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목 ID | GC0700113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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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 | 民俗 |
영어공식명칭 | Folklore |
분야 | 생활·민속/민속 |
유형 | 개념 용어/개념 용어(개관) |
지역 | 전라북도 완주군 |
시대 | 현대/현대 |
집필자 | 이상훈 |
[정의]
전라북도 완주군의 민간에서 전승되고 있는 생활 풍속.
[개설]
민속은 민간의 문화, 풍속, 관습 등 문자로 기록되지 않는 생활 문화를 말한다. 대체로 기록 문화를 지배층·상류층의 문화라고 한다면, 구전 문화는 피지배층·하층민의 문화라고 할 수 있다. 지배층 문화는 통치자·지배자 등 개인적 성향이 강하며, 피지배층 문화는 마을과 고을에 거주하는 주민들이 상부상조하는 집단적인 성향이 강하다. 민속은 민간 계층의 주민들이 자연환경에 대응하여 살아가는 공동체적인 삶의 방식을 말한다. 마을과 고을 단위로 주민들이 살아가는 데 불안 요소를 제거하고, 위험하고 불안정한 현실을 극복하는 대응 방안으로 민속이 형성되고 축적된 것이다. 민속은 민중들의 삶 속에 일상적·집단적·유형적으로 되풀이되어 누적된 지식·기술·행위 등의 총체적인 문화 현상이다. 민속은 인간이 자연환경에 적응하면서 살아가는 과정에서 발생한다. 또한 자연환경의 차이에 따라 민속은 다르게 표출된다. 여기에서는 세시풍속, 평생의례, 민간신앙, 민속놀이로 서술하고자 한다.
[완주군의 세시풍속]
세시풍속은 세사, 월령, 시령이라고도 불렸다. 연간 생활 과정에서 다음 단계로 넘어가는데 리듬을 주었으며, 활동적인 생활을 영위하는 데 도움을 주었다. 4계절이 뚜렷한 우리나라에서는 명절도 계절에 따라 행사 내용이 결정되고, 그것은 다시 월령에 의하여 달마다 행사가 구분되어 행하여졌다. 월령은 농업 생활과 불가분의 관계로 세시의 행사도 농업의 개시, 파종, 제초, 수확, 저장 등 생산 활동의 계절적 변화를 나타내고 있다.
정월은 새해가 시작되는 달로 새로운 시작에 따른 다양한 의례가 행해졌다. 완주군에서는 정월에 설날, 초사흗날 산신제, 입춘축(立春祝), 정월 대보름 놀이 등이 있다. 그 밖에 2월 초하루, 3월 삼짇날, 한식, 4월 초파일, 5월 단오, 6월 유두, 삼복, 7월 칠석, 백중, 8월 추석, 9월 중양절, 10월 시제, 12월 동지 등의 세시풍속을 지켰다.
1. 설날
설날 아침에는 조상을 위해 차례를 올리는데 새해를 맞이한 것을 기념하여 지내는 것이다. 집안에 어른이 계시면 설날 아침에 떡국을 끓여 어른에게 올리고, 그 앞에서 먼저 세배를 올린다. 전라북도 완주군 상관면 용암리 산정에서는 자손들이 큰집, 작은집 순으로 내려오면서 차례를 지내면 4대를 봉사한다. 아침에 차례를 지내기 전에 집안 어른들께 먼저 세배를 드리고, 차례가 끝난 다음에 마을일가 어른들께 세배한다. 대개 나흗날까지 세배하며, 손자들과 며느리에게 절값으로 세뱃돈을 나누어 준다. 전라북도 완주군 고산면 소향리 안남마을에서는 설에는 외지에서 자손들이 장손 집으로 와서 차례를 지내며 4대를 봉사한다. 차례가 끝나면 세배한다. 용돈을 주고 덕담을 한다. 세배는 대개 초하룻날 시작하면 대보름 전까지 한다. 전라북도 완주군 경천면 가천리 요동마을에서는 차례는 원칙적으로 장손 집에서 지내야 하나 자손들이 외국으로 갔거나, 사정이 있으면 자기 집에서 부모님만 모신다. 차례가 끝나면 집안 어른들을 방안에 모셔 놓고 바로 세배를 하고, 마을 어른들께는 하루 이틀 사이에 세배하러 다니며 만나지 못했을 경우에는 다음에 만나면 세배를 한다.
