]」와 함께 쌍벽을 이루는 작품으로, 1797년 8월 행행 당시 정조가 시흥 지역을 노래한 대표적인 시이다.

[의의와 평가]

문예 부흥 군주인 정조의 1797년 행행은 시흥 지역에 기념비적 사건이었다. 특히 당시의 인천과 안산을 각각 대표하는 명승인 소래산과 군자봉의 경치를 노래하며 지역의 인재를 찾는 시를 쓴 것은 지역민에게 조선 왕조 중흥의 주역이라는 정신적 자부심을 갖게 했다는 점에서 시흥 지역 정신문화사에 있어서 소중한 의의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