2. 입춘
입춘은 새해의 첫째 절기이기 때문에 농경 의례와 관련된 행사가 많다. 입춘이 되면 집마다 입춘축을 대문이나 문설주에 붙인다. ‘입춘대길(立春大吉)’, ‘건양다경(建陽多慶)’과 같은 내용이 보편적이나 ‘문을 여니 만복이 오고 땅을 쓰니 황금이 나온다[개문만복래(開門萬福來) 소지황금출(掃地黃金出)]’와 같은 다양한 기원을 연이어 써 붙이기도 한다. 입춘축 붙이는 행사는 전라북도 완주군 대부분 마을에서 볼 수 있다. 전라북도 완주군 상관면 용암리 산정마을에서는 입춘이 되면 절에서 받아온 입춘 축을 입춘시에 맞추어 방문이나 대문에 붙이는데, 지난해의 것은 없애고 다시 붙인다. 전라북도 완주군 경천면 가천리 요동마을에서는 ‘입춘대길’, ‘건양다경’이란 입춘축을 대문이나 대들보에 인다.
3. 정월 대보름
음력 정월 대보름은 일 년 가운데 가장 많은 의례와 놀이가 집중된 날이기 때문에 세시적인 의미가 많이 부여된 중요한 날이라고 볼 수 있다. 정월 초하루인 설날은 혈연 중심적인 명절인 데 비해 정월 대보름은 보다 지연 공동체적인 성격을 지닌 명절이다. 전라북도 완주군 상관면 용암리 산정마을에서는 거리제, 용왕제, 오곡밥 짓기, 묵은 나물먹기, 김쌈 먹기, 밤새기, 댓불 피우기, 소밥주기, 보름밥 얻어먹기, 무 먹기, 부럼 깨기, 귀밝이술 마시기, 더위팔기, 아홉 번 행동하기, 손으로 음식 먹기, 달집태우기, 콩나물·두부 먹기, 보름 나가서 쇠기, 매운 음식먹지 않기 등이 이루어졌다. 전라북도 완주군 고산면 소향리 안남마을에서는 둥구나무제, 용왕제, 노두 놓기, 식구불 켜기, 밤새기, 오곡밥 짓기, 묵은 나물 먹기, 아홉 번 행동하기, 소밥주기, 귀밝이술 마시기, 부럼 깨기, 더위팔기, 화재막이, 모깃불 피우기, 무 먹기, 달집태우기, 달 점치기, 쥐불놀이 등이 행해졌다.
4. 영등 위하기
영등 할머니는 바람의 신인데, 평소에는 인간의 삶에 관여하지 않다가 일 년에 한 번 이월 초하룻날 지상으로 내려온다고 한다. 전라북도 완주군 상관면 용암리 산정마을에서는 영등할머니가 2월 1일 내려와 2월 20일에 다시 올라가며, 며느리와 함께 내려올 때는 날이 좋지 않아 ‘비영등’이라고 부르고, 딸이 같이 내려올 때는 날이 좋아 ‘바람영등’이라고 부른다. 전라북도 완주군 경천면 가천리 요동마을에서는 특별히 영등제를 지내지 않으며, 다만 ‘비영등’, ‘며느리영등’ ‘바람영등’ ‘딸 영등’이란 말이 전해온다. 비영등은 며느리와 함께 내려올 때를 일컫는 말로, 이때에는 비가 오고 바람이 많이 부는 등 날씨가 좋지 않다. 반면에 바람 영등은 딸과 함께 내려올 때를 이르는 말로 이때에는 바람이 살랑 불며 날씨가 좋다.
5. 한식
한식은 설날, 단오, 추석과 함께 4대 명절 중 하나이다. 한식이 음력 2월에 들 경우 세월이 좋고 따뜻하다고 여기며, 음력 3월에 들 경우 지역에 따라서 떼 입히기[개사초(改莎草)]를 하지 않는다. 전라북도 완주군 상관면 용암리 산정마을에서는 산의 흙을 가다듬는 개사토(改莎土)와 산소의 잔디를 새로 입히는 떼 입히기를 한다. 전라북도 완주군 경천면 가천리 요동마을에서는 한식날에 조상의 묘소를 살피는데, 무너진 곳이 있는지 잡초가 많이 자랐는지 묘 주변을 돌아보고 손본다.
6. 단오
‘단오’의 단(端)은 첫 번째를 의미하고, 오(午)는 오(五), 곧 다섯과 뜻이 통하므로 단오는 초닷새를 말한다. 단오는 일 년 가운데 양기(陽氣)가 가장 왕성한 날이라 하여 큰 명절로 여겨 왔다. 전라북도 완주군 상관면 용암리 산정마을에서는 약쑥 말리기, 상추이슬로 분바르기, 물맞이, 익모초즙 마시기, 봉숭아 물들이기 등을 했다. 전라북도 완주군 고산면 소향리 안남마을에서는 약쑥 말리기, 상추이슬로 분바르기, 물맞이, 익모초즙 마시기, 봉숭아 물들이기, 씨름, 그네뛰기 등을 했다. 전라북도 완주군 경천면 가천리 요동마을에서는 약쑥 말리기, 상추이슬로 분바르기, 물맞이, 익모초즙 마시기, 봉숭아 물들이기, 창포물에 머리 감기, 그네뛰기 등을 했다.
7. 유두
유두날에는 찰떡과 송편, 부침개를 마련하여 논고사를 지낸다. 전라북도 완주군 경천면 가천리 요동마을에서는 유두 때 오이 농사가 잘 되었으면 제일 먼저 조상에게 감사하다는 의미에서 오이심기를 했다.
8. 술멕이
두레로 두벌 매기를 끝내면 얼추 농사가 끝이 난다. 일을 열심히 했으므로 유두 즈음에 날을 잡아 하루를 논다. 술을 먹는다고 하여 ‘술멕이’라 한다. 전라북도 완주군 고산면 소향리 안남마을에서는 만두레, 머슴 노는 날이다. 이때는 논도 다 매고 농사일이 대강 끝나기 때문에 집집마다 돈 이나 음식을 추렴한다. 특히 돼지를 잡고 마을 주민 전체가 잔치를 벌인다. 전라북도 완주군 경천면 가천리 요동마을에서는 칠석날에 농사를 다 지어 좋은 날이라 하여 마을에서 공동으로 돼지를 잡고 음식을 장만해서 잔치를 벌여 먹고 마시면서 하루를 논다.
9. 추석
추석은 음력 8월 15일을 일컫는다. 가을의 한가운데 달이면서 8월의 한가운데 날이라는 뜻을 지니고 있는 연중 으뜸 명절이다. 전라북도 완주군 상관면 용암리 산정마을에서는 신곡을 준비하여 차례를 지낸다. 송편을 만들어 차례상에 올린다. 차례가 끝나면 성묘를 하러 간다. 추석날 올벼를 베어다 볶고 말려서 찧은 다음 묵은 쌀과 같이 섞어 올벼심리를 한다. 전라북도 완주군 고산면 소향리 안남마을에서는 추석 차례는 햇곡식을 올린다는 점에서 설 차례와 다르다. 이때에는 송편을 만드는데, 속에는 콩·밤·팥 등을 넣는다. 차례를 지내고 성묘를 하러 간다. 전라북도 완주군 경천면 가천리 요동마을에서는 차례와 성묘를 한다. 햇곡을 올리기가 쉽지 않을 때는 일반벼보다 먼저 자라는 올벼를 베어 올벼심리를 한다. 추석 때에는 다른 놀이는 하지 않고 널뛰기를 했다.
10. 중양절
전라북도 완주군 상관면 용암리 산정마을에서는 중양절에 떡을 해 먹는다. 또한 집안에 국화를 심어 놓거나 들에서 따다가 국화주를 담가 먹는다. 전라북도 완주군 고산면 소향리 안남마을에서는 중양절에는 제삿날을 모르는 조상들을 제사를 지내는데, 추석에 차례를 지내지 못했을 때도 이날 제사를 지낸다. 중양절에는 국화를 따다가 술을 담가서 국화주를 마신다.
11. 동지
양력으로 동지가 음력 동짓달 초순에 들면 애동지, 중순에 들면 중동지(中冬至), 그믐 무렵에 들면 노동지(老冬至)라고 한다. 이처럼 우리 민족은 태양력인 동지에다가 태음력을 잇대어 태음 태양력으로 세시풍속을 형성시켜 의미를 부여하였다. 전라북도 완주군 상관면 용암리 산정마을에서는 동지에 액을 막고 귀신을 쫓기 위해 팥죽을 뿌리는데, 숟가락으로 조금씩 떠서 집 사방에 뿌렸다. 팥죽에 들어가는 찹쌀떡을 ‘새알심’이라고 하는데. 이것을 구워 갈라지는 것을 보고 길흉을 전치기도 했다. 전라북도 완주군 고산면 소향리 안남마을에서는 팥죽을 쑤면 귀신을 쫓기 위해 바로 집안에 뿌린다. 팥죽을 뿌리는 것은 동지사에 맞추어서 하며, 새알심은 자기 나이 수대로 먹어야 좋다고 한다. 전라북도 완주군 경천면 가천리 요동마을에서는 보름 안에 들면 애동지라 하여 이때는 팥죽을 쑤지 않고 대신에 떡을 먹으며, 보름 이후는 노동지라 해서 팥죽을 쑤어 먹는다.
[완주군의 평생의례]
평생 의례는 사람이 이 세상에 태어나서 생활하다가 일생을 마칠 때까지 삶의 중요한 단계마다 치러야 하는 여러 가지 의식으로, 그 단계를 지낼 때마다 다양한 지위와 상태의 전환이 이루어진다. 단계별 평생 의례의 종류로는 사람이 태어나기 전부터 그 부모들이 행하는 기자(祈子) 치성을 비롯한 출산 의례, 성인으로 인정받는 과정인 관례, 한 가정을 이루는 절차로서의 혼례, 그리고 죽음을 맞아 치르는 상례, 죽은 이후에 그 후손에 의해 치러지는 제례가 있다.
1. 출산 의례
부녀자가 자식 낳기를 기원하는 기자신앙은 치성(致誠), 주술(呪術), 삼신[産神] 받기 등의 형태로 믿는다. 그리고 임신한 후에는 태몽, 태아의 성별 및 출산일 예지법, 태중 금기, 유산 방지 및 유산법, 난산(難産) 방지 및 대처, 안산법(安産法)과 단산법(斷産法) 등이 있다. 출산에는 해산 준비, 산시(産時)·방향의 길흉, 태(胎)의 처리, 금줄, 출산 당일의 금기 등이 있다. 출산 후에는 산실 출입이나 삼신상, 몸조리, 수유(授乳)에 관한 내용이 있다. 그리고 육아 때는 아기의 옷, 작명(作名), 목욕, 손발톱, 두발의 처리, 아기를 위한 잔치, 첫나들이, 건강과 장수 기원, 아이의 사망 등의 의례가 있다.
전라북도 완주군 지역에서 나타나는 출산 의례의 경우, 아이의 성별을 구별하는 태몽이나 산모의 배 속에 있는 아이의 성별을 구별하는 내용의 이야기가 비교적 많이 전하고 있다. 이는 전통적으로 남아를 선호했던 사상에 의한 것이며, 최근까지도 그러한 사상이 지역사람들의 의식에 많이 남아 있다. 그리고 아이를 점지해주고 건강 및 수명을 관장하는 신은 대부분 지역에서 ‘삼신’이라 부르는데, 이 지역의 경우 ‘삼시랑’이라고 부른다. 최근 마을에 젊은이들이 없어 마을에서 아이를 낳는 경우가 거의 없기 때문에 삼신신앙을 포함한 가신신앙이 급격히 퇴조해 가고 있는 형편이다.
2. 혼인 의례
혼인 의례는 의혼, 납채, 연길, 납폐, 혼례식으로 이어진다. 혼례식은 초행, 전안례(奠雁禮), 교배례(交拜禮), 합근례(合巹禮), 초야(初夜), 동상례(東床禮) 등으로 진행되고, 마지막으로 재행(再行), 신행(新行), 현구고례(見舅姑禮), 근친(覲親) 등으로 이어진다. 전통적인 혼인은 중매에 의해 혼인이 결정되었다. 즉 마을 사람이나 가까운 친척이 중매하는 관계로 통혼 범위가 좁았다. 특히 완주군 지역에서는 일반적으로 같은 마을에 사는 경우 혼인하기를 꺼렸던 것과는 달리, 같은 마을에 사는 사람들끼리의 혼인이 빈번하게 이루어졌다. 그래서 초행, 초야, 신행의 모습이 다르다. 즉 혼인이 가까운 거리에 사는 집안끼리 이루어질 경우 혼례식 잔치가 신부집과 신랑집 동시에 이루어지기도 하며, 혼례식과 신행, 폐백 등이 혼인식 당일에 모두 이루어졌다. 그리고 완주군 지역은 현존하는 1세대는 모두가 전통 혼례를 올렸으나 지금은 대부분이 서양식 혼례를 하고 있다. 전통 혼례는 신부의 집에서 치르는 것이 일반적이었으나 간혹 가정 형편이 좋지 않은 경우 곧바로 신랑의 집에서 혼례를 치르기도 했다. 혼례에서 나타나는 많은 상징이 부부의 화합과 행복을 기원하는 작용을 하고 있다.
3. 상례
상례는 임종(臨終) 후 진행되는 일련의 의례를 일컫는 통칭이다. 임종이 확인되면 사자상을 차리고 초혼(招魂)을 한 다음 수시(收屍)를 한다. 시신을 바로잡는 것을 수시라 하는데, 시신이 굳기 전에 몸이 오므라들지 않도록 반듯하게 하는 것이다. 습염(襲殮)은 시신을 목욕시키고 옷을 입힌 뒤 관에 넣기까지의 과정을 말한다. 입관이 끝나면 명정을 덮는다. 성복(成服) → 발인(發靷) → 우제(虞祭) → 담제(禫祭) 순서로 진행된다.
완주군 지역에서는 장례 풍속 역시 많은 변화가 생겼는데, 예전에는 대부분 집에서 장례를 치렀지만 지금은 대부분이 장례식장을 이용한다. 그래서 마을에서 품앗이하는 경우도 적어졌고 상여를 메는 일도 드물다. 상례의 현실적인 모습은 많은 변화가 있었으나 상례 제의 절차는 과거와 같이 진행된다. 그리고 20여 년 전만 해도 종종 들을 수 있었던 「상여 소리」를 들을 수 없는 실정이다. 완주군 지역의 상례 절차는 습과 염을 하는 모습이 있어 보다 전통적인 절차가 비교적 많이 남아 있다.
4. 제례
제례는 조상의 음덕을 기리고 추모하는 의례이다. 예전에는 제의 종류도 많고 절차 또한 이루 말할 수 없을 만큼 복잡하였으나 현재 행하는 제의는 기제사, 차례, 시제뿐이다. 예전에는 가정에서 조상을 위한 제를 모실 때에는 반드시 4대를 봉사했으며, 제를 지내는 시간 역시 자시(子時)로 이를 명확히 지켜왔다. 그리고 유교적 예법에 따라 제물을 진설하고 제의를 진행했다. 그런데 요즘은 반드시 4대 봉사를 지키지 않고, 2대 봉사를 하기도 하고, 부모 길일에 각각 지내지 않고 두 분의 제일을 합쳐 한꺼번에 제를 지내기도 한다. 그리고 제물도 그 종류나 양을 많이 간소화시키고 있다.
[완주군의 민간신앙]
1. 마을신앙
마을신앙은 특정 지역 주민이 생활 속에서 만들어낸 제의적 관습과 믿음을 말한다. 마을신앙은 한 마을을 단위로 재앙을 멀리하고, 마을의 화합과 번창을 신에게 기원하는 신앙 행위이다. 일반적으로 완주군 지역의 마을신앙은 동제(洞祭)[산신제·당산제·고목제·거리제], 돌탑, 선돌, 거북신앙, 보제[용왕제], 기우제, 풍수신앙, 서낭제 등이 있으며 금기(禁忌), 주부(呪符), 주술(呪術) 행위 등도 포함한다. 마을신앙은 민속 문화 가운데 특히 신앙의 부분을 지칭하는 것인데, 계층적이면서 집단적인 의미를 지닌 민중신앙 행위는 개인 행위보다는 사회적 단위의 종교적 의미를 지닌다.
1) 동제신앙
동제신앙은 산신제와 당산제, 고목제, 거리제가 가장 대표적이다. 산간 지역 마을굿 체계는 마을 뒷산에서 산신제를 지낸 후 마을 앞 당산나무나 돌탑 등에서 당산제[거리제]를 지내는 이중적 구조로 되어 있다. 완주군 동제는 산신제가 대표적이다. 완주군 지역은 산간지역과 평야 지역의 점이 지대이다. 그래서 산신제와 당산제, 고목제, 거리제가 함께 공존한다. 호랑이와 관련된 마을신앙은 산신제인데 완주군 상당수 마을에서 나타난다. 봉동읍 율소마을, 화산면 상호마을 등이 그 예이다. 이런 마을에서 산신제를 모실 때 호랑이가 지켜보고 있다는 이야기를 쉽게 들을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 산신은 마을을 수호하는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신격으로 인식되고 있다. 역시 고당 할미신을 모시는 운주면 원고당마을 신앙도 산신을 모시는 의미를 담고 있다. 요즘 본래의 모습이 훼손되기는 했지만 당집이 유일하게 남아 있는 곳이 원고당마을이다. 그래서 향토유산문화재로 등록되어 있다. 산신제와 함께 당산제가 복합적으로 모셔지는 마을이 많다. 경천면 요동마을, 고산면 신당마을에서 이러한 모습을 볼 수 있다. 고목제는 실제로는 당산제인데 귀목나무의 영력을 믿어 이런 명칭을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화산면 봉황마을 고목제가 그 모습을 잘 보여주고 있다. 보통 당산제는 당산나무를 신체로 모시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런데 특이하게 추동마을은 3개의 바위를 당산으로 모시는 경우도 있다. 더불어 산제가 거리제와 함께 모시는 마을은 마을 앞 도로로 인하여 교통사고가 자주 발생하기 때문에 이를 방지하기 위한 마을신앙이다.
2) 돌탑신앙
돌탑신앙은 마을에 따라서는 주당산(堂山)으로 모셔지기도 하고, 혹은 하위 보조신(下位神助補)으로 모셔지기도 한다. 특히 풍수지리적으로는 마을의 수구막이, 비보(裨補)의 기능을 담당하는 것으로 일컬어진다. 돌탑을 축조하게 된 유래는 일반적으로 수구막이로 마을이 허(虛)하여 이를 비보(裨補)하는 풍수적 관념에서 조성하는 것이 큰 특징이다. 특히 탑은 마을의 위치를 볼 때 세 방향은 산으로 둘러싸여 있고 한쪽은 물이 흘러가는 수구(水口)로 되어 있는 일반적인 형국이다. 탑이 축조되는 이유는 마을에 좋지 않은 일이 발생할 때이다. 제의 명칭은 대부분 탑제라 부르며 간혹 조탑제라 부르는 경우도 있다. 구이면 평촌리 상보마을, 구이면 백여리 대모마을, 운주면 구제리 원구제마을 등에서 하위 보조신으로 모셔지는데 풍수 비보적인 역할을 한다.
3) 선돌신앙
선돌문화는 선사시대부터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우리나라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널리 분포하는 큰 돌[선돌, 고인돌, 칠성바위, 조탑]문화의 일종으로 커다란 의미를 지닌다. 선돌은 일반적으로 마을 입구나 경계에 세워져 그 기능을 담당하는데 1기나 2기가 세워지는 것이 일반적이며 마을 수호, 생산과 풍요, 액막이[기자, 성신앙], 화재막이, 풍수비보적 역할을 한다. 그런데 선돌은 그 자체만으로 하여 그 의미를 찾기 힘들다. 그렇기 때문에 선돌이 있는 마을과 그것을 세운 인간과 관련하여 살펴보아야만 제대로 그 의미를 파악할 수 있다. 오늘날 현존하는 선돌은 고대로부터 많은 변화를 겪으면서 현존하기 때문에 그 의미도 시대에 따라 많은 변화가 있으리라고 생각된다. 그러므로 현존하는 선돌은 고대로부터 민간인의 굳건한 믿음에서 남아 있는 것이며 때로 세워지기도 하는데 이 또한 민간인의 마음속 깊이 자리 잡은 종교적 심성에서 기인하리라고 생각된다. 선돌은 고산면 화정리 화정마을, 삼례읍 신탁리 상신마을, 봉동읍 제내리 무등마을 등에서 볼 수 있다.
4) 거북신앙
거북은 십장생(十長生) 중의 하나로 장수(長壽)를 상징하고 오행(五行)으로는 물에 해당된다. 그래서 거북은 장수, 집안을 번성케 하고 부자가 되게 한다는 의미뿐 아니라 물의 신(神)이란 의미를 지닌다. 즉, 불의 재앙을 쫓는 물의 신(神)으로서 의미를 지닌다. 옛날 농촌 지역에서는 가옥이 대부분이 초가집이었기 때문에 한번 화재가 났다 하면 마을이 황폐화되었다. 그래서 화재로 인한 피해를 극복하기 위해서 거북신앙이 모셔졌다. 그뿐만 아니라 거북이 상징한바 복을 가져다준다고 하여 거북을 모시는 경우가 있다. 봉동읍 구암리 구암마을, 구이면 덕천리 구암마을에서 거북신앙을 볼 수 있다.
5) 보제[용왕제]
‘보제’나 ‘용왕제’ ‘당산제’ 등으로 불리는 제를 고산면 남봉리 덕암마을에서는 ‘물막이 뚝제’라고 불린다. 마을을 화평하고 풍요롭게 유지하기 위해 봉행(奉行)되었던 전통적인 신앙의례, 공동체적 속성을 갖는 마을신앙이다. 흔히 ‘물막이제’라고 불리는데 이제는 마을 부녀자들이 주관한다. 남자들이 보를 쌓고 관리한다면 부녀자들은 제의를 전담하며 풍년을 기원하며 보가 터지지 말라고 기원하는 제의다. ‘물막이 뚝제’를 통해서 농경사회에서 소중하게 다루었던 물에 대한 의례를 덕암마을에서 찾아볼 수 있다.
6) 기우제
기우제를 보통 마을에서는 ‘무제’, ‘무지’라고 부른다. 농경 사회였던 우리나라에서는 가뭄이 계속될 경우에 날을 정하여 기우제를 모셨다. 완주 지역에서도 마을 단위로 기우제가 모셔졌으며 상관면 신리 마을, 소양면 신원리 대승마을, 운주면 구제리 원구제마을, 구이면 덕천리 지등마을, 화산면 춘산리 덕동마을 등에서 전승되었다. 그러나 실제 기우제는 모든 마을에서 행하여졌으나 오늘날 중단되었다.
7) 풍수신앙
완주 지역 마을 풍수는 형국론과 관련된 이야기가 수없이 나타난다. 옥녀등천형(玉女登天形), 노서하전형(老鼠下田形),회룡고조형(回龍顧祖形), 연소혈(燕巢穴) 등이 형국론의 예이다.
8) 서낭제
서낭신앙은 마을 입구나 고개 등에 자리 잡고 있으면서 신앙의 대상이 되는 돌무더기이다. 운주면 옥배마을 등에서 전승되었다.
전라북도 완주군은 산간 지역과 평야 지역의 점이지대에 있다. 산신제가 대표적인 마을신앙이나 산신제와 더불어 당산제, 고목제, 거리제 등이 결합된 이중적 구조를 보여 주고 있다. 그리고 돌탑신앙, 보제[용왕제], 서낭제, 거북신앙 등이 나타난다. 특히 완주군의 마을신앙을 주체적으로 마을을 이끄는 집단은 여성으로서 현대 사회에서 여성의 역할이 반영된 듯한 느낌을 준다. 완주군 지역에서 아직도 상당수 마을에서 마을 제의가 남아 있는 중요한 요인은 여성들이 풍물부터 추렴까지 주도적으로 하기 때문이다.
2. 가정신앙
가정신앙은 성주신앙, 조왕신앙, 터주신앙, 업신앙, 측신신앙, 문신신앙 등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성주는 가장의 수호신으로 말해지며 이를 모시는 것을 성주신앙이라고 한다. 성주대감, 성주 조상이라고도 부른다. 성주 위치는 대개 대청의 상량부에 백지를 접어서 실타래를 묶어서 붙이거나, 옹기 단지에 쌀이나 보리를 담아 마루의 시렁에 올려놓고 성주신의 신체로 섬긴다. 성주신에 대한 의례는 새로 집을 짓거나 이사했을 때 신을 새로 봉안하는 의식이 있다. 봄과 가을 성주신에게 안택 고사를 올리고, 재수굿을 할 때도 성주신에게 먼저 기원을 드리고 시작한다. 10월 상달에서도 성주신을 봉안하는 것으로 보아서 성주신은 재복 및 행운과 관련된 신으로 믿어진다. 전라북도 완주군 상관면 용암리 산정마을에서는 차례상 곁에 성주상을 함께 놓고 성주를 위하는데, 이것은 설이나 추석 등 명절 때만 하여 제물은 차례상과 같지만 종류별로 하나씩만 놓아 간소하게 차린다. 전라북도 완주군 고산면 소향리 안남마을에서는 설 차례상을 차릴 때 차례상 끝에 밥과 물을 올려 성주상을 차린다. 전라북도 완주군 경천면 가천리 요동마을에서는 방에 차례상을 차리면서 별도로 상을 차려 성주에게 고하는데 상에는 메, 나물, 고기, 생선, 물 한그릇 등 푸짐하게 차리고 수저를 놓지 않는다.
3. 무속신앙
무속신앙은 무당을 주축으로 하여 민간에서 전승되는 신앙이다. 민간신앙 중 가장 체계적인 구조를 가지고 있다. 종교적 지도자로서의 무당이 종교 의식을 집행하며, 종교 의식에 필요한 구비 경전으로서의 무가가 있다. 무속신앙은 오늘날에도 살아있는 종교로서 민간에 뿌리를 두고 있는 대표적인 신앙이다. 제의 규모에 따라 ‘굿’과 ‘비손’으로 구분된다. 굿은 여러 명의 무(巫)와 반주를 전문으로 하는 잽이가 합동으로 가무와 실연을 위주로 제의하는 것이고, 비손은 한 사람의 무당이 축원을 위주로 하는 약식 제의이다. 굿은 가무를 중심으로 서서 제의를 진행시키며 비손은 앉은 채로 무당이 축원 중심의 제의를 진행 시킨다. 제의 장소는 제의를 통해 무당이 신을 만나는 장소로 신성한 장소이다. 즉 제장은 신이 나타날 수 있는 성스러운 조건을 갖추어야 한다. 따라서 신당은 성소로서 신체가 봉안되거나 신수가 있다. 무당의 제의 장소는 무당 개인의 신단이나 마을 신당, 그리고 민가의 신단 등에서 이루어진다. 제의 과정은 청신 과정, 가무 오신 과정, 신탁 축원 과정, 송신 과정 등으로 구성된다. 청신 과정은 굿에 해당하는 신을 정중히 굿에 청하는 과정이다. 가무 오신 과정은 청한 신을 가무로 즐겁게 해주는 과정이다. 신탁 축원 과정은 초청된 신이 무당에서 공수로 신의 뜻을 전하고 소원을 비는 과정이다. 끝으로 송신 과정은 굿에 초청된 신을 돌려보내는 과정이다.
완주군 지역 무당굿은 집굿, 마을굿, 오구굿 등으로 나뉜다. 집굿은 집안의 재복과 안녕을 위한 것으로 도신굿, 재수 굿으로 부른다. 마을굿은 당산굿, 당굿, 별신굿, 대동굿, 서낭굿, 수륭제, 용왕굿으로 부른다. 오구굿은 진오굿, 씻김굿 등으로 부른다. 굿에 쓰이는 악기는 피리, 해금, 대금, 장고, 징으로 편성된다. 무가의 종류는 다음과 같다.
1) 재수굿: 가내의 행운을 비는 굿 2) 삼신굿[칠성굿]: 아이 낳기를 원하는 굿 3) 성주맞이: 집을 새로 짓거나 이사해서 가택의 수호신을 새로 봉안하는 굿 4) 병굿: 병을 치료하기 위한 굿 5) 오구굿[씻김굿]: 망인의 저승길을 닦아주는 굿 6) 당굿: 마을의 당산제를 행하는 굿 등이다.
무가의 장단은 안진반, 살풀이, 시님장단, 덩덕궁이, 중모리, 중중모리가 쓰인다. 소리는 씻김굿처럼 낭송조가 있는가 하면 염불과 성주풀이 형태가 많다.
완주군 지역에서 많은 마을에서 동제가 진행되었는데, 상당수 마을에서 당골이 진행한 경우가 있었다. 운주면 산북리 주암마을에서는 1970년대 마을 당골네가 산제를 주관했다. 상관면 신리 상신광마을에서는 마을에서 제물이 준비되면 당골애미를 불러서 당산제를 지냈다. 그런데 당골이 죽자 당산제도 함께 중단되었다. 용진읍 용흥리 시천마을에서는 당산제를 지낼 때 당골네가 와서 축원을 해주었다. 만약 당골이 없으면 이웃마을 당골에게 축원을 부탁할 정도로 당골에 대한 믿음이 강했다. 용진읍 간중리 원간중마을에서 당산제를 모실 때 당골네가 주문하며 축원해 주었다. 특히 통소지를 하며 마을의 안녕을 기원해 주었다. 삼례읍 석전리 정산마을 고목제에 당골[점쟁이]이 제주 역할을 까지 담당하며 제를 모셨다고 한다.
산정마을에서는 안택을 '독경'이라고도 한다. 정초에 당골[무당]이나 절에서 신수를 보고 좋지 않다고 하면 날을 받아 안택을 한다. 정월 7일과 13일이 길일이다. 당골이 북과 징을 가지고 와서 저녁 7~12시까지 안택을 하면 형편이 좋은 집에서는 40~50만 원 정도 비용이 든다고 한다. 안택을 하게 되면 제물을 장만한다. 제물은 나물, 삼색실과, 시루떡, 감자전, 파전, 굴비 등을 차린다. 그리고 돼지머리는 형편에 따라 준비한다. 안택을 하는 순서는 먼저 부엌에서 조왕굿을 하고 자리를 옮겨 방안에서 성주와 조상굿을 한다. 그밖에 문간이나 장독대, 대문 등에서 한다. 그리고 집안으로 복을 받아들인다고 미리 대문 밖에 놓아둔 쌀을 담은 양푼을 머리에 이고 집 안으로 들어간다. 안택이 끝나면 주인집에서 미리 준비해둔 쌀만 당골이 가져간다. 안택에 사용된 음식은 당일에는 식구들만 먹고 이튿날에는 이웃을 불러서 나눠 먹는다.
[완주군의 민속놀이]
전라북도 완주군의 대표적인 민속놀이는 봉동 기세배이다. 기세배는 설날 사람들이 어른을 찾아 세배를 드리듯이 각 마을의 농기들이 서로 만나서 세배하는 일종의 농경의례이며 가장 흥겨운 민속놀이다. 봉동의 기세배에는 참가하는 마을이 많다. 봉동 장터가 있는 장기리와 쌍계리 마탕말, 우산, 배월, 구미, 신우, 남평, 율소, 신덕 등 10여 개 마을이 참여하였다. 여기에서 형제 마을의 순서가 정해지는데 그 순서는 농기의 제작 연대가 오래된 것을 형으로 한다. 보통 형제 마을이 한자리에 모여서 합동으로 세배를 나누기 위해서 맏형마을에서 모인다. 그러나 형편에 따라 모이는 마을이 달라지기도 한다. 처음 모이는 날은 음력 정월 대보름날이지만 기세배는 하루에 끝나지 않고 며칠 동안 계속 되는데 이는 봉동 기세배의 특징이다. 합동기 세배를 하기 전날 밤에 각 마을의 농기를 당산 앞에 세우고 제사를 올린다. 기세배를 하러 갈 때 농기 앞에 두 개의 영기를 세운다. 농기 뒤에 좌상이 서고 그 뒤에 총각대방 포수, 꽃동이 등이 따르고 농악대와 마을 사람들이 따른다. 농악대는 길굿, 당산굿, 청룡굿을 친다. 다른 마을의 기를 맞을 때 두 마을 농악대가 서로 맞는 합굿을 친다. 기세배는 형제의 순서에 따라 형의 마을 농기 앞에 아우마을의 기가 깃대를 숙여 절을 한다. 기세배가 끝나면 각 마을의 기놀이와 풍물놀이가 이어진다